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런시먼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학과 교수에 따르면 인류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작동하는 인공 인격을 만들었다.
『핸드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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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 조용빈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
“국가가 인간으로 만들어진 기계일 수도 있다는 점. 다시 말해 일종의 로봇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인간과 비슷한 로봇이 아니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인간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로봇. 다만 이 경우는 인간이라는 부품이 살아 있어서 기꺼이 참여한다.”
국가와 기업의 가공할 만한 능력으로 인해, 산업화 이후 인류는 비약적인 발전과 성장을 이뤄냈다. 런시먼은 국가와 기업의 특징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복제성, 긴 생명력,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부담과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AI의 특성이기도 하다. 현대의 국가와 기업은 저마다 다른 모습이긴 해도 큰 틀에서는 비슷한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그런 면에서 이들은 복제가 가능하며 확장 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는 국가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에서 활약하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1세기 동안 몇몇 기업은 전통적으로 국가의 영역이었던 곳으로 다시 침투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고객들 간의 지적 재산권 분쟁을 중재할 것이며, 구글은 당신의 신원을 확인할 것이다. 메타는 언젠가 자체 통화를 갖기를 희망한다.
미래의 AI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들의 복제성과 확장성은 국가와 기업을 뛰어넘는다. 동시에 환경오염과 정치적 부패와 같은 예상 못한 문제도 만들어냈다.
저자의 질문은 여기서 나온다. 만약 국가 권력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컴퓨터 권력과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이미 카드와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우리의 동선이 드러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파시즘 통제 사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펼쳐질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디스토피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와 기업, AI의 유사성을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런시먼은 우리가 만들어낸 인공 대리인, 즉 현대의 국가와 기업에 우리가 어떤 식으로 권력을 이양했는지를 살펴보고, AI 시대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를 다각도로 예측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급진적인 주장을 던진다. “국가와 기업 그리고 로봇은 닮았다. 이들의 상호작용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디어 컬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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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은 지음 / 아트북스 펴냄 |
MBC <뉴스데스크> 등으로 낯익은 아나운서 김지은이 미술품 수집자들과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 나왔다. 그 자신도 20여 년간 작품을 수집해온 컬렉터로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서로 가진 아름다운 것들을 공유하자”고 제안한다. 그것이 ‘디어 컬렉터’라 이름 붙인 ‘예술로 연결하기’ 프로젝트의 시작이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일상 속 예술의 힘’은 서로를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주었다.
팬데믹에 시작해 엔데믹까지 약 3년간 진행한 프로젝트에는 모두 21명의 현대미술 컬렉터가 참여했고, 수백 통의 이메일, 수십 통의 전화가 오고갔으며, 방문 가능한 곳은 직접 찾아가 예술에 관한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작품을 수집한 컬렉터들의 컬렉팅 철학부터 현대미술의 선단에서 활약하는 예술가들과 동시대 미술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400여 점이 넘는 풍부한 작품 이미지를 감상하는 재미와 함께 미술의 현주소를 살피기에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되어준다.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지난 세대의 거장이 아닌, 니콜라스 파티, 조지 콘도 등 생생하게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현역’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점도 남다르다. 무엇보다
[글 김슬기 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3호(24.1.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