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가입하기는 쉬워도 해지하기는 쉽지 않다. 해지 버튼은 찾기도 어렵고, 몇 번이고 반복해 고객 서비스 전화로 연결되거나, 미로처럼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헤매야 가까스로 해지에 성공할 수 있다. 구독자가 전화 대신 채팅을 통해 해지에 성공하는 데 무려 17분이 걸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다크패턴’이란 사용자의 자율성, 의사결정, 선택을 방해하거나 손상하도록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를 뜻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에어비앤비 같은 글로벌 숙박 예약 사이트부터 대선 후보의 후원금 모금까지, 온라인 비즈니스가 트릭을 설계하고 사용자를 현혹하는 방법을 낱낱이 공개한다.
특히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고 편향된 사고와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행동과학과 인지과학 연구 결과가, 기술 발전과 결합하면서 어떻게 악용되는지 밝힌다. 조종당하는 인간에서 경제적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효율적인 조언서다. ‘길치’ 생물학자의 매혹적인 두뇌 탐사기
↑ 뇌, 가장 위대한 내비게이션 크리스토퍼 켐프 지음 / 홍경탁 옮김 / 위즈덤하우스 펴냄
“기억하라. 방황하는 이들 모두가 길을 잃은 사람들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러나 길을 잃어 방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길 찾기는 매우 고도화된 지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먼저 공간을 기억해야 하고, 그 공간의 뒷면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멀리 떨어진 방향을 인지한 상태에서 주변 풍경의 기억과의 대조를 통해 방향을 찾아내야 한다. 신경과학자들은 이제 장소세포(place cell), 격자세포(grid cell), 머리방향세포(head-direction cell) 등 길 찾기에 관여하는 매우 다양하고 특별한 뉴런 집단을 식별해 설명한다.
이 책은 뇌과학의 관점에서 길을 찾는 평범한 능력이 실은 인간 지능의 핵심임을 밝혀낸다. 스스로 ‘길치’임을 고백하는 저자는 길 찾기는 일상적인 행위지만, 사실 뇌의 거의 모든 영역이 활성
화되는 특별한 사건이라고 강조한다. 길을 찾을 때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 있다면, 지적 활동의 메커니즘 또한 알 수 있다는 것. 가령 장소세포가 위치와 공간에 반응하는 방식은 놀랍게도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과 맞닿는다.
[ 글 김슬기·박찬은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0호(24.5.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