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익이 1976년에 쓴 동명 원작은 라틴아메리카 퀴어문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1993년 뮤지컬로 브로드웨이에 올라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상, 작곡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연극 초연 이후 2015, 2017년 매 시즌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고, 이번이 6년 만의 귀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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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레드앤블루) |
몰리나는 감옥 생활의 따분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렌틴에게 영화 이야기를 해준다. 발렌틴은 탐탁지 않아 했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몰리나의 영화 이야기에 점점 빠져든다. 한편, 몰리나는 자신의 가석방 조건으로 교도소장으로부터 발렌틴에게 반정부 조직에 관한 정보를 캐내라는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감옥에서 두 사람은 점차 서로를 이해하면서 조금씩 미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자신을 여자라고 ‘믿으며’ 순수한 사랑을 갈구하는 몰리나와, 현실의 정치적 신념이 중요한 정치범 발렌틴. 애초부터 두 사람의 처음은 ‘잘못된 만남’이었다. 하지만 작은 감방은 전혀 다른 두 사람에게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준다. 그리고 그 시간의 흐름에서 몰리나와 발렌틴은 서로를 받아들여가고, 따뜻한 인간애와 사랑이 피어난다. 그 과정은 너무나 애절하고 그래서 더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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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레드앤블루) |
작품은 2인극이다. 그리고 무대 역시 좁은 감옥이 전부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 온전히 노출된 몰리나와 발렌틴의 모든 것에 집중한다. 남성임에도 여성의 성정체성을 중성적으로 풀어낸 몰리나 역의 전박찬, 이율, 정일우 그리고 자신의 이상과 신념은 확고하지만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발렌틴 역의 박정복과 최석진, 차선우는 6인6색의 같지만 다름을 보여준다.
작품은 사방이 막힌 감옥에서 얻는 의외의 자유를, 모든 것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이 온전치 못한 공간에서 사랑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성정체성, 사회 혁명 모두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거나 기댈 곳이 없다. 바로 억압적인 체제의 폭력성이 바로 가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별개의 이 두 지점이 합일을 이루는가에 대해서도 보는 내내 궁금증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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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레드앤블루) |
장소: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기간: ~20
시간: 월, 수, 금요일 8시 / 목요일 4시, 8시 / 토요일 3시, 7시 / 일, 공휴일 2시, 6시
출연: 몰리나 – 전박찬, 이율, 정일우 / 발렌틴 – 박정복, 최석진, 차선우
[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레드앤블루]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2호(24.3.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