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Biennale)’. 이탈리아어로 ‘2년에 한 번’이란 뜻의 이 단어는 2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전시회를 의미한다. 1895년 처음 열린 베네치아 비엔날레 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국제비엔날레들이 열리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처음 열린 광주 비엔날레(현대설치미술전시회)와 부산 비엔날레 등이 유명하다. 그리고 2023년 9월, 2년 만에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돌아왔다. 100년 후 서울, 도시 계획을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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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승연 기자) |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 2017년이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고밀화 도시인 서울을 조명, ‘도시건축’을 주제로 인간 중심적 친환경 도시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또한 세계 각국의 도시의 현안과 그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2017년 제1회 ‘공유도시’, 2019년 제2회 ‘집합도시’, 2021년 제3회 ‘크로스로드, 어느 도시에 살 것인가’에 이어 이번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을 주제로 ‘땅의 도시 서울’을 주목한다. 조선 개국 당시, 태조는 풍수 도참설(풍수설, 도참설에 근거해 인간 사회의 길흉화복을 논한 학설)에 따라 한양에 수도를 세웠다. 경복궁과 사대문, 조선의 거리 역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자연 친화를 기반으로 조성되었다. 하지만 옛 서울의 도시 환경은 지난 100년의 급격한 개발과 성장으로 충돌하고 단절되며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급격히 성장한 고밀도시에서 어떻게 지형을 회복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은 건축가 조병수(BCHO파트너스)는 “산길, 물길, 바람길로 이루어진 서울의 전통적인 지리적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고밀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함께 그려보는 장을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올해 비엔날레는 전반적으로 땅의 다층적 활용과 유기성을 기반으로 산과 물, 바람이 잘 흐르는 도시 환경, 그리고 도시의 흐름을 이어주는 건축에 주목했다. 동시에 국내 및 해외의 우수 사례, 공공 공간에서 사회기반 네트워크, 서울의 문화와 역사 등 다각도로 파고들어 미래 도시 서울의 청사진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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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수 총감독 ⓒ김재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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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승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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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전 파트1 ‘땅의 건축’은 주어진 땅의 조건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건축이다. 존재를 과시하거나 주변을 제압하지 않고 땅으로 스며들어 땅의 기운을 살리는 것. 그 고요함 속에 인간의 몸과 마음이 거주하며 서로에 대한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건축이 땅의 건축이다. 주제전 파트2 ‘땅의 도시’에는 건축가들의 다양한 리서치와 아이디어도 만날 수 있다. 한양의 옛 모습을 출발점으로 삼은 ‘서울그린링(SGR)’은 팬데믹을 거치며 늘어난 녹지와 거주지 간의 연결, 선형 공원의 필요성을 반형한 프로젝트다. 향후 교통 인프라와 지하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녹지와 기존 공원, 한강과 지천을 포함해 서울 전체를 약 3km 정도 반경의 그린 보행로로 연결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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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전] 인터랙티브 플랫폼(사진 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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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전]이 펼쳐질 열린송현녹지광장 조감도 ⓒ서울시(사진 서울시 제공) |
100년 후 서울의 친환경 고밀도시를 그리는 유형별 마스터플랜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이곳에선 서울이 가진 그린 네트워크의 확장 가능성을 모아 미래 녹화도시의 지표를 마련하고자 했다. 국제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40팀의 유형별 마스터플랜 및 국내외 유수 건축상 수상자 스노헤타, MVRDV, 조민석, 프란시스코 레이바 등으로 구성된 초청작가 14팀의 다양한 연구 성과물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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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100년마스터플랜전] Type F 100년 후 열역학적 균형을 이룬 서울, 지 오터슨 스튜디오(사진 서울시 제공) |
‘패러럴 그라운즈(Parallel Grounds)’를 주제로, 세계 도시공간의 고밀도화 및 다층화 사례를 통해 도시의 주요 공공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독일 함부르크, 미국 뉴욕, 스위스 바젤 등 세계 29개 도시의 프로젝트와 도미니크 페로, 위르겐 마이어, 헤르초크 앤 드 뫼롱 등 해외 건축상 수상자가 참여한 도시의 주요 공공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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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스트시티전 참여작품] 도쿄 미야시타 공원, 니켄 세케이(사진 촬영 Koji Horiuchi) |
보행자 중심의 미래 서울 마스터플랜과 관련된 친환경 한강 다리 및 세계 친환경 메가시티의 연구 전시로 국내외 31개 대학이 참여했다. 열린송현녹지광장 하늘소 하부 공간에서 참여 대학생들의 영상, 이미지 등 형태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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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스튜디오](사진 이승연 기자) |
열린송현녹지광장의 장소적 특성을 인식하기 위한 건축적, 감각적 장치(파빌리온)를 선보여 시민들이 쉽고 재미있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치앤칩스,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 페조 본 에릭사우센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진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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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프로젝트] 리월드Reworld, 김치앤칩스(사진 서울시 제공) |
이번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는 서울시청 시민청 공간-서울도시건축전시관-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진행된다. 진행 순서는 상관 없이 어느 한 곳만 찾아봐도 좋지만, 이번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맥락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한다면 서울도시건축전시관-시민청-열린송현녹지광장 순서로, 또는 시민청-열린송현녹지광장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이곳에서 비엔날레 주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주제전 섹션을 통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과 도시의 메커니즘에 대해 고민하는’ 전시 방향을 살펴보고, △현장프로젝트전 △게스트시티전 등의 섹션을 통해선 보다 현장감 있는 전시와 미래 시대가 추구하는 도시 플랜의 흐름을 느껴볼 수 있다.
Focus#1 ‘게스트시티전’ 패러럴 그라운즈: 도시의 활력을 만드는 밀도와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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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청 공간에 꾸며진 [게스트시티전](사진 이승연 기자) |
우리가 누리는 도시는 ‘그라운드’에서 시작된다. 도시의 활력이 시작되는 지상 1층, 그중에서도 거리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그라운드 레벨인 ‘스트리트 레벨’. 이곳에서 바라본 도시의 공간 구조는 시민들이 직접 경험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교류, 이벤트, 상업 등 여러 활동이 시작되는 기본 토대가 된다. 옛 서울만 보더라도 ‘공터’란 모두가 뛰놀던 공간이었다. 집 앞을 나가기만 해도 동네의 거리는 이웃이 교류하는 공간이었고, 추억을 담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도로가 점차 넓어지며 그 공간엔 자동차가 들어섰고, 사람이 머무는 공간은 좁아졌다. 덩달아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 또한 줄어들었다. 이처럼 도시의 고밀화, 다층화로 그라운드 레벨은 점차 목적성을 잃고, 사람들과 분리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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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스트시티전] 작품 Hunter’s Point South Park Phase II, WeissManfredi, David Lloyd(사진 서울시 제공) |
Focus#2 ‘현장프로젝트전’, 한옥 파빌리온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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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프로젝트] 하늘소(사진 이승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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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프로젝트] 한옥 파빌리온: 짓다(사진 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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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와 흔적들-보이(지 않)는 파빌리온’ 외부 풍경(사진 이승연 기자) |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및 참고자료 서울시, 이승연]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7호(23.9.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