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파워, 즉 문화 예술 산업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980~90년대 출판된 소년 만화다. 지난해 한국에 붐을 일으킨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를 비롯, 해적왕이 남긴 보물을 찾아 떠나는 대해적 시대를 그린 『원피스』, 그리고 중국의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어드벤처 만화 『드래곤볼』은 국내 문화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중에서도 『드래곤볼』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는 일본 만화계 거장으로 불리며, 창작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 넣었다. 지난 8일, 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에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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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버드 스튜디오, 슈에이샤, 토에이 애니메이션 제공) |
특히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와, 그의 대표작 『드래곤볼』은 일본에서도 전무후무한 기록을 소유하고 있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10년이 넘는 장기연재 동안 단 한 번도 연재 펑크를 낸 적이 없었고, 『드래곤볼』은 40여 개국에서 애니메이션 방영, 전 세계적으로 2억6,000만 부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지금도 그 기록을 넘고 있다). 1995년 연재 종료 이후에도 『드래곤볼』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TV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 문화 산업 콘텐츠 제작이 이어지며 신드롬을 몰고 왔다. 2013년엔 애니메이션 영화 개봉 재개, 2022년 영화 <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의 경우 개봉 첫 주말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드래곤볼』 연재 종료 후 장기연재는 하지 않았지만, 각종 단편작 출시 및 게임 ‘드래곤 퀘스트’의 캐릭터 디자인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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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볼』 완전판(사진 서울미디어코믹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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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개봉 예정인 드래곤볼 애니메이션 시리즈 <드래곤볼 다이마> 스틸컷(사진 ©버드 스튜디오, 슈에이샤, 토에이 애니메이션 제공) |
『닥터 슬럼프』의 주인공 슬럼프 박사와 아리(아라레)부터, 『드래곤볼』 시리즈의 주·조연 캐릭터 손오공, 부르마, 무천도사, 크리링, 야무치, 천진반, 챠오즈, 피콜로, 치치, 손오반과 오천, 베지터, 트랭크스 등 작가는 다양화된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라인을 선보여왔다. 무엇보다도 『드래곤볼』속 레드리본군, 프리저, 셀, 마인 부우 등 에피소드별 악역 캐릭터 등장을 통해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이 성장하는 서사는 지금도 대표적인 소년 만화의 정석으로 꼽히고 있다. 이 밖에도 연재 기간 동안 『드래곤볼』은 일본 내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끼칠 정도였고, 현재 일본 내 소년 만화 계보를 잇는 『원피스』, 『나루토』 등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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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볼 SD 3’, ‘닥터 슬럼프 완전판 박스세트 1’(사진 예스24 제공) |
예스24는 토리야마 아키라 작가와 그의 작품 세계를 기릴 수 있는 추모전도 열었다. 해당 페이지에는 작가를 향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어린 시절 『닥터 슬럼프』와 『드래곤볼』와 함께한 독자들의 추모 메시지들이 모였다. 추모 메시지에는 ‘어린 시절을 풍요롭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돈*), ‘작가님의 작품 덕분에 많이 웃었고, 아버지와 함께 즐겁게 보던 추억도 만들 수 있었다’(Q****), ‘작가님의 작품이 있어 저의 10대가 즐거웠다’(O*****) 등 작가를 향한 애도와 감사를 표하거나, 『드래곤볼』 열풍을 직접 경험했던 과거를 추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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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Anthony Gallon) |
마지막으로 토리야마 아키라가 『드래곤볼Z』 마지막 편에 남긴 문장으로 기사를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아주 먼 옛날, 작은 만남에서부터 시작된 이 이야기는 마침내 현대로 되돌아왔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독자 여러분들 스스로의 눈으로 살짝 그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자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버드 스튜디오, 슈에이샤, 토에이 애니메이션,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학산문화사,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