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과사색의 길덕수궁 돌담길과 서울시의회 건물 사이로 들어서면 묘한 정적이 감돈다. 바로 옆 대로는 차로 가득한데도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이 골목에 있는 건물 때문일 것이다. 왼쪽은 덕수궁, 오른편은 세실극장, 대한성공회 주교좌 성당, 그리고 정면은 영국대사관이다. 궁궐과 성당이 주는 특유의 적막과 정숙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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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실극장과 달개비 |
해서 이 집 역시 음식을 통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공간이 되기를 기도하며 지은 이름이라도 한다. 다양한 정식과 전통주가 있으며 죽 조찬, 밥 조찬은 가격대가 합리적이다. 이 달개비에 바로 ‘통배 김치’가 있다. 팔각형 통배 안에 백김치를 넣어서 만든 동치미인데 모양과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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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실마루에서 본 덕수궁과 시청 앞 |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이 등장한다. 1890년 인천을 통해 서울로 온 영국성공회의 찰스 존 코프 주교와 사제 5명이 한국에서의 성공회의 시작이다.
이 터인 한옥집에 장림성당을 차렸다. 그리고 1922년 트롤로프 주교가 영국인 건축가 아더 딕슨이 설계한 성당 건축에 들어갔다. 로마네스트 양식으로 건물은 위에서 보면 십자가 형태이다. 하지만 1926년 자금 사정으로 건축은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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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회 |
성당 옆은 영국대사관이다. 영국대사관이 이 터에 자리한 것은 1884년이다. 그때부터 시작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덕수궁은 작아지기 시작했다. 영국대사관, 성공회 성당과 그 안에 이축한 경운궁의 교육기관으로 영친왕 이은도 수학한 양이재, 미국대사관, 그리고 정동길 중명전이 있는 공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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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대사관 |
1895년 경복궁에서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게 무참히 살해된 을미사변이 일어난다. 하루하루 생명의 위협을 받은 고종은 1896년 2월11일 새벽, 러시아 수군의 보호아래 세자와 극비리에 궁녀들이 타는 교자를 타고 경복궁 영추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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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로부터)경운궁 양이재, 덕수궁 보행길, 덕수 |
[글과 사진 장진혁(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