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토니상 수상자인 리차드 그린버그의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언어를 통해 인물 간의 섬세한 감정을 풀어나가는 연주이다. 2017년 대학로 공연 이후 6년 만의 반가운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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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레드앤블루) |
워커는 유명 건축가 네드의 아들이다. 워커는 아버지 네드 사망 직후 자취를 감췄다가 어느 날 맨하튼의 허름한 아버지의 아파트로 돌아온다. 이 아파트는 아버지 네드와 아버지의 친구 테오가 한때 살았던 곳이다. 워커와 그의 누이 낸은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친구이자 테오의 아들 핍과 함께 변호사를 찾아가 아버지 네드의 유언을 듣는다. 놀랍게도 네드는 그가 남긴 건축물 중에 가장 비싼 ‘제인웨이 하우스’를 테오의 아들 핍에게 물려준다. 유산을 둘러싸고 워커와 핍은 갈등한다. 핍을 만나기 전 아파트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버지 네드의 낡은 일기장에서 워커는 낸과 함께 마치 암호처럼 기록된 내용들을 해석하며 과거의 진실에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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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레드앤블루 |
1막과 2막으로 나뉜 이야기는 마치 두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하다. 1막은 1995년으로 워커, 낸, 핍의 이야기다. 이들은 아버지의 일기장에서 35년 전의 진실을 알기 위해 서로의 과거, 경험, 그리고 감정을 이야기한다. 2막은 네드, 라이나, 테오 즉 부모들의 이야기다. 1960년대 이들 3명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3명의 배우가 140분을 이끄는 극의 특성상 많은 양의 대사가 극장을 가득 채운다. 배우들의 연습량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배우들은 1막과 2막에서 각각 다른 인물을 맡아 연기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몰입도를 높이는 연기를 선보인다. 또 하나 무대를 완성하는 음향, 조명의 힘 역시 크다.
이번 작품에 연출을 맡은 오만석은 “건물 외부에 비를 나타내기 위해 물을 뿌리는 것, 라이브 연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세 사람의 관계, 비가 왔을 때의 날씨 등을 이미지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위해 물을 뿌리는 것을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3일간의 비 그리고 3명의 뒤바뀌는 인생과 운명이 연극이라는 무대에 펼쳐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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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레드앤블루) |
장소 이해랑예술극장
기간 ~2023년 10월1일
출연 워커 & 네드 – 김주헌, 박정복, 김바다 / 핍 & 테오 – 이동하, 김찬호, 유현석 / 낸 & 라이나 – 류현경, 정인지, 안희연
[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레드앤블루]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7호(23.9.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