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서점가에 놓인 수많은 트렌드 예측 도서를 살펴보며 앞으로의 추세를 파악하고,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반영하는 것은 일종의 관례가 되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트렌드 도서는 사회의 불확실한 변화의 급류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정보력 코어’를 키우는 훈련 도구가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든다. 수많은 트렌드 도서들을 섭렵하고, 최근 유행을 알면 우리는 ‘트렌드를 알고, 예측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24』 → 분초사회
• 도서 『라이프 트렌드 2024』 → 올드 머니
• 도서 『Z세대 트렌드 2024』 → 트라이브십
• 도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 저성장 가성비 시대
소비의 새로운 주축인 2030세대 사이에서 떠오르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트렌드라고 부르는) ‘유행 키워드’는 사실상 단순한 소비 트렌드 성향에 가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용섭 Insight’를 통해 “트렌드 분석가는 시장과 산업을 분석한다”고 설명한다. 사회 내 이슈,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져오는 현상’ 파악이 가능하다. 그 흐름을 통해 트렌드 분석가에겐 비즈니스의 방향, 산업의 기술, 규제 등을 분석하는 등 민감한 반응과 대처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MZ세대 사이에서 탕후루가 인기’라는 정보를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자. 1020세대에게 탕후루는 한눈에 보기에도 예쁘고, 씹을 때 아삭한 소리를 내는 ‘재미있는’ 간식거리다. 그야말로 SNS에 인증하기 좋은 아이템. 홍대와 명동 등 관광지에선 탕후루 가게가 즐비하며, 한층 더 나아가 집에서 탕후루 만드는 방법, 탕후루 디저트 코스 등도 화제가 되었다. 이 같은 정보를 기반으로 대중들은 ‘탕후루=트렌드’로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선 어떨까. 이들은 해당 음식이 인기에 오르게 된 시점, 원인, 시장 규모, 앞으로의 추세까지 파악한다.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볼 때 그 유행이 어느 시점까지 다다를지, 이를 마케팅 아이템으로 활용했을 때의 이익과 손해 여부까지 도출한다는 의미다.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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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나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전문 채널을 구독하고, 시청하는 것도 좋지만, 보다 짧은 시간에 최신 이슈를 파악하고 싶을 때 우리는 고민 없이 SNS 앱을 가동한다. 최근 인기 있는 여행지, 맛집, 밈이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씩 업로드되는 이 공간에서 ‘미래의 트렌드 통찰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먼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팔로우’ 기능을 통해 내 관심사의 유행과 전반적인 동향을 살펴보고, X(구 트위터)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와 ‘리그램’ 기능을 통해서는 실시간 빠르게 퍼지는 이슈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전 세계 틱톡 인기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 영상을 찾아보면, 유행에 가장 예민한 선구자들을 통해 앞으로 어떤 것이 새롭게 화제가 되고, 어떤 유행이 식을지 또 어떤 영상이 밈처럼 퍼질지 예측해볼 수 있다.
↑ 구글 트렌드(사진 구글 웹페이지 화면 갈무리) |
#온·오프라인 서점가의 매대, 베스트셀러와 친해지기
에디터의 경우 기사거리를 찾을 때면 서점가를 한두 바퀴 둘러보곤 한다. 이곳에선 사람들의 현재와 미래의 관심사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서점가에 즐비한 ‘트렌드’ 관련 도서도 좋지만, 평소에도 서점 브랜드별 베스트셀러 목록과, 계산대 근처 매대를 주로 살펴본다.
↑ 서점가 풍경(사진 매경DB, 이승환 기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또 MBTI처럼 ‘나’ 자신을 분석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려는 ‘셀프 분석’ 열풍이 이어지며 서점가에는 관련 도서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MBTI’ 키워드 도서는 2021년부터 매년 판매 성장세를 기록, 특히 2022년에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160% 증가했다. 올해도 10월까지 MBTI 유형을 자세히 분석하는 책, 일상생활에 접목한 방법서 등 총 25종의 도서가 새롭게 출간됐다.
이 밖에도 출판업계의 공식 유튜버 채널이나, 팟캐스트 등을 구독해 보는 것도 트렌드 이슈 체크에 도움이 된다. 대표적으로 ‘편집자K’, ‘민음사TV’, ‘TV창비’, ‘문학동네’ 등 유튜브 채널에선 출판업계 관계자들이 선정한 책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전반적인 사회문화 이슈나 최신 마케팅 팁까지 얻을 수 있다.
