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를 되돌아보다…8월 4일까지 전시 개최
↑ U_부아가 나다, 2024, 진주명주, 통영 누비장인과의 협업 [사진=갤러리현대] |
갤러리현대가 오는 8월 4일까지 이슬기 작가의 개인전 《삼삼》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8년 《다마스스(DAMASESE)》 전시 이후 6년 만에 갤러리현대가 기획한 두 번째 개인전입니다.
전시 주제인 '삼삼'은 '삼삼하다'는 표현에서 착안한 것으로 작가 이슬기의 작품 세계를 집약하는 키워드입니다.
'삼삼하다'는 현실 세계에서 "외형이 그럴듯하다", "눈앞에 보이는 듯 또렷하다" 등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어 사용됩니다.
이슬기의 작품들도 마찬가지로 대상의 보편적인 의미에 국한하지 않고, 시대와 장인에 따라서 다채롭게 그 의미를 달리 하는 전통이라는 틀과 인류 문화의 기원을 관찰하고 입체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이슬기 작가는 새로운 '현판프로젝트'와 함께 꾸준하게 작업해온 '이불프로젝트 : U'의 새로운 이불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대규모의 설치 작업을 재편성한 '느린 물'과 벽화 작업 안에 설치한 '쿤다리', 'K', '바가텔' 등 총 3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이슬기 작가가 강조한 중요한 키워드는 구멍입니다. 가상의 구멍을 통해 전시장에 노을빛이 스며드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전시를 구성했다는 설명입니다.
구멍은 큰 구멍부터 나무 문살의 격자 모양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작은 구멍과 전시장 벽면에 직조된 모시 단청의 사이 사이까지 다양한 구멍들로 나타나며, 통상적인 안과 밖이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을 지워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신작인 '현판프로젝트'도 의성어나 의태어를 널빤지 위에 새겨 단어의 의미와 외형을 해학적으로 연결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현판프로젝트 쿵쿵, 2024, 홍송, 단청 [사진=갤러리현대] |
과거 현판에 새긴 단어들이 중요한 이름이었다면 작가는 반대로 특정한 의미가 없는 의성어를 새겨, 같은 대상이라도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작가는 "'쿵쿵', '쾅쾅', '꿍꿍' 등의 단어가 모두 삼삼한 장면을 생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문은 '들어가는 곳'과 '나가는 곳', 그리고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있으며 관찰자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할 여지가 있다는 풀이를 내놓았습니다.
전시장에서는 이밖에도 선사 시대와 신석기 시대 유물 등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여성 신체의 표현을 모티프로 한 〈쿤다리〉 연작 등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쿤다리 거미 II, 2021, 스테인리스 스틸에 우레탄 도장 [사진=갤러리현대] |
이 작품들은 여성성을 새로운 조형 언어로 접근했습니다. 동양과 서양에서 공통적으로 표현된 여성의 신체를 단순하게
이슬기 작가는 1972년 서울 출생으로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했으며,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이 작가는 오늘 9월 제17회 리옹 비엔날레에 초대됐으며 내년 영국 버밍엄의 이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합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