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쏘는 첨단기술도 시작은 대장장이의 망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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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간 이야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진오 작가 |
'난 구식이야.' 20세기 전설적 섹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1926~1967)의 연주곡 제목(I'm old fashioned)이다. 이 곡엔 가사가 없지만 늘 어떤 문장을 떠오르게 한다. '구식임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구식이어서' 괜찮다는 말 말이다. 누구는 사무치는 회한을 느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그 선율은 아름답고 그저 근사하다.
정진오 작가가 다룬 대장장이는 오래된 것 중에 오래된 것이다. 『대장간 이야기』에서 작가는 이 '구식'에 새로 빛을 비춘다. 그의 애정 어린 시선은 작은 촛불 같다. 책은 1938년생 송종화 장인과 1945년생 이규산 장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60~70년 오직 대장장이로 살아온 두 사람의 켜켜이 쌓인 산더미 같은 세월을 찬찬히 조명하고 있다. 송종화 장인에게 전국에서 엿 가위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줄을 이었다는 이야기, 이규산 장인이 2008년 불 탄 숭례문을 복구하는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문장마다 오랜 세월 기자로서, 한 사람의 이야기꾼으로서 작가가 이뤄온 탁월함이 눈에 든다. 그것은 세상사와 사람에 대한 세밀한 관찰, 그 정수를 슬그머니 끄집어내는 통찰이다. 작가의 문장은 과시하지 않고 간결하지만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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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오 작가가 낸 『대장간 이야기』 |
대장장이가 하는 일은 영영 사라지고 있다. 후계자가 없다. 작가는 그러나 회한과 낭만에 그치지 않았다.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첨단기술의 원점은 결국 작은 못 하나를 두들겨 만든 대장장이 기술이었음을 선언하고 있다. 나아가 대장장이와 그 기술이 신화와 문학, 역사, 미술, 영화, 음악, 지명, 철학 등 다양한 맥락에서 어떻게 등장하는지, 어떤 의미였는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날 잡아 곱씹어 읽어야겠다 싶은 하나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작가는 책을 쓰려고 몇 년을 안 가 본 곳 없다고 했다. 철을 다루는 곳으론 아마 가장 유명할 일본 남쪽의 작은 섬 다네가시마로 날아가 이제는 딱 한 명 남아 있는 대장장이 우메키 쇼지 씨를 찾아가 그의 일과 삶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작가는 3월 20일,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책의 주인공이나 다름 없는 이규산 장인을 모셔 『대장간 이야기』를 헌정했다. 출판기념회라기보단 헌정식이라 불러야 할 행사였다. 이규산 장인은 책을 받아 들고 "이젠 이 일이 영영 사라질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더없이 쓸쓸하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 얘기를, 그것도 책으로 써 준 작가가 있다는 게 너무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행사는 훈훈했다. 작가는 '아직 유명하지 않은데도' 이례적으로 출판사가 현장에 가져온 책 초판 100여 권이 전부 팔려나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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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인천의 한 북카페에서 작가가 이규산 대장장이 장인에게 책을 헌정하고 있다. |
작가는 인천에서 25년 동안 기자로 살았다. 남다른 애정과 통찰로 그는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