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풍경, 제철 맛
11월에 절정을 맞은 여행지를 찾아가 보자. 황홀한 제철 풍경과 계절에 맞는 제철 음식이 있는 곳. 풍경과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틀림없이 그곳에서 “그래, 이 맛이야!”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낭만과 맛의 절정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과 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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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대리 자작나무숲 |
인제 원대리로 가면 빛나는 자태로 사계절 아름다움을 지키는 자작나무숲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추운 겨울에 더욱 아름답고, 더욱 눈부신 숲.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란 이름이 붙은 원대리 자작나무숲의 절정은 보통 추운 겨울에 하얀 알몸을 드러낸 모습이 눈부시다고 알고 있지만, 단풍이 곱게 물든 자작나무숲은 더욱 아름답다.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와 붉게 물든 나뭇잎, 그 위로 파란하늘이 펼쳐진 풍경은 인상적인 비경을 연출한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약 7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만들었고 지난 2012년 일반에 공개됐다.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가려면 안내소를 지나면 숲으로 들어가는 두 갈래 임도(임산 도로) 중 하나를 골라 걸으면 된다. 아랫길 원대임도(2.7km)와 윗길 원정임도(3.2km), 어느 길로 가든 한 시간 정도 걸으면 20~30년생 자작나무 41만 그루가 빽빽이 들어선 숲을 만날 수 있다. 전체를 돌아보는 데도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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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제 순두부 |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11월에는 뜨끈한 순두부가 제격이다. 인제의 순두부 맛집들은 가급적 다른 재료를 넣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고소함과 담백함이 일품이다. 용대리 백담순두부, 현리의 고향집 등 인제군 곳곳에 순두부 맛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위치 (자작나무숲)강원도 인제군 자작나무숲길 760
황홀한 만추의 정취
벌교 중도방죽과 꼬막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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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방죽 |
비릿한 바닷바람이 연신 흘러 드는 벌교에는 숱한 사연과 이야기가 묵직한 역사가 되어 흐른다.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을 걸으며 보성여관과 화폐박물관, 소화의 집, 현부자네 집 등 벌교의 역사와 함께 하는 생생한 현장을 둘러볼 수 있다. 바다로 난 중도방죽을 걷는 것도 벌교 여행의 백미다.
‘중도방죽’은 1929년부터 1930년 사이에 일본인 나카시마가 만든 간척지 둑방길이다. 벌교 사람들은 지금도 당시 이름 그대로 중도방죽이라 부른다. 소설 『태백산맥』에서는 중도방죽이 만들어질 당시 벌교 사람들의 힘겨웠던 현실과 애환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벌교천 갯벌 갈대숲 사이로 난 데크길, 특히 노을이 지는 가을 저녁에는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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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교 꼬막무침 |
벌교의 11월은 꼬막으로 활기가 넘친다. 집집마다 갖가지 꼬막 요리를 만들어 내느라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마을에 진동한다. 벌교 앞바다인 여자만(汝自灣)은 모래가 없고 깨끗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갯벌로 꼽히고 그곳에서 나는 꼬막을 최고로 친다. 벌교 꼬막은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하며 짭조름하면서도 단맛이 난
다. 벌교 읍내에는 국일식당, 원조수라상꼬막정식, 다성촌 등 꼬막 맛집들이 즐비하다. 어느 집을 가나 꼬막무침, 삶은꼬막, 꼬막전, 꼬막국 등 다양한 꼬막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위치 (중도방죽)전남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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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4호(23.11.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