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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
뮤직 페스티벌과 예술 작품 열리는 컬처 스폿
안보관광과 음악 축제가 공존하는 곳
미메시스아트뮤지엄과 벽초지수목원 SNS서 인기
임진각에는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아 조성한 평화누리가 있다. 요즘 세대들에겐 임진각 평화누리가 거대한 음악축제가 펼쳐지는 장소로 유명하다. 평화에 대한 염원이 고이 깃든 땅이 푸른 초원처럼 파릇파릇한 자유가 용솟음치는 축제의 현장이 된 것이다.평화누리의 햇살은 유난히 화사하고 좋았다. 볕 좋고 바람 좋은 가을의 어느 날, 평화누리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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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누리 공원 주변에는 예술작품이 즐비하다. |
평화가 깃든 예술의 땅, 임진각 평화누리
주말 자유로가 붐비기 전, 아침을 서둘러 임진각 평화누리에 닿았다. 기분 탓일까. 저녁에 진행될 뮤직 페스티벌로 인해 일찍부터 분위기가 뜨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멀리 평화누리 언덕의 시그니처 조형물인 ‘통일부르기’가 눈에 들어온다. 대나무로 만든 사람 모양의 조형물이 성큼성큼 땅으로부터 걸어 나오며 북쪽을 향하고 있다. 그 뒤로 알록달록 색을 입은 수천 개의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다. 평화누리 바람의 언덕에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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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얼굴을 형상화한 조형물 ‘We Are One’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27일을 상징한다. |
두 개의 얼굴을 형상화한 조형물 ‘We Are One’이 여행자를 맞는다. 두 사람의 얼굴인 듯한 이 조형물은 파이프조각으로 유명한 이철희 작가가 2018년 4.27 판문점선언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2020년부터 이곳에 전시되고 있다. 2018개의 파이프를 가로 4m, 세로 2.7m로 잘라 조립한 작품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27일을 상징한다. 작가의 바람은 판문점이나 평양에 전시되는 것인데 그 바람이 이뤄질 때까지는 계속 이곳에 전시된다고 한다.
조형물 앞에서는 인디밴드의 버스킹 공연이 한창이다. 조형물 앞에 앉아 공연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환호와 조형물 속 두 사람의 표정이 절묘하게 엇갈린다. 평화누리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초록 잔디 언덕을 걸으며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을 찾아 감상하는 것이다. 통일기원 돌무지를 지나 언덕 위를 걸으면 이경림 작가의 ‘솟대집’과 실향민들의 소망을 담은 작품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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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누리는 뮤페의 메카다. 우측은 수도꼭지 모양의 송운창 작가의 작품 Water History |
뮤직 페스티벌 때문에 설치된 것인지 ‘이제 만나러 갑니다’ 조형물 옆으로 보름달과 토끼 여럿이 앉아 있다. 경관 조명인 듯한데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어울린다. 그 순간 눈앞에 나타나는 건 거대한 수도꼭지 조형물이다. 작품임은 분명한데 언덕 꼭대기에 수도꼭지라니 뭔가 생뚱맞다는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송운창 작가의 ‘Water-history’. 통일 미래를 향해 힘차게 흘러가는 생명이자 희망을 표현했다.
평화누리 음악의 언덕에는 뮤페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관객들이 피크닉을 즐기듯 공연에 빠져 있다. 어느 정도 걸어가자 저 아래 땅속에서 걸어 나오는 듯한 사람 형상의 조형물과 대면하게 된다. 어머어마한 크기다. 통일을 향한 강렬한 염원을 형상화한 최평곤 작가의 작품으로, 바람개비와 함께 평화누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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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누리의 바람개비들, 우측은 대나무로 만든 조형물 ‘통일부르기’ |
바람의 언덕에 올라서자 알록달록 원색의 바람개비가 일제히 돌아간다. 아마 저 바람개비에도 평화의 염원이 담겨 있으리라. 하지만 거룩한 의미보다 눈으로 확인하는 바람의 풍경이 더 좋다. 바람개비 군락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갔다. 이국적 풍광, 분위기 좋은 카페 테라스다. 평화누리에서의 산책 중간, 잠깐의 쉼과 여유를 갖기에 딱 좋은 풍광과 분위기를 지녔다.
평화누리 언덕 너머에는 수풀누리라는 습지 정원이 있다. 관찰데크를 따라 걷는 길은 억새로 덮여 가을의 정취가 물씬 난다. 작고 아담한 정원이다. 다양한 식물과 예술가들의 작품이 어우러진 예술공원이기도 하다. 밤에는 첨단 미디어를 활용한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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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정취 넘치는 생태탐방로의 억새(좌)와 평화누리 캠핑장의 캠핑 사이트(우)는 오성급이다. |
‘북쪽에서 날아온 꽃씨가 무궁화와 함박꽃을 함께 피워내는 나무로 자라나고, 그 꽃잎이 흩날리며 화합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내용이다. 프로젝션 매핑과 사운드 시스템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높이 13m의 거대한 ‘하나그루’를 활용한 빛의 예술이 평화누리의 밤 풍경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수풀누리 옆에는 캠핑장이 있다. 카라반과 캠핑 사이트를 갖춘 캠핑장은 한적하면서도 여유로운 공간이다. 넉넉한 카라반 존의 카라반은 집처럼 안락하고, 잔디와 파쇄석으로 구분된 캠핑 사이트도 훌륭하다. 단란한 바비큐 파티와 모닥불을 피워 불멍에 빠져드는 밤, 그곳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분단의 현장에서 느끼는 전쟁의 상처, 임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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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각 글씨 조형물 |
평화누리에서의 한나절 산책은 힐링의 시간을 선물하게 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평화누리 언덕 건너편의 임진각 국민관광지를 한 번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전쟁과 분단을 실감하지 못하는 요즘 세대라면 오히려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영역일 수도 있다.
