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개길은 약수동에서 한남동으로 가는 언덕길이다. 에스프레소 바의 상징 같은 리사르커피를 시작으로 보물 같은 숍들이 이곳에 많이 모여 있다. 힙하고 레트로한 매력까지 모두 품은 곳들이다.
↑ (왼쪽부터) 와일드덕, 춘풍양조장 내외부(사진 장진혁)
약수동 버티고개길. 옛날에는 고개 길이 좁고, 도둑도 많아 길이 험하다 보니 외모가 험악하고 심성이 나쁜 이들을 보고 “밤중에 버티고개에 가서 앉을 놈이다”라 했단다. 지금 이 동네 랜드마크는 금돼지식당과, 성시경 유튜브 ‘먹을텐데’에 나온 약수순대국이지만, 최근 SNS에서 떠오르는 몇몇 숍 역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버티고개길의 가장 큰 특징은 주거, 상업, 재래시장이 한곳에 모여 있다는 것. 앞서 말한 숍 역시 골목골목에 숨어 있어 보물찾기하듯 찾아야 한다. 버티고개길은 신당동에서 한남동으로 넘어가는 딱 중간이다. 즉 ‘한남동 힙함’과 ‘신당동 레트로’를 동시에 품고 있는데 이 점이 찐 매력이다.
보물찾기 속 보물 같은 숍
골목 빌라 1층 리사르커피는 에스프레소 바 트렌드를 이끈 상징 같은 곳이다. 아침 7시에 열고 오후 3시30분이면 닫는다. 쓰거나 신 맛보다는 향과 맛이 진한 에스프레소로 출근길에 서서 한 잔 마시는 MZ들의 입소문을 탄 곳인데, 아직 2,000원대의 착한 가격이다. 카페 와일드덕은 빌딩 지하 1층에 있어 찾기가 만만치 않다. 내려가면 예쁘고 진한 초록초록한 창문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앞에 서면 모두 ‘청춘’이 된다.
춘풍양조장은 전통주에 빠진 이들이라면 주목해볼 만한 곳이다. 1층은 양조 및 시음공간, 2층은 바, 특히 3층은 막걸리가 발효되는 이미지 인테리어가 특이하다. 미주 한 잔 시음해도 좋지만 도수가 12도로 꽤 진하다. 서울 3대 아구찜 약수동해물텀벙은 예능 프로그램 ‘줄서는 식당’에 소개된
집. 이곳에선 특히 해물계란찜을 꼭 먹어보자. 국물 자작한 계란찜에 해물이 가득하고 특히 위에 얹어진 살짝 익은 굴이 맛있다. 돼지갈비 노포 우성갈비의 맛의 비결 중 하나는 불이다. 숯불인데 그 아래는 연탄불로 연탄과 숯의 훈연의 조화가 기가 막힌다.
[글과 사진 장진혁(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6호(24.4.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