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악호수, 이식쿨
키르기스스탄의 여름 휴가지로 유명
호숫가 해변에서 피서를, 잊혀진 협곡에서 산책을
키르기스스탄의 여름 휴가지로 유명
호숫가 해변에서 피서를, 잊혀진 협곡에서 산책을
↑ 수도 비슈케크와는 다른 매력을 주는 보즈-살킨 계곡(Boz-Salkyn Valley). |
↑ 잊혀진 강의 협곡 정상에서 바라다본 키르기스스탄 이식쿨 호수 |
비슈케크,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지만
40도를 웃도는 한여름을 맞이한 비슈케크에선 온통 날씨 얘기뿐이다. 그렇다고 더위를 이겨내야 할 만큼 비슈케크가 여행지로서 매력적인 도시인가 자문한다면 답은 ‘No’에 가깝다. 비슈케크의 시간은 소련이 해체되기 전인 1991년에 머물러 있다. 별 특징 없이 크고 넓기만 한 길과 거친 대리석 표면의 공공 건물이 내부 안뜰을 둘러싸고 있는 소련 스타일 아파트 단지가 여전히 도시의 얼굴을 대표한다.“인구의 90%가 이슬람교를 믿지만 여성들은 민소매 티셔츠나 반바지, 짧은 치마는 물론이고 배꼽이 보이는 크롭티도 허용된다. 키르기스스탄 최고의 피서지, 이식쿨로 가기 위한 발걸음을 시작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악 호수다.”
과거 강철로 지은 콘크리트 정글, 비슈케크의 풍경은 그 모습 그대로 지나온 시간의 깊이가 부패된 콘크리트 건물의 흔적만큼 켜켜이 쌓여 있다. 대부분의 수도가 그러하듯 비슈케크 또한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개방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문화를 추구한다. 특히 전체 인구의 90%가 이슬람교를 믿는 이슬람국가이지만 주변국인 우즈베키스탄이나 타지키스탄과 비교하면 여성들의 옷차림은 종교를 벗어나 있다. 민소매 티셔츠나 반바지, 짧은 치마는 물론이고 배꼽이 보이는 크롭티도 허용되는 모양새다.
↑ 비슈케크를 구성하는 소련 스타일의 아파트단지 ©Anthony Tan |
비슈케크 대신 관광산업의 핵심이 되는 곳은 어디일까? 비슈케크에서 동쪽으로 약 126km 떨어진 ‘따뜻한 호수’라 불리는 이식쿨(Issyk-kul)이 그 주인공이다. 천산산맥 기슭에 위치한 염수호인 이곳은 면적 6,280km²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악 호수다. 호수 주위로 4,000~5,000m가 넘는 카라콜 봉과 촉탈산 같은 고봉이 장관을 이루는데, 이식쿨은 실제로 보면 호수라기보다 바다에 가깝다.
↑ 비슈케크 도심 전통시장 |
이식쿨 남부 작은 마을 ‘통’을 목적지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악 호수답게 이식쿨을 둘러싼 수많은 마을 가운데 어느 곳을 목적지로 할지 결정하는 것이 이식쿨 여행의 최대 난제다. 팬데믹 이전에 이곳을 찾았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식쿨 북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휴양지 출폰아타(Cholpon-Ata)로 향했겠지만 팬데믹 이후 급격히 늘어난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 주변국 관광객의 수요와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이곳에 터를 잡은 수많은 러시아인까지 넘쳐나면서 출폰아타의 명성은 이전의 영광을 찾기 어렵다.↑ 통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휴게소 |
비슈케크에서 통까지의 거리는 약 275km 정도로, 미니버스 마슈르카(Marshrutka)를 타면 약 5시간이 걸린다. 통으로 향하는 마슈르카에 올라타고 나서야 ‘비슈케크 버스터미널에 주요 도시나 마을을 잇는 마슈르카 노선이 잘 갖춰져 있어 이동이 쉽다’는 사람들의 얘기의 진가를 확인했다.