지금도 임진각에는 매년 수백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와 도라산평화공원, 도라전망대, 제3땅굴 등을 돌아본다. 이른바 ‘안보관광’이다. 세대마다 임진각을 대하는 느낌이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이곳을 찾아야 할 의미만큼은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안보관광에 관심이 있다면 임진각 국민관광지 내에 관광상품권 판매소로 가면 된다. 그곳에서는 도라산역으로 가는 상품과 도라산역, 도라전망대, 제3땅굴, 통일촌 등지를 둘러보는 상품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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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돌라를 타면 민통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
좀 더 색다른 재미를 원한다면 곤돌라를 타면 된다. 이곳 곤돌라는 임진강을 가로질러 민통선 지역인 캠프 그리브스 간 850m를 연결하여 민통선 지역을 들어가는 유일한 시설이다. 임진각 부근에는 짠하면서도 생경한 풍경들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대부분 전쟁이 남긴 유물들로 보는 이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치열한 전쟁터였던 이곳은 1972년 실향민들을 위한 임진각이 세워지면서 임진각 관광지로 불리게 되었다. 전쟁 당시 폭파된 모습의 임진강 철교와 자유의 다리가 이곳에 있다. 또 한국전쟁 당시 장단역에서 피폭된 증기기관차가 이곳으로 옮겨져 전시되고 있다. 1,000개 이상의 탄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기관차는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78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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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 망배단의 모습과 전쟁의 참상이 고스란히 남은 철교(우측 사진) |
전쟁 때 파괴된 교각을 전쟁 전 철교의 형태로 재현해놓은 독개다리는 다리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스카이워크로 유료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임진각에는 실향민들이 고향을 향해 제사를 지내는 망배단, 6.25전쟁 참전기념비, 미국군 참전비, 아웅산 추념비, 6.25전쟁납북자기념관 등도 있다.
망배단 앞 탈북민들의 모습 또한 애잔하다. 임진각 일대를 둘러보기 전 만끽했던 평화누리에서의 자유와 행복은 무엇이었던가. 전쟁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복이라는 걸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가볼 만한 파주의 감성 핫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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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초지수목원 |
벽초지수목원 벽초지수목원은 ‘동양의 지베르니’라고 불릴 만큼 비현실적인 경치다. 설렘, 신화, 모험, 자유, 사색 등 6개의 테마 공간 속 1,000여 종의 식물들이 어우러지고, 27개의 동서양 정원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수목원 중앙 설렘의 공간 왼쪽의 벽초지 연못가 주변으로는 동양식 정원들이, 오른쪽 말리성의 문을 들어서면 그림 같은 서양식 정원이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는 생태체험학교 ‘그린스쿨’을 운영한다. ‘수목원 해설 투어’를 비롯, 숲과 정원 속 생태계를 탐구하는 ‘플레이 그린 탐험’ 프로그램, 다양한 만들기 프로그램도 있다. 10월20일까지 ‘세계의 다알리아축제’가 펼쳐지며 국화와 단풍축제가 이어진다.
위치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부흥로 242
운영 시간 10월 09:00~19:30(월별 운영 시간 다름.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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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출판단지 내 미메시스아트뮤지엄 |
미메시스아트뮤지엄 파주출판단지 안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은 요즘 관람객들로 넘쳐난다. 1,400평의 대지 위에 지상 3층인 이곳은 수려한 곡면의 흰색 외관이 인상적인 건물로 여러 개의 전시 공간이 하나의 덩어리에 담긴 설계로 유명하다. 다양한 곡면으로 이루어진 백색의 공간 안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빛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예술 공간이다.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고 불리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루 시자(Albaro Siza)가 설계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예술’을 추구하는 공간이다.
위치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
운영 시간 5~10월 10:00~19:00(월·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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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광탄면의 이등병마을 |
이등병마을 밀리터리 테마와 레트로가 공존하는 마을이다. 파주 광탄면에 만들어진 ‘이등병마을’은 김광석이 불러 유명해진 노래 ‘이등병의 편지’가 콘셉트다. 광탄면에 조성된 이유는 ‘이등병의 편지’를 만든 작곡가 김현성이 이곳 출신이기 때문. 이등병마을에는 이등병 스토리하우스와 이등병 우체국, 이등병 이발소, 이등병 레트로
극장 등이 있고 이등병편지길과 벽화마을이 있다. 헤드쿼터 격인 이등병 스토리하우스 1층에는 마을도서관과 카페 바스가 있고 2층은 음악감상실, 3층은 옥상 카페와 공연장으로 운영된다.
위치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왕수물길 4(이등병마을협동조합)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