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8,000m 이상의 고봉은 14개이다. 이 중 에베레스트 등 8개가 네팔에 있다. 해서 4,000m 정도의 산은 이름도 붙이지 않고 그저 ‘앞 산’ 정도로 부른단다. 네팔은 인도 북쪽 지방과 거의 같은 문화권으로 음식도 우리가 아는 인도와 거의 흡사하다.
↑ 네팔음식 거리
과거, 서울 창신동 골목마다 작은 봉제 가게들이 즐비했었다. 2000년대 전후, 한국에 일거리를 찾으러 온 네팔인들은 월세가 싸고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이곳을 주로 찾았다. 네팔인들이 많아지면서 그들만의 식당도 생겼다. 바로 창신동 네팔음식 거리가 생기게 된 이유다. 지하철 동대문역 2번, 3번 출구 사이 작은 골목에 네팔음식 거리 입구가 있다.
창신동의 이색적인 풍경
요즘의 창신동은 핫하다. 도시재생 공간 기획업체 글로우 서울이 선보인 중식집 창창이나, 디저트 카페 홍콩밀크컴퍼니 등으로 유명한 절벽마을이 MZ세대의 호기심을 두드렸기 때문. 하지만 창신동의 또다른 골목, 네팔음식 거리는 오랫동안 특색 있는 동네로 자리를 지켜왔다.
이곳 터줏대감은 2002년에 문을 연 ‘에베레스트’다. 내부는 이국적인 장식으로 알록달록하다. 한국인들은 주로 커리, 탄두리 치킨, 난, 그리고 인도의 전통 요거트 음료 라씨를 찾는다. 이 에베레스트도 그렇지만 이 근처 네팔 음식 전문점의 특징이 있다. 바로 난의 크기다. 난만 4개를 시켜도 테이블을 다 덮을 만큼 그 크기가 일반적인 가게와는 다르다.
골목에는 일반인들이 신과의 의사 소통을 위해 행하는 의식이라는 뜻의 ‘뿌자’ 레스토랑, 네팔인 부부의 아이 이름을 딴 ‘수베차’, 감자, 렌즈 콩들을 섞어 만든 타르 커리와 염소 고기 커리가 특징인 ‘데우랄리 네팔’, 커리와 인도식 튀김 만두 사모사를 파는 ‘에베레스트 커리월드’ 등이 있다.
한국에 있는 네팔인은 약 4만 명으로 꽤 많다. 그들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면 이 창신동 네팔거리는 만남의 장소가 된다. 그때면 ‘서울화 된 네팔음식’보다 전통적인 네팔음식이 등장한다. 걸으면 이국적이지만 묘하게 정겨운 거리다.
↑ 에베레스트 내외부 전경
[글과 사진 장진혁(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0호(24.5.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