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주년을 맞는 ‘한국영화계 명장’ 정지영 감독이 <소년들>로 돌아왔다. <부러진 화살><블랙머니>를 잇는 실화극 3부작이다. 명감독에 명배우 군단이 등장하지만 실화 사건이 주는 임팩트에 비해 다소 여운이 적다는 점, 후반부의 법정 신이 보여준 신파는 아쉽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소년들> 스틸컷 |
2007년 석궁 테러 사건 소재를 다룬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2012),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금융범죄 실화극 <블랙머니>(2019) 등의 근작에서도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아온 ‘대가’ 정지영 감독이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 <소년들> 스틸컷 |
각종 남우주연상을 휩쓴 대한민국 1호 ‘천만영화’의 주인공이자 <공공의 적> 강철중으로 ‘잊을 수 없는 한국형 형사’의 모습을 탄생시킨 설경구가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았다. 혹독한 체중 감량을 통해 2000년과 2016년 사이, 세월의 간극을 극명하게 표현해낸 설경구는 한번 문 건 절대 놓지 않는다고 해서 ‘미친개’로 불리던 형사 시절부터, 현실의 벽 앞에 무기력해진 16년 뒤 좌천된 황 반장의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 <소년들> 스틸컷 |
여기에 성인이 된 가짜 범인 역을 맡은 김동영, 유수빈, 김경호의 연기도 눈에 띈다. 불량청소년에서 이제는 살인자라는 손가락질에 시달리던 그들이 어린 시절처럼 물속에서 노는 장면은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에서 가장 밝은 장면. 이는 황 형사가 재심을 도와주기로 마음 먹는 계기가 된다. 떠들썩한 등장에 비해 허성태가 맡은 완주서 후배 형사 ‘박정규’ 캐릭터가 분량이 적고, 웃음을 주기엔 빈약한 점이 아쉽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긴장감 속에 수사극의 장르적 재미는 소소하게 존재한다. 러닝타임 123분.
↑ <소년들> 포스터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