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에 열릴 올림픽에서 가장 기대되는 종목은 한국 양궁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신체 부위는 어디일까.
이재호 교수의 신간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는 양궁 선수는 활시위를 당겨 고정하는 '앵커링' 단계에서 활시위로 입술과 코를 누르고 경기를 마친 양궁 선수의 입술에는 눌린 자국이 남는데 입술이 중요한 것은 양궁 선수들이 조준할 때 항상 입술의 같은 부위에 활시위를 고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위치가 1㎜만 달라져도 화살이 과녁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는데 입술 주위의 감각이 예민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저자 이재호 교수는 하계 올림픽 중 28개 종목을 선별해 스포츠에 담긴 인체의 속성을 해부학으로 풀어냈는데 복서에게 치명적인 뇌세포손상증을 가져다주는 펀치 드렁크 신드롬이 만연함에도 국제복싱협회가 헤드기어 착용을 폐지한 이유를 파헤치며 시작합니다.
알리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해부학자의 눈에는 벌침처럼 날카로운 스트레이트의 원천이 되는 알리의 유연한 날개뼈, 즉 앞톱니근이야 말로 나비의 우아한 날갯짓 그 자체로 복서의 날개뼈가 치명적인 무기라고 분석합니다.
올림픽에 5차례 출전해 28개의 메달을 딴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8천500㏄의 폐활량은 건강한 남성 평균 폐활량(약 3천500㏄)의 2.4배 수준. 폐활량이 크면 호흡이 유리하며 그만큼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커지는데 폐활량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므로 펠프스의 엄청난 폐활량은 훈련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분석합니다.
저자는 의학을 넘어 스포츠 종목의 역사적 연원과 과학기술, 사회적 함의도 살피며 수영선수의 전신 수영복이 빚은 기술 도핑부터 자본의 논리에 함몰된 비인기 종목의 숨겨진 가치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와 관점을 흥미롭게 넘나듭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2주년을 맞아 첫 회고록을 '외교안보 편'으로 출간했습니다.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 재임 기간 긴박하고 중요했던 외교·안보를 중심으로 주요한 정책 결정의 전후와 매우 급했던 국제 정세, 세계 정상들과 펼친 회담과 물밑 협상, 비로소 밝히는 소회와 후일담을 포함한 공과의 여정을 처음으로 밝힙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3번의 남북정상회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수차에 걸친 한미정상회담,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두 번의 북미정상회담, 남북미 판문점회동까지,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진 세계사적 사건의 막전막후에서 중재자이자 협상가 역할을 도맡은 문재인 전 대통령 결단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재임 60개월 시기 대부분을 보좌했던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 질문을 던졌고, 각 시기 주요 장면을 담은 사진 100여 장도 함께 실렸습니다.
'나'라는 개성적인 개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우리는 부모님에게서 물려받는 평균 70개의 돌연변이를 통해 부모님과는 다른 독립적인 개체로 구분 지어지는데 '나'의 키를 결정하는 과정에선 3,000개 이상의 유전체 단편이 옹기종기 모여 치열한 과정을 거칩니다.
일상에서 한 번쯤 떠올리기 마련인 엉뚱한 질문들 끝에는 '유전자'라는 경이로운 해답이 숨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유전자인류학자인 에블린 에예르는 신간 '세상 친절한 유전자 이야기'를 통해 35가지 주제의 쉽고 흥미로운 유전자 상식을 전합니다.
뇌의 진화부터 지능의 기원까지, 멸종해버린 인류 사촌들의 운명부터 피부색의 비밀까지.
뜨거운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호모 사피엔스가 북극까지 점령할 수 있었던 비결이나 우유를 거부해야 마땅한 인류가 유제품을 거뜬히 소화해내는 비법도 전부 유전자의 힘에 있다고 알려줍니다.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이는 우리 삶의 모든 사건은 유전자라는 거대한 뿌리를 공유하는데 몸속을 떠도는 2만 개의 DNA의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2021년 선거에서 패배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국회의사당을 점거했고 트럼프는 지지자들의 정치 테러를 독려했습니다. 공고해 보였던 미국 민주주의 체제는 왜 위험에 빠진 것일까.
신간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는 미국의 헌법, 선거 제도, 현대사와 함께 프랑스, 헝가리, 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합법적으로 무너진 과정을 살펴보면서 극단적 사상을 가진 소수가 어떻게 상식적인 다수를 지배하게 되는지 설명합니다.
저자는 선거인단 제도에 의한 대통령 간접 선출, 불평등하고 지나치게 강력한 상원 제도, 최다득표자 선출제(소선거구제), 대법원 판사 종신제, 지독하게 어려운 헌법 수정 요건 등이 미국에서 소수의 지배를 떠받치는 기둥들이라고 지적합니다.
민주주의 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헌법에 기반을 두고 극단적 갈등을 막고 다수의 횡포를 견제하고 정치적 소수를 보호하려고 고안된 제도입니다.
그러나 다수의 의지가 좌절되는 상황이라면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나 효능 감이 약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수의 지배가 가능하다면 다수를 위한 정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소수의 지배는 다수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지배'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대원칙입니다. 책은 정치적 소수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가진 반다수결주의적 제도들에 숨겨진 소수의 독재라는 새로운 위험성을 제기합니다.
한국시단을 대표하는 서정시인으로 올해 등단 40주년을 맞이한 도종환 시인의 12번째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이 출간됐습니다.
3선 국회의원이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현실정치에 투신한 시인은 "전쟁 같은 일상"을 살아온 고뇌의 흔적들을 진솔한 언어로 풀었습니다.
나와 다른 것을 혐오하는 세태, 거친 분노의 언어가 들끓는 어둠의 시대. 표제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은 양극단의 언어만 난무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반영합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용을 추구함으로써 흔들리지 않는 조화, 즉 정오에 다다르게 된다는 뜻으로. 알베르 카뮈는 이 정오를 '균형 잡힌 시간'이라고 했는데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은 균형이 깨진 시간, 거칠고 살벌한 죽음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시인은 균형을 회복하려고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1418년 8월 11일, 아버지(태종)가 22살 아들에게 왕의 권력을 넘겼다. 그 아들이 나다."
스물두 살 청년 이도가 아버지 태종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으며 꺼낸 첫 마디입니다.
책 '이도 다이어리'는 조선의 제4대 임금인 세종 33년 재위기간 사관이 남긴 실록을 '역사적 사실'과 '사람의 감정' 두 축을 균형 있게 다루며 세종의 일기처럼 써내려간 33편의 이야기입니다.
"'새 문자를 만들겠다'라는 결심은 오래전에 했다. 그리고 수년 동안 계속된 여진족과의 혼란에서 장교급 군인들이 글자를 읽지 못해서 드러난 어이없는 작전 실수들을 지켜보면서, 한자를 대체할 쉬운 글자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특히 군대 안에는 한자를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장교가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작전수행 능력이 형편없는 오합지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336쪽
신간 '이도 다이어리'를 쓴 김경묵 작가는 삼성전자에서 20년간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책에서 세종실록에 숨어 있는 현장의 '대화'를 다이어리 형식으로 풀어냈습니다. 덕분에 사람들의 감정과 심리상태는 마치 지금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합니다.
특히 당시의 관직명을 현재의
세종 33년간의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문화는 물론 국가 통치 철학,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 사상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현대적인 일기 형식으로 재구성한 점이 참신합니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