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에서 피어나는 일상
영화 ‘파편들의 집’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쟁으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어린 아이들이 임시거주 시설에서 머물며 살아가는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 장편다큐멘터리상에 노미네이트돼 화제를 모았다.
음주로 인해 부모에게 방치당한 사샤와 알리나, 엄마를 걱정하지만 할머니와 같이 살고 싶어하는 에바,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콜랴. 가슴 한편에 폭력과 버림받은 트라우마를 갖고 지내는 아이들은 낡은 벽에 둘러싸인 이곳에서도 우정과 희망의 빛을 찾아낸다.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던 시몬 레렝 빌몽 감독은 ‘파편들의 집’에서 중년 교사의 목소리를 통해 보육원 아이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담아낸다. 전쟁 때문이 아니라 ‘술’과 ‘폭력’ 때문에 버림받은 아이들과 아이들을 찾아오지 않는 부모, 입양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보육원 안에서도 기쁨을 찾아내려는 사회복지사들.
거짓말 같은 에피소드들은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인지, 극영화인지 관객을 헷갈리게 하지만 그 지점에서 이 영화가 지닌 강점이 폭발한다. 빨리 철드는 아이들과, 책임지지 않는 어른들 … 이 모든 것이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이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죄책감을 건드리고,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파편들의 집’은 다큐멘터리지만, 질문을 던지는 화자도, 카메라를 의식하는 아이들의 어색한 시선도 없다. 영화 속 아이들은 보육원 바깥의 삶이나 자신들을 비추는 렌즈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카메라는 각자의 슬픔을 달래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삶을 조용히 관찰한다. 주로 실내에서 대부분의 내용이 흘러가는 영화는, 슬픔과 절망도 일상처럼 살아내는 아이들의 모습과 맞물려 장편 극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뉴스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다소 무관심해진 사람들에게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는 전쟁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글 최재민 사진 필름다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1호(24.08.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