↑ 비슈케크 버스터미널 매표소 |
“어찌 보면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상황에서 당연한 것은 그저 당연하다고 믿는 사고에서 비롯된 기제일지도. 사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는 법이니까.”
산맥에 둘러싸인 해변에서 조용한 휴식을
마슈르카 버스는 통 마을과 약 7km 떨어진 보콘바예보(Bokonbayevo)까지만 운행한다. 이곳에서 셰어택시가 통까지 간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의 주 목적지는 보콘바예보였다. 보콘바예보 도심에는 숙박시설과 음식점, 상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여행에 편의를 제공하지만 중요한 건 해변이 있는 이식쿨까지 도보이동이 쉽지 않아 셰어택시를 이용해야 했다.↑ 목가적인 통 마을 |
통을 찾는 대다수의 여행자들의 주된 목적은 해변과 목가적인 풍경, 조용한 휴식이 우선시된다. 이식쿨 남쪽 해안과 테스키 알라투 산맥(Teskey AlaToo Range) 사이에 위치한 통 해변. 마을에서 해변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눈 앞에 펼쳐진 테스키 알라투 산맥 풍경을 감상하느라 황홀한 분주함이 두 눈을 바삐 오간다.
↑ 통 해변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테스키 알라투 산맥 |
이식쿨은 일년 중 대부분 날이 맑고, 여름과 겨울 모두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데다 키르기스스탄에서 겨울에 얼지 않는 유일한 호수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는 이식쿨도 피해가지 못했다. 올해 1월, 호수 주변이 영하 30도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초로 호수가 얼어붙은 것. 얼음조각이 둥둥 떠 있는 이식쿨은 상상조차도 쉽지 않은 풍경이다. 수천 년 동안 호수의 깊이와 물의 자연적 따뜻함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얼지 않는 호수’로 인식돼온 이식쿨이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는 전 세계에 경종을 울렸다.
“올해 1월, 호수 주변이 영하 30도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초로 호수가 얼어붙었다. 얼음조각이 둥둥 떠 있는 이식쿨은 상상조차도 쉽지 않은 풍경이다. 수천 년 동안 호수의 깊이와 물의 자연적 따뜻함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얼지 않는 호수’로 인식돼온 이식쿨이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는 전 세계에 경종을 울렸다.”
↑ 산맥으로 둘러싸인 통 해변 |
잊혀진, 잊을 수 없는 협곡을 따라서
소련 시절 관광 기반 시설이 번성했던 북쪽 해안과 달리 남쪽 해안은 야생이 그대로 남아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그중 통에서 서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악사이(Ak-Say) 마을에 ‘잊혀진 강의 협곡(Canyon of Forgotten Rivers)’을 가고자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했다. ‘악사이 캐년(Ak-Say Canyon)’이라고도 불리는 이 협곡은 ‘수세기에 걸쳐 바위를 가르며 말라버린 수백 개의 강’이라는 의미로 마을 주민들에 의해 ‘잊혀진 강의 협곡’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잊혀진 강의 협곡 전망대로 향하는 약 2.5km의 트레일 |
↑ (좌로부터)잊혀진 강의 협곡 정상에서 바라다본 풍경, 잊혀진 강의 협곡 정상에서 바라다본 이식쿨 호수, 샤틸리 파노라마 전망대에서 바라다본 이식쿨 호수 |
↑ 보즈-살킨 계곡 주변 가문비나무로 둘러싸인 숲 |
여행자의 발길이 닿지 않은 마을, 토소르
통을 떠나 토소르(Tosor) 마을로 이동해 이식쿨 여행을 며칠 더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이식쿨의 다양한 얼굴을 보고 싶은 생각에서다. 토소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동화 협곡(Fairy Tale Canyon) 방문이 주 목적이기도 했고, 여행자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토소르 마을에 대한 호기심도 이곳으로 발길을 재촉한 이유였다.↑ (좌로부터)토소르 홈스테이의 전통 샤워시설, 토소르 홈스테이, 홈스테이의 재래식 화장실 시설 |
이곳 홈스테이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외국인보단 현지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홈스테이 시설이나 음식 등이 로컬에 한정적인 편이다. 이를 테면 닭장 옆에 붙어 있는 재래식 화장실이나 사우나처럼 생긴 곳에서 장작을 때워 몸을 씻는 전통 샤워시설이 대표적이다.
