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오브제의 원초적 움직임 초점
신작 ‘현판프로젝트’…“‘쿵쿵’ 삼삼한 장면 생성”
‘이불프로젝트’·‘느린 물’ 등 30점 선보여
↑ 이슬기, 현판프로젝트 쿵쿵, 2024, 홍송, 단청, 140 x 180 x 4 cm |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슬기 작가의 개인전 《삼삼》이 내달 8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개최됩니다.
‘삼삼하다’는 표현에서 착안한 전시 타이틀 《삼삼》은 이슬기 작품 세계를 집약하는 키워드입니다. “외형이 그럴듯하다”, “눈앞에 보이는 듯 또렷하다” 등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어 사용되는 형용사 ‘삼삼하다’처럼 일상적인 오브제나 대상, 언어가 지시하는 의미의 구체성에서 벗어나 언어와 기호 사이의 원초적인 움직임에 초점을 둔 작품을 통해 관람자를 사로잡습니다.
《삼삼》은 이슬기 작가가 한국에 몇 개월 동안 체류하며 고안해낸 ‘현판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꾸준히 해온 ‘이불프로젝트 : U’ 새로운 이불 작품들, 대규모 설치 작업을 재편성한 ‘느린 물’, 갤러리현대 전 층을 가로지르는 ‘모시 단청’, 벽화 작업 안에 설치된 ‘쿤다리’, ‘K’, ‘바가’ 등 30여 점을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소개되는 신작인 <현판프로젝트>는 도안화된 의성어나 의태어를 나무 널빤지 위에 새겨 단어의 의미와 외형의 연결고리를 해학적으로 형상화한 작업입니다.
2019년부터 탐구해 온 ‘문’이라는 주제를 확장해 나갑니다. ‘들어가는 곳’, ‘나가는 곳’, ‘우리가 있는 곳’이라는 세 가지 공간을 암시함으로써 각기 다른 관점에서 하나의 사건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라쇼몽(羅生門, Rashomon) 현상’과 같이 동일한 사건이라도 입장에 따라 본질을 다르게 인식하는 현상과 유사합니다.
이슬기 작가는 “한국어의 의성어는 매우 그래픽적이다. ‘쿵쿵’, ‘쾅쾅’, ‘꿍꿍’ 등의 단어는 모두 ‘삼삼한’ 장면을 생성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판에 새긴 단어가 특정한 의미가 없는 의성어로, 과거 중요한 이름이 새겨졌던 현판과는 대조적입니다.
↑ 이슬기, 모시 단청, 2024, 단청, 700 x 1000 cm |
<모시 단청>은 전시장의 세 개 층을 가로지르는 벽화로 ‘긋기단청’이라는 전통 기법을 사용해 단청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이 벽화는 마치 직물의 직조 방식을 연상시키는 가로와 세로선이 조화롭게 짜인 작품으로 지하, 1층, 2층에 놓인 작업들이 하나의 완전한 작품으로 연결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 이슬기, 느린 물, 2021, 나무 문살에 단청 채색, r. 1100 cm |
작품 <느린 물>은 문살과 단청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의 전통 기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고대 로마의 ‘빌라 디 리비아(Villa de Livia)’의 프레스코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격자 무늬는 전시장 바닥에 수많은 구멍이 담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문살 하나하나에 입혀진 다채로운 색상은 관람객들이 전시 공간을 거닐며 여러 각도로 감상하도록 유도합니다.
한편 이슬기 작가는 1992년 프랑스 생활을 시작으로 세계 여러나라의 민속적 요소와 일상적 사물, 언어를 기하학적 패턴, 선명한 색채로 표현한 조각과 설치 작품을 통해 독창적인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