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영화이론서 국내 발간『영화의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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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먼 배런코언 지음 / 강병철 옮김 / 디플롯 펴냄 |
『패턴 시커』
직감적으로 패턴을 파악하는 능력을 타고난 알은 16살에 집을 떠나 전화 교환원으로 일하며 돈을 벌었다. 그는 이 해에 첫 발명품을 내놓았다. 무인 전신국 사이에서 모스 부호로 신호를 전송하는 자동 중계기라는 장치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는 끊임없이 발명을 계속했다. 놀랍게도 자폐인들은 많은 경우 뛰어난 패턴 탐구자인 경우가 많으며, 이 재능은 발명과 연관성이 있다.
케임브리지대 발달정신병리학 교수 사이먼 배런코언은 과학기술 연구자들이 자폐적 특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자녀 또한 자폐인 비율이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에디슨은 ‘만일-그리고-그렇다면’ 패턴으로 1만 번씩 검토하는 연구와 실험을 통해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며 수많은 발명품을 쏟아냈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또한 이 패턴을 반복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힘을 찾아냈다.
저자 배런코언은 이 책을 통해 비언어적 시각 지능 검사에서 자폐인은 비자폐인보다 40% 더 빨리 패턴을 감지했다는 로랑 모트롱의 연구와 자폐인이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공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점을 밝힌 2013년 실리콘밸리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낡은 세계관으로, 신경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사람들을 분류해버리곤 한다. 하지만 인간의 다채로운 인지능력을 옹호하는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며 자폐인을 옹호한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나무에 오르는 능력을 기준으로 물고기를 평가한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 스스로 멍청하다고 여기며 살아갈 것이다.”
『영화의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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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지음 / 김태환·이경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
크라카우어는 영화 매체 고유의 특성을 탐구하는데 그가 보기에 영화의 본질은 가시적인, 혹은 잠재적으로 가시적인 물리적 현실을 기록하고 드러낸다는 점에 있었다. 크라카우어는 300여 편에 달하는 영화들을 사례로 제시하며 영화의 세부 요소들을 고찰하면서 자신의 테제를 구체적으로 입증해 보인다.
한때 크라카우어의 이론은 지나간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거나 ‘순진한 리얼리즘’ 이론이라는 식의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영화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생리학적 접근 방식과 같이 선구적인 사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영화 연구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읽히고 있고, 여전히 읽
국내에서는 다소 늦게 소개된 감이 있다. 이번 책의 출간을 계기로 더욱이 바이마르 시대에 저술한 초기작들도 국내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크라카우어에 대한 보다 활발한 독서와 입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