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 끝자락 추위가 유난하다고 느끼던 것이 엊그제 같다. 그러던 중 밥을 챙겨 주는 길냥이 하나가 구내염에 걸렸다. 겨울은 추위에 약한 길고양이들을 생명을 위협하는데, 특히 그중에서도 구내염을 앓는 길고양이가 부쩍 느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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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언스플래시) |
고양이가 구내염을 앓을 때 보이는 증상이 있다. 먼저 사료를 못 씹고 음식물을 먹을 때 비명을 지르거나 극심한 통증에 저도 모르게 머리를 비튼다. 침을 흘리는 것도 분명한 징조다. 염증이 생긴 점막이 항체를 가진 침 분비를 촉진해 침은 많아지는데, 입안 통증이 심해 삼키지 못하거나 입을 제대로 다물지 못해 밖으로 흘러나온다. 그래서 입 주변이 더럽고 구취가 심하다. 이런 이유들로 그루밍을 하지 못해 겉으로 보면 털이 몹시 지저분하고 많이 뭉쳐 있다. 통증 때문에 먹지를 못하니 비쩍 마르고 결국은 영양실조로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구내염에 걸린 길고양이를 도울 방법이 아주 없진 않다. 우리 동네 길고양이 ‘츄츄(츄르를 좋아해서 내가 붙인 이름인데, 불러도 반응은 없다)’가 최근 밥을 먹을 때 머리를 비틀고 끈끈하고 긴 침을 흘리는 것으로 보아 구내염일 거라 짐작했다. 사료 먹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동네 수의사에게 보였고, 몸무게를 추정해 일주일 치 약을 받을 수 있었다. 수의사는 입안에 다른 병증이 있거나 이빨 사이에 이물질이 끼어도 그럴 수 있다며, 구내염 약을 먹고도 호전되지 않으면 진료를 해야 하는데 포획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중성화 수술을 시키려 포획을 시도했다가 이미 실패한 경험도 있고, 경계가 심해 포획은 어렵다고 답했다. 수의사는 그렇다면 약물 치료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테니 “부디 구내염이길 바라자”고 해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약을 받아 왔다. 다행히 츄츄는 습식 사료에 약을 섞어 먹인 지 사흘째부터 나아지는 기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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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언스플래시) |
구내염 예방을 위해서는 꾸준한 양치질이 기본이지만, 예방 차원의 관리법은 있다. 겨울에는 고단백 사료로 영양을 채우고 음수도 자주 체크해 깨끗하고 먹기 좋은 상태로 관리해 준다. 또 습식 사료보다는 건식 사료를 급여해야 좋다. 입이 아프면 건식 사료보다 부드러운 습식 사료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습식 사료는 건식 사료에 비해 음식물이 이
구내염이 재발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오늘도 츄츄가 밥 먹는 모습을 몰래 지켜본다. 츄츄가 이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건강하게 봄을 맞이하길 바라면서.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1호(24.3.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