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요리책 아닌, 삶과 도시 농부 경험 담아낸 에세이
조영학 작가의 SNS 아이디는 ‘붥덱’(부엌데기)이다. 아내가 발을 다친 후 부엌에 들어가기 시작한 요리에 대해 ‘출판번역을 이십 년 붙들고, 야생화를 십오 년 이상 쫓아다니고, 텃밭 재배를 십 년 넘게 한 작가는 “집밥만큼 고급 기술이 필요한 일은 단연코 없었다”고 말한다.
‘펜 대신 팬을 들다’라는 부제를 지닌 이 책은 몸을 다친 아내 때문에 작가가 부엌을 접수한 날부터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글로 담은 에세이다. 1부에는 아내를 위한 밥상 차리기의 이야기가, 2부에는 텃밭을 가꾸며 삶을 음미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 조영학 지음 / 틈새의 시간 펴냄 |
“개폼만 잡는 남자가 상남자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칠 줄 아는 남자가 상남자여야 하듯, 부엌데기는 집에서 밥이나 하는 여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을 뜻한다. 누구도 함부로 업신여길 이름이 아니다. 밥상 너머에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이놈의 사회는 언제쯤이나 깨달을까?”(본문 가운데)
↑ 조영학 지음 / 틈새의 시간 펴냄 |
털별꽃아재비, 윤판나물, 홀아비꽃대, 나도송이풀, 누린내풀 같은 발음도 힘든 식물의 이름을 줄줄 꿰는 그는 ‘잉여가치도 없고 착취와 비착취도 없이, 오로지 몸과 흙이 만나 삶을 만들어내고 삶을 나누고 그로써 내가 치유를 받고 살아갈 힘을 얻는’ 텃밭 가꾸기에서 삶을 발견한다.
책 속에는 작가가 다섯 살 때 집을 나간 어머니 대신 어린 동생들을 돌보던 누이가 자주 해주던 날달걀비빔밥 외에도 목울대를 시큰하게 하는 따스한 레시피들이 실려 있다. 『 아내를 위한 레시피』가 단순한 요리책이 아닌 이유는 가족과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가
#아내를 위해 밥상 차리는 번역가 #텃밭 에세이
[글 박찬은 기자 사진 틈새의 시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