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안 할 때 뇌 청소가 시작된다
지난 5월 12일 ‘한강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대회에는 35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80팀이 참가했는데, 최종 선발된 이들이 한 일은 오직 하나다. 90분 동안 말없이 움직이지 않고 멍한 상태를 유지한 것. 대회까지 열어 멍 때릴 일인가 싶지만, 이유가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멍 때리기는 뇌 부위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를 활성화시켜 뇌를 초기화시킨다. 뇌는 정보가 과하게 유입되고 스트레스가 축적되면 과부하에 걸린다. 멍 때리기를 통해 의식적으로라도 외부 자극과 인지 작용을 최소화하고, 뇌를 쉬게 하는 일이 필요한 이유다. 깨끗이 정리된 뇌가 보다 기민하게 작동하고 작업 능률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맥락에서 멍 때리기는 창의력을 자극한다. 일본 도호쿠대학의 실험에 따르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뇌의 백색질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혈류가 개선되었고,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 (사진 언스플래시) |
멍 종류가 다양하지만 한 가지 없는 멍이 있다면 ‘폰멍’ 아닐까. 멍 때리기의 제1원칙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는 일이다. 전문가들도 SNS를 들여다보는 것은 멍 때리기로 간주하지 않으며, 고개를 들고 시선을 멀리 던지며 자연물을 바라보기를 추천한다. 멍 때리기 장소에 제약은 없지만 가급적 업무 공간을 벗어나면 좋다. 새롭고 낯선 공간은 뇌를 환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멍 때리기와 명상은 구분해야 한다. 명상은 의식을 집중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행위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머릿속을 비우는 멍 때리기와는 거리가 멀다. 너무 자주 멍을 때리는 것도 삼가야 한다. 잦은 멍 때리기는 주의력 결핍을 불러올 수 있으며, 뇌세포 노화를 촉진한다는 연구가 있다. 멍 때리기는 하루에 한두 번 정도로 하고, 한 번에 15분을 넘기지 않게 한다.
Tip 멍 때리기로 눈 건강도 지킬 수 있다. 먼 곳을 응시하는 동안 모양체와 수정체가 이완되면서 피로를 푼다. 이를 위해 시선은 적어도 40cm 이상 거리를 두고 멍 때리는 것이 좋다.
[글 송이령(프리랜서)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3호(24.6.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