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서 친구 납치하는 ‘준성’ 맡아
“거친 캐릭터 맡겨준 것 감사…새로운 변신 즐길 것”
‘무난했던 아역 스타’ 유승호의 연기 변신이 매섭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거래>에서 그는 ‘친구를 거래하는’ 납치극에 휘말린다. 전역 후 OTT 스릴러를 택한 이유로, ‘새로운 도전’을 꼽은 그는 <거래>에서 욕설과 흡연을 하는 반삭 머리 ‘준성’으로 변신해 휘몰아치는 납치극 한가운데 섰다. 그런 그에게 이제 더는 ‘아역 배우 출신’ 꼬리표는 보이지 않는다.
|
↑ <거래> 스틸 사진[출처=웨이브] |
고교 시절 축구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준성’(유승호). 도박 빚에 쫓겨 군대로 도주한 그는 전역만 하면 새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전역 후엔 아픈 아빠와 불어난 사채 빚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실을 잊고자 고교 동창인 ‘재효’(김동휘)와 ‘민우’(유수빈)를 만난 날, 준성은 우발적인 납치극에 휘말린다. 특히, 마지막 회 공개 다음 날인 지난 28일(토) 1화 시청자 수가 전일 대비 1.5배의 수치를 기록하며 <거래>를 N차 관람하려는 유저가 대폭 늘어났다. 심장 쫄깃한 납치극 <거래>(총 8회)에서 선과 악 사이 휘몰아치는 감정 변화를 겪는 ‘준성’ 역의 유승호에게 역대급 연기 변신의 연유를 물었다.
“주로 선한 역할 맡아...새로운 캐릭터에 깊은 갈증”
Q. <거래> 참여 계기? 대본을 읽고 ‘친구를 납치한다’는 이 말도 안 되는 납치극이 어떻게 끝날지, 결말이 너무 궁금했다. 야구 유망주가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이정곤 감독님의 전작 <낫 아웃>(2021)을 본 뒤 이 감독님을 만났는데 <거래>와 감독님이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
↑ <거래> 스틸컷(사진 출처=웨이브) |
Q. ‘친구의 몸값을 받아낸다’는 소재가 낯설다. 이번에 청년들의 비참함을 드러내는 비속어 ‘◯생’이란 말도 이번에 처음 들어서, 친구들에게도 물었다. ‘같이 술 먹던 친구를 납치하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되나?’ 싶어서 감독님과도 많이 대화하고. 준성이가 애초에 선하게 태어났을 거라고 생각하고 캐릭터를 만들었다. 상황을 처절하게 잘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흡입력 있겠다고 생각했다.
Q. 지금까진 주로 선한 이미지를 맡았다. 반삭·흡연·욕설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해보지 않았던 역할에 대한 갈증이 더 컸다. 새로운 걸 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면 희열이 엄청나게 클 것 같아서. 제일 친한 친구가 굉장히 냉정한 편인데, “잘 봤다, 잘 하더라”라고 연락이 왔다. 그 친구로선 가장 큰 칭찬이다(웃음). 5~6회가 방송됐을 때 지인들의 연락이 많이 와서 기분이 좋았다. 새롭게 뭔가 준비했던 것보다도 있는 그대로의 날것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
|
↑ <거래> 스틸컷(출처=웨이브) |
Q. 준성은 선인도 악인도 아닌 인물이다. 오히려 납치를 주도한 재효 같은 캐릭터가 확실히 이미지 반전을 주지 않았을까? 내가 소화하기엔 너무 어려웠다. 재효를 연기한 동휘 배우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준성이는 본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절박하게 내몰리는 이유가 극 속에 잘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재효는 돈이 필요한 상황 이상으로 불필요한 행동을 한다.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았는데 동휘 배우가 너무 잘 소화해냈다.