#잡지의 방대한 아카이브에 빠져보기
잡지 중에서도 특정 내용을 중점으로 하는 ‘전문지’는 트렌드를 캐치하기에 가장 정통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패션지, 디자인 잡지, 맛집 잡지, 자동차 잡지, 건축 잡지 등 종류도 무한하다. 이런 전문지를 통해서 해당 업계의 이슈, 새로운 기술의 등장, 동향을 제일 먼저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잡지를 고루 살펴볼수록 전체적인 시장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기획력과 주제 선정의 감각을 배울 수 있는 것도 덤. 서점에서 판매 중인 신간호 잡지를 한눈에 살펴봐도 좋지만, 도서관 정기간행물 코너에서 과월호를 함께 둘러보는 것이 정보 아카이브를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사진 매경DB) |
메일함에 쌓이는 수많은 메일 중에서 내게 필요한 정보를 담은 메일과 광고 메일, 정크 메일을 분류하기란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읽히는 메일’을 만드는 것, 이를 목적으로 한 뉴스레터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롱블랙」, 「퍼블리」, 「폴인」, 「어피티」 등은 대표적인 지식 구독 플랫폼이자, 뉴스레터의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사람들은 유익하다고 판단하는 이들 프리미엄 콘텐츠를 읽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뉴스레터는 일종의 마케팅 방법 중 하나이다. 서비스의 업데이트 소식, 공지사항, 가장 화제가 되는 이슈와 콘텐츠를 큐레이션해 종합적으로 분석, 인사이트를 구독자와 공유한다.
뉴스레터의 중요한 점은 ‘정기적’으로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달해야 하며, 끝까지 읽히고, 주목도를 높여야 하는 것.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뉴스레터를 구독한다면 최근 트렌드, 이슈를 파악하기 쉽다. 미국의 언론매체 「뉴욕타임즈」만 하더라도 수십 개의 뉴스레터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다. 뉴스레터를 매일 같이 확인하기가 어려워도 일주일의 하루 정도, 또는 출퇴근 시간에 내 메일함 속 갓 구워진 따끈따끈한 뉴스레터를 다양하게 탐독해보도록 하자.
↑ 롱블랙(좌), 폴인(우) 애플리케이션 화면(각 애플리케이션 갈무라) |
• 올드 머니: 도서 『라이프 트렌드 2024』(김용섭 저 / 부키)는 2024년 대표적인 키워드로, 대대로 물려온 부 ‘올드 머니’를 선정했다. Z세대는 단순히 돈이 많은 개념이 아닌, 문화적 자산, 사회적 자산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주목하며 패션, 음식, 집, 태도, 라이프스타일의 방식에서 올드 머니와 어우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 트라이브십: 『Z세대 트렌드 2024』(대학내일20대연구소 저 / 위즈덤하우스)가 주목한 올해의 메인 키워드는 ‘트라이브십(Tribeship)’이다. 이는 관심사, 라이프스타일 등 자신의 개인적 지향성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관계를 맺는 능력을 뜻한다. 수백 수천 갈래로 세분되고 실시간으로 떠올랐다 사라지는 마이크로트렌드의 중심에는 크고 작은 ‘트라이브(Tribe)’가 있고, 트라이브를 만드는 능력인 트라이브십이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는 것. 초개인화 시대에 맞춰 이 책은 ‘커뮤니티’에 주목했다. 기존의 공동체는 약해졌지만, 개인의 정체성은 다변화되며 끈끈한 유대감으로 기반으로 한 수많은 나노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있다.
• 저성장 가성비 시대: 지난 10년간 도쿄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정희선 저 / 원앤원북스) 저자는 성장이 멈추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작금의 한국 사회에 주요시된 키워드 ‘저성장’에 있어서는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힌트를 줄 수 있다고 본다. 가성비를 뜻하는 ‘코스파(Cost Performance의 약어)’와, ‘타이파(시간 가성비)’, ‘스페파(공간 가성비)’와 관련된 비즈니스가 주목받고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및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매경DB, 구글, 폴인, 롱블랙 웹사이트 갈무리 / 참고: 유튜브 채널 ‘김용섭 Insight’,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9호(23.12.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