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AI생성 이미지) |
미술품을 사고 파는 아트 박람회가 문전 성시를 이루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그래서 어떤 작품 또는 어떤 콘셉트를 보고 즐기는 행동은 이 시대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놀이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 셰일라 힉스 ‘착륙 ATTERRISSAGE’
오랜 세월 동안 독특한 텍스타일 아트를 선보여온 그는 이번에는 ‘착륙’이라는 콘셉트 하에 루이비통 재단 소유의 작품 3점을 선보인다. 무료 전시이며, 온라인에서 예약만 하면 된다. 이번 전시는 루이비통 메종 서울에서 열리며, 9월 8일까지 지속된다.
#1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장 초입에 설치된 ‘역행 시계’(dncmr). 스기모토 히로시 신소재연구소 창립자가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설치 작품이다. |
↑ ‘무준사범(無準師範)의 사찰 현판 글씨 모사본’, 스기모토 히로시, 2022, 개인 소장품 |
전시는 총 3개의 챕터로 되어있다. 소재의 변신과 색채, 형태와 디자인, 범세계적인 호기심이 그 3개의 장이다. 이 콘셉트 하에 장인의 독보적 기술로, 자연과 문화에서 영감을 가져온 디자인으로, 장대한 시간을 걸쳐 탄생한 시계와 주얼리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까르띠에의 제품을 상품화하기 위해 계획되지 않았다. 시간이라는 인류 역사의 유구한 흐름 속에 단지 브랜드의 제품들이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에 대한, 그래서 헤리티지를 보유한 제품들은 주제 속 오브제로 기능할 뿐이다.
↑ 까르띠에 ‘Mystery Clock’, ‘네크리스’ 까르띠에, 1990, 플래티늄, 화이트 골드, 다이아몬드, 까르띠에 소장품 |
↑ 까르띠에 d’Art 로통드 드 까르띠에 워치, 롱드 루이 까르띠에 워치와 주얼리,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에서 만나는 주얼리 컬렉션 |
전시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상징(이 되어버린)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오픈 10주년이라는 결정적 시간이 함께 하고 있다. 이렇게 의미가 부여된 공간에서 이번 전시를 위해 협업한 이들도 주목할 만하다. 사실 해당 전시는 5년 전 동일한 주제로 도쿄에서 열린 바 있는데, 그때 전시 공간 디자인을 맡았던 아티스트 스기모토 히로시와 건축가 사카키다 토모유키가 이끄는 신소재연구소(New Material Laboratory Lab)가 이번에도 참여했다.
동시에 국내 전통문화연구소인 온지음도 전시장을 한국적 소재로 꾸미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처럼 전시는 우리네 역사적 시간이 생성해낸 보석 같은 결정들을 작품화하여 만나볼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는 DDP 아트홀 1, 컨퍼런스홀에서 6월 30일까지 개최된다.
#2 ‘힙노시스: 롱 플레잉 스토리’
↑ ‘힙노시스: 롱 플레잉 스토리’ |
보통 LP는 분당 33회전을 돌면서, 한 면의 러닝타임이 약 25분 정도 된다. 그러니까 앞뒤를 모두 더하면 최장 90분 정도의 음악을 수록할 수 있다. 일반적인 영화 한 편의 길이와 맞먹는다. 이렇게 LP의 어원을 제목으로 한 전시회가 하나 있다. 음악 산업의 황금기 시절, 전설적인 앨범 재킷 디자인을 선보였던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의 전시회다.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가 활동하던 1960~70년대에 그들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직접 사막을 오르고, 바다 한 가운데로 양을 옮겼다. 심지어 몸에 불을 붙이기도 했고, 거대한 돼지 풍선을 하늘에 띄우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낸 힙노시스의 걸작 앨범 아트워크에 대한 ‘롱 플레잉(LP)’ 스토리를 보고 들을 수 있는 전시화가 바로 ‘힙노시스: 롱 플레잉 스토리’다.
↑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Wish You Were Here’, 1975,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The Dark Side of the Moon’, 1973 |
↑ 폴 매카트니 앤 윙스(이하 윙스)Paul McCartney and Wings, ‘Band on the Run’, 1973 윙스Paul McCartney and Wings, ‘Venus and Mars’, 1975, 나이스The Nice, ‘Elegy’, 1971 |
↑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Houses of the Holy’ 1973,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Presence’, 1976,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Scratch’, 1978 |
요즘 같으면 합성으로 불을 갖다 붙이기만 하면 될 거다. 그런데 1975년엔 사람 몸에 직접 불을 붙였었다. 원시적이지만 이런 노력 끝에 우리가 현재 걸작이라 부르는 앨범 재킷들이 탄생한 것이다. 이 중심에 영국의 힙노시스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는 굉장히 시기적절한, 그러면서도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트렌드 최전선의 전시회다. 이 흥미로운 전설을 보고 들은 후, 서촌을 거닐다 LP 바에 들러 노래 하나 신청해보길 바란다. 전시는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8월 31일까지 개최된다.
#3 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
↑ Philippe Parreno(1) 리움미술관 제공 / 사진 김제원 Photo Studio kim je won |
파레노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다시 결합되는 영역을 탐구하는 작가다. 그는 예술 작품과 전시를 대하는 방식을 실험하면서 시간과 기억, 인식과 경험, 관객과 작품의 관계를 고민하고, 개별 작품을 집결해 선보이는 자리가 아닌 통합적인 경험의 장으로 전시를 제안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 역시 사진, 그래픽, 조각, 영상, 설치 등의 다양한 매체가 한데 어우러지는 거대한 무대 환경을 만들어낸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필립 파레노의 이번 전시는 하나의 목소리가 아닌 다수의 목소리(VOICES)다. 이 다수의 목소리는 작가의 작업 속에서 일관되게 등장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보이스’는 필립 파레노의 199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대형 미술관 중 하나인 리움미술관 전체 공간을 사용하기에 대규모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공간을 압도하는 새로운 목소리와 전시 자체를 조율하는 인공두뇌가 등장한다. 이 인공지능의 목소리에 한국 배우 배두나가 참여했다. 아마 전시장에 가본다면 이 인공지능이 어떻게 전시 자체를 조율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필립 파레노의 이번 개인전은 현대 미술의 흐름이 어떻게 전환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의 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전시를 본 후 서울이란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이주영, 리움미술관, 그라운드시소]
[일러스트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AI생성]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2호(24.6.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