Q. 준성은 납치극 와중에도 양심을 지키려 한다. 오히려 성격이 복합적이라 소화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전역하신 분들은 공감할 텐데 ‘나가면 사회에서 잘할 것’이라고 다들 다짐한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데 준성도 현실을 마주한 뒤 감정적으로 무너진다. 그럴 때조차 납치극에 분명히 반대하는 성격이 준성과 재효를 확연히 나눈다고 본다. “너 놔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해줘”라는 준성의 대사가 일견 답답하고 멍청해 보일 수도 있지만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준성의 진심을 보여주는 신 아닐까. ‘납치’가 메인 사건인데 준성이 자꾸 태클을 거는 모습이 답답해지지 않도록 행동의 이유를 잘 설명해주려 했다.
|
↑ 사진출처=웨이브 |
Q. 준성은 극중에서 욕할 때조차 악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전작들에서도 주로 선한 이미지를 연기해서인지, 그 모습이 많이 비쳐 보이는데. 맞게 보셨다. 애초에 준성의 캐릭터를 선함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수 있다. 정말 미워서가 아니라 그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서였으니까. 오히려 친한 친구들끼리는 욕도 밉게 들리지 않는 순간이 있지 않은가. 인질이고 납치범이지만 준성은 두 친구 사이에 ‘우린 친구’라는 걸 전제로 깐다. 마찰이 생기니까 순간적으로 잊어버리는 거지. 그런 준성조차도 지치니 7~8부에 터지는 순간이 온다. 화 안내던 사람이 화내면 무섭지 않은가. 사실 4부까지만 해도 너무 심각한 분위기로 진행되지는 않았는데, 7~8부에선 모든 캐릭터의 감정이 폭발한다. ‘휘몰아치는’이라는 말이 딱 맞다.
Q. ‘준성’ 역할에 가장 공감한 순간은? 준성이 “야매로 장기를 떼서 아버지 뱃속이 다 썩었다”는 말을 들었던 병원 신. 분위기 자체가 정말 무거웠다.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준성이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해 마음이 많이 무너진 것 같아서. 이 일은 이후 준성이 납치극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던 연유가 된다.
|
↑ 사진출처=웨이브 |
Q. 촬영 현장 에피소드가 있다면? 수빈 배우가 동휘 배우와 날 향해 “정말 귀여운 납치범들”이라며 놀릴 때가 많았다. 수빈이 형이 웃음이 정말 많은데 먼저 입꼬리가 실룩거리면 그 기운이 내게 온다. 그걸 보면서 동휘 배우가 마지막에 터져 NG가 많이 났다. 연기 호흡은 당연히 좋았다. 동휘 배우는 2살 어리지만 내가 그 나이에 재효라는 어려운 역을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민첩하고 똑똑한 배우다. 수빈이 형은 당연히 내공이 있고.
Q. 첫 OTT 작품인데 어땠나? 공중파에 비해 욕이나 흡연 등의 신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고,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연기해도 “일단 해봐, 아님 뺄게” 하는 열린 분위기가 있다. 이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갔는데, GV(관객과의대화) 할 때 무대 앞에 앉아 있는 것도 재미있고 떨렸다. ‘영화에, 작품에 진심인 사람이 정말 많구나’, ‘나보다 더 고민 많이 하고 질문 많이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느꼈다.
|
↑ 사진출처=웨이브 |
Q. 유튜브 ‘빠더너스’에는 문쌤의 제자로, TV엔 <꼬꼬무>, <런닝맨> 등에 나갔다. 잘 출연하지 않던 유튜브와 예능 출연 이유는? 동휘, 수민 배우가 같이 나가서 용기를 냈다. 아예 예능 경험이 없다 보니 프로페셔널한 웃긴 예능들은 소화하지 못할 것 같아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같은 프로를 택했다. <런닝맨> 출연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유재석, 하하 형님 등 많은 분들이 잘 손 잡고 같이 가주셔서 시청자처럼 있다 온 것 같다.
