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알못’인 나는 SNS에서 독특한(개와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고양이를 보면 입이 헤벌어진다. 독특하고 엉뚱한 행동의 이유를 찾아보면 흥미로운 해석도 많지만, 몇몇은 다분히 사람의 시각에서 풀이하고 의미를 부여한 것도 같다. 고양이들의 속마음은 뭘까?
↑ (사진 언스플래시)
일하지 말고 놀자는 뜻일까?
SNS에는 집사가 일하는 책상에 올라와 키보드에 드러눕거나 책상 한가운데서 잠을 청하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집사한테 일하지 말고 자기와 놀아 달라는 시위인가 싶어 맹랑하고 귀엽게 느껴졌는데, 그런 것만은 아니란다. 사실 책상은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환경을 두루 갖춘 곳이다. 조용한 분위기, 스탠드의 은은한 불빛, 컴퓨터가 뿜는 온기 등이 고양이에게 최적의 침실 환경인 것이다. 또 종이가 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물론 집사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도 아주 없지는 않다. 집사로서는 골골송을 들으며 스트레스가 풀리고 집중력이 좋아져 업무 효율이 올라간다고 하니, 책상 위에 방석 하나 놓아 드리면 되겠다.
혼자 여행 갔다고 삐쳤나?
이웃에게 고양이를 부탁하고 여행을 다녀왔는데, 고양이가 반겨 주기는커녕 멀찍이 떨어져 노려보기만 한다면? 많은 집사가 이럴 때 고양이가 삐쳤다고 생각해 달래고 어르며 백번 사죄한다. 사실 고양이는 방금 전까지 조용하던 집에 낯익은 사람이 낯선 냄새를 풍기며 크고 위협적인 물건(여행 가방)을 들고 침입했다는 사실에 놀라 경계 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멀리서 위험 정도를 가늠하면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루밍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마음이 진정되면 조심스럽게 여행 가방으로 다가와 냄새를 맡고 집사 냄새도 맡은 다음 비로소 집사를 받아들인다. 따라서 여행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설 때 반갑다고 호들갑을 떨면 역효과가 난다. 침착하고 여유롭게 행동할수록 고양이는 더 빨리 집사에게 다가온다.
사냥감은 오다 주운 선물이라고?
간혹 고양이가 새나 쥐 같은 작은 동물을 사냥해 집사 앞에 내려놓아 기겁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평소 집사의 지극한 돌봄에 대한 시크한 보은이라고들 하는데, 이 역시 인간의 시선 혹은 바람이다. 고양이는 사냥한 동물을 바로 먹어 치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천적으로부터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판단하는 장소로 가져와 먹는다. 여기가 바로 집사의 곁이라는 것. 질색하며 야단을 쳐도 고양이는 이해하지 못하고, 집사가 모르는 곳에 먹이를 숨길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고양이가 사냥한 동물을 가지고 오면 간식이나 먹이로 주의를 돌리고, 그 사이 동물을 살려 주거나 다른 곳으로 치우는 편이 현명하다.
내 손길이 싫다는 표현일까?
고양이를 쓰다듬고 나면 쓰다듬었던 그곳을 그루밍하는 고양이가 있다. 집사로서는 마음이 상하는 일이다. 실제로 쓰다듬어 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는 집사가 쓰다듬을 때 싫어도 내색 않고 꾹 참다가 쓰담쓰담이 끝나면 마음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풀기 위해 그루밍을 한다. 쓰다듬는 동안 꼬리로 바닥을 치고 귀를 뒤로 젖히고 있다면 쓰다듬는 게 ‘불편하다’는 신호다. 그런데 쓰다듬어 주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그루밍을 한다. 이때는 털을 핥으면서 집사의 체취를 분석하고 내친김에 털 정리도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 (사진 언스플래시)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참고 도서『내 말은 그 말이 아냥』(레티시아 발르랭 지음 / 이진 옮김 / 폴린 펴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0호(23.10.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