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세가 무섭다. ‘을지로 LA갈비 골목’ 이야기다. 이곳에는 오래 전부터 식당들이 많았다. 생선구이, 닭곰탕, 백반, 제육볶음 등등으로 인근 직장인들이 애정하는 장소다. 이곳에서 명성이 제일 높은 집은 순댓국 명가 산수갑산이다. 그런데 이곳이 어느새 ‘을지로 LA갈비 골목’이 되었다.
↑ 을지로 LA갈비 골목 사진(사진 장진혁) |
이 골목의 LA갈비들은 대체로 간장 베이스에 단맛이 감도는데 그야말로 ‘단짝의 정석’이다. 손으로 뼈를 집어 뜯어먹으면 은근 밥도둑이다. 이곳의 갈비는 (평균)1인분 1만5,000원이다. 갈비는 넉넉하게 시키는 것이 좋다. 주문과 동시에 연탄, 숯불에 갈비를 굽는데, ‘기다리시는 분을 위해 추가 주문을 받지 못합니다. 고기 먹다 끊기는 것만큼 섭섭한 게 없습니다’는 주인장 글처럼 추가 주문하면 손님, 주인장, 다음 손님이 어색해질 수 있다. 밑반찬은 콩나물, 오이무침, 파김치, 열무, 깻잎멸치고추볶음, 어묵볶음 등이 나온다. 점심에는 갈비 1인분, 된장찌개, 공기밥이 포함된 LA갈비 정식으로 1인분 1만7,000원이다.
LA갈비는 보통 갈비 정형과는 다르다. 갈빗대를 뼈와 직각 방향으로 잘라 중간중간에 작은 뼈가 붙어 있다. LA갈비 유래는 설이 여러 가지다. 첫째는 수입산 고기에 대한 이미지를 위해 미국에서 가장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LA지역을 고기에 이름 붙여 사용했다는 설이다. 한때 국내에서 한우 쇠고기에 수입 쇠고기를 섞어서 판매하다 적발된 적이 있다. 그때 판매상들이 ‘수입 쇠고기에 LA갈비라고 써 붙였기에 속인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단다.
다음은 1970~80년대 미국에 이민 온 한국인들이 ‘발견’한 고기라는 설이다. 즉 미국식 육식문화에 익숙하지 않는 한인들은 값싼 소갈비를 찾게 되었다. 하지만 이 갈비를 한국식으로 양념에 푹 삶아 먹기에는 일일이 정형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절단기로 자른, 슬라이스가 된 갈비를 발견하고 이를 구워먹기 시작했다. 이 음식이 LA지역에서 유행, 한국으로
LA갈비에는 어머니, 할머니의 손맛 추억이 있다. 짐작컨대 더 많은 집이 골목에 들어설 것이다. 그때 각 테이블마다 쌓아놓은 ‘갈비탑’을 보게 될 것이다.
[글과 사진 장진혁(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4호(23.11.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