“아역 배우 이미지 탈피, 인생 가장 큰 숙제”
Q. 그간 다작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항상 모든 것들이 순리대로 가진 않으니까. 나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스스로 안정이 잘 되기 전까지 타이밍도 잘 안 맞고. 원래 겁도 많고 걱정이 많다.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어떨지 고민도 많고. 집에 있는 것, 집안일을 좋아한다. 혼자 있을 땐 스스로 꼼지락 꼼지락하는 걸 좋아해서 대본 읽기 등 밀렸던 일을 하고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
↑ 사진출처=웨이브 |
Q. 어느덧 24년 차 배우다. 배우 유승호에 대해 7살 때 데뷔해서 성인 배우로 무난하게 잘 정착했다고들 하는데. 어렸을 땐 성인만 되면 자연스럽게 아역 배우 이미지를 탈피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더라. 내 인생에서 중요한 숙제가 된 것 같다. 언젠간 해낼 거다. 예전엔 캐릭터에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했다면 이젠 그냥 준성이라는 탈을 써버리고 싶어졌다. 더 성숙하고 유연해지고 싶다. 특정한 역할을 소화하겠다라는 건 없고, 어떤 게 와도 잘 대처하고 잘 소화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서른이 넘은 뒤 일상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있다면? 체력이 좀 안 좋아졌다(웃음). 2~3일 밤새도 멀쩡했는데 <거래> 때는 피로가 쉽게 올라오더라. 그래서 운동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했다. 아침엔 눈이 좀 일찍 떠지더라.
Q. 차기작 계획은? 정해진 건 없다. 최근 작품을 보면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어서 많이 기대가 된다. <무빙> 같은 경우에도 옛날 같으면 쉽게 상상하지 못할 캐릭터들이지 않은가. 예전엔 ‘내가 재미있다’가 기준이었다면 이젠 다수가 좋아할 만한 작품을 보려 한다. 회사 분들 얘기도 많이 듣는다.
|
↑ <거래> 납치 포스터(출처=웨이브) |
Q. 이전 인터뷰에서 “군대에서 고참들과 드라마를 보면서, 제대로 배우의 길을 다시 걷고 싶어졌다”고 밝혔는데. 원래 꿈은 경찰 또는 소방관이었다. 군대에 가보니 원래 있던 내 위치에서 했던 빛나는 것들이 그리워지더라. 일병 때는 TV를 곁눈으로 봐야 하지 않은가(웃음). 억울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막연하게 그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TV 속 그들이 연기를 잘하고 잘생겨서가 아니라 그 빛나는 모습이 많이 부러웠다. 전역을 하고 나서 배우 생활을 다시 한번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Q. YG로 소속사를 옮긴 후 자체 콘텐츠도 찍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것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인가? 뭔가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보고 싶어 YG를 택했다. 예능도 안 찍었는데 자체 콘텐츠도 팬들이 많이 좋아하고. 이걸 시작으로 용기를 내서 좀 더 다양하게 할 거다. 한번에 유쾌한 사람이 되긴 힘들겠지만 노력하겠다. ‘서른’이라는 숫자가 이런 생각을 좀 많이 하게 하는 것 같다. 내가 좋고 편하고 내가 좋은 것만 하고 사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경험을 해야 배우로서 다른 모습도 표현할 수 있고. 대중에게 노출도 많이 못했었고, 긴장하는 편이라 피했었는데 그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
↑ <거래> 작품 스틸(출처=웨이브) |
Q. <거래>는 본인에겐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이러한 장르와 캐릭터를 유승호라는 배우에게 맡겨줬다는 것 자체를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살 거다. 나한테 큰 용기를 준 작품이다. 모든 것들이 새롭게 도전하는 것 투성이다. 그 시작점이 <거래>다.
“서른이 넘어가며 내가 좋고 편하고 내가 좋은 것만 하고 사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경험을 해야 배우로서 다른 모습도 표현할 수 있고. 대중에게 노출도 많이 못했었고, 긴장하는 편이라 피했었는데 그것만이 정답만이 아닌 것 같다.”
[글 박찬은 기자(park.chaneun@mk.co.kr) 사진 Wavve]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