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이 중요시되는 요즘, 캐릭터 인형 키링 상품이 1020세대 사이에서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특히 철사에 털실을 감아 만든 모루인형의 인기는 3040세대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모루인형은 ‘내손내만’(내 손으로 내가 만든)이 가능하다는 점과, 그 생김새처럼 복슬복슬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가방, 휴대전화, 집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일례로 셀럽들의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며 인기 키링의 문을 연 ‘모남희 키링’부터 뉴진스와 디자이너 브랜드 더오픈프로덕트의 콜라보로 화제가 된 ‘흑토끼 키링’, 아이들의 애착 인형으로도 유명한 ‘젤리캣 키링’ 등은 품절 대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브랜드다. 이들 상품은 팝업스토어 오픈런부터, 중고시장에서도 일반가 대비 몇 배 이상의 거래액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엔 모루(털실이 감겨 있는 철사) 공예를 통해 직접 인형을 만드는 ‘모루인형 키링’의 경우엔 Z세대에게 일종의 취미 활동으로 뻗어가고 있다. 모루인형은 브랜드 인형 키링처럼 오픈런에 품을 들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자신의 취향껏 저렴하고 쉽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삐뚤삐뚤한 외형, 삐쭉 튀어나온 털, 눈코입마저도 엉성하게 붙은 듯한 모루인형은 그 자체가 매력요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MZ세대의 커스텀 마케팅 ‘별다꾸’(별걸 다 꾸민다) 문화가 확산된 영향이 크다. 내가 꾸미는 모루인형은 나만의 개성과 스토리텔링을 지니고 있다. 나를 닮은 안경을 끼거나, 손에 항상 커피가 들려 있고, 헤어롤을 말고 있는 등 자신의 특성이나 좋아하는 것을 옮긴 듯한 모루인형을 만드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때론 명품 브랜드를 본 딴, 액세서리 위시리스트를 장착하는 등 내 맘대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루인형이 나의 아바타가 되는 셈이다.
매주 특별한 주제의 오프라인 클래스를 만나보는 삼성컬처랩의 원데이 클래스에서도 지난 1, 2월 모루인형 제작 원데이 클래스를 선보였다.
보디 전문 보습 브랜드 더마비(Derma:B)의 경우 지난해 9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캐릭터 ‘와사비베어’와 협업해 ‘더마비×와사비베어 컬래버 3종’을 한정 출시하기도 했다. 와사비베어는 털 인형 핸드메이드 작가 ‘슈가레인’이 선보인 캐릭터로,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 특성이 반영된 DIY 형태 인형이다. 동글동글한 체형에 보들보들한 털, 톡 쏘는 말투와 표정 등이 알싸한 와사비 맛을 연상시킨다.
의류 브랜드 ‘럭키슈에뜨’는 지난해 ‘행복한 양배추’를 뜻하는 신규 라인 ‘럭츄’를 출시, 초록색으로 뒤덮인 털과 코가 붙어 있는 신규 캐릭터를 선보이며 젠지(Gen-Z) 세대 공략에 나섰다. 럭츄의 양배추 캐릭터는 출시 당시 뜨거운 반응을 얻었는데, 해당 디자인의 의류뿐만 아니라 가방에 포인트를 주는 장식 역시 눈길을 끌기도 했다.
↑ 럭키슈에뜨의 럭츄(사진 코오롱FnC) |
사전 검색해본 모루인형 제작 선배들의 조언에 따르면, 이곳 상가에서 무턱대고 의상과 액세서리를 고르다 보면 돈 5~6만 원이 순식간에 깨질 수 있다고 하니, 근래 가장 신중해진다. 오랜 고민 끝에 3가지 색의 모루와, 옷가지, 부착할 액세서리도 골라 계산을 마쳤다(3개의 모루인형 재료로 약 3만 원 정도가 들었다).
↑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구매한 모루인형 제작 재료(사진 이승연 기자) |
엉성한 비주얼이 매력 포인트다 보니 초보자도 쉽게 완성시킬 수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가방에 하나씩 다는 개성 있는 패션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어느덧 훌쩍 커버린 내게 또 다시 애착인형이 찾아온 듯한 기분. 이런 재미에 Z세대가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 완성된 모루인형(좌)과, 키링 인형에 포장용 리본을 달아보았다.(사진 이승연 기자) |
[사진 이승연, 게티이미지뱅크, 코오롱FnC]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9호(24.3.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