↑ 토소르 마을과 해변 |
↑ 토소르 홈스테이 |
자연의 창조물, 동화 협곡에서의 산책
이식쿨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는 동화 협곡이다. 스카즈카 협곡(Skazka Canyon)이라고도 불리는데 스카즈카는 러시아어로 ‘동화’를 뜻한다. 수천 년 동안 얼음, 물, 바람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이 웅장한 사막 같은 풍경은 이름 그대로 동화처럼 마법의 장소임이 확실하다. 침식으로 인해 깎인 붉은 사암 절벽과 바위 첨탑이 땅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듯 일련의 조각품과 구조물로 변모해 눈 호강을 책임진다.인간이 만든 것도, 석화된 화석도 아닌 오직 자연의 창조물인 이 협곡에는 암석의 다채로운 색상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노란색부터 빨간색, 주황색, 초록색 등 암석의 다양한 화학적 구성을 짐작하게 하는 다채로운 무늬도 볼거리 중 하나. 일부 구조물은 만리장성과 비슷한 형태를 띠며, 협곡 곳곳에는 뱀, 용, 잠자는 거인, 성과 같은 독특한 형체도 숨어 있어 보물찾기 하듯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수천 년 동안 자연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사막 같은 동화 협곡 |
↑ 동화 협곡 매표소(좌측)와 가파른 붉은 절벽을 따라 나 있는 협곡으로 가는 길. 노란색과 빨간색, 주황색 등 다채로운 암석의 컬러를 자랑한다. |
“산책하는 동안 암석을 가까이에서 마주하며 그 속성을 살피는 일은 최고의 호사가 아닐 수 없다. 마치 인간이 살지 않는 행성에 막 착륙한 것 같은 동화 협곡에서의 산책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따라 무한히 걸음을 확장해간다.”
[챗GPT로 요약한 키르기스스탄 여행② 기사 한눈에 보기]
이 기사는 키르기스스탄의 여행지인 비슈케크에서 시작하여 이식쿨까지의 여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비슈케크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로, 여행자들이 이식쿨로 가는 출발점입니다. 이식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악 호수로 유명하며, 여름에는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협곡을 산책하는 곳입니다.
비슈케크는 무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이 지역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여성들의 옷차림이 자유롭습니다. 관광산업과 키르기스스탄의 역사, 종교 문화가 함께 성장하고 있으며, 이식쿨은 최고의 여름 휴가지로 손꼽힙니다.
또한, 이식쿨 남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통’이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으며, 토소르 마을과 동화 협곡도 흥미로운 여행 목적지로 소개됩니다. 토소르 마을은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으로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으며, 동화 협곡은 화려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지역입니다.
이 기사는 키르기스스탄의 여행지인 비슈케크에서 시작하여 이식쿨까지의 여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비슈케크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로, 여행자들이 이식쿨로 가는 출발점입니다. 이식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악 호수로 유명하며, 여름에는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협곡을 산책하는 곳입니다.
비슈케크는 무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이 지역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여성들의 옷차림이 자유롭습니다. 관광산업과 키르기스스탄의 역사, 종교 문화가 함께 성장하고 있으며, 이식쿨은 최고의 여름 휴가지로 손꼽힙니다.
또한, 이식쿨 남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통’이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으며, 토소르 마을과 동화 협곡도 흥미로운 여행 목적지로 소개됩니다. 토소르 마을은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으로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으며, 동화 협곡은 화려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지역입니다.
↑ 키르기스스탄과 이식쿨 호수의 위치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