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5%, “영화만의 스타일과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가디언」)이라는 평을 받은 영화 <아만다>는 시니컬하고 신경질적인 한 소녀의 성장에 관한 블랙 코미디물이다. 연출을 맡은 캐롤리나 카발리는 신인감독다운 과감한 시도와 강렬한 이야기, 뛰어난 미장센을 장편 데뷔작에 녹여 냈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진 ㈜이놀미디어
가족이나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공격형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아만다’(베네데타 포르칼롤리)는 파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집안 일을 돕겠다고 온 이곳에서도 역시 그녀는 무직, 여전히 혼자다. 시니컬해도 외로움은 많이 타는 그녀의 유일한 친구는 8살 조카와 어릴 적부터 함께 살았던 가정부뿐.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지만 모든 관계를 거부하며, 생활을 위한 노동이라고는 마트 스티커를 모아 산 선풍기를 중고 매매하는 수준이다. 니트 조끼 한 벌로만 생활하며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고수하는 아만다는 세상과 사회와의 타협과 소통을 거부한 채 마이 웨이로 세상을 살아간다. ‘이제 또래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는 엄마의 명령으로 엄마 친구의 딸 ‘레베카’(갈라테아 벨루지)와 만난 아만다는 자신보다 더 심한 은둔형 외톨이로 방에서 나오지 않는 레베카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며 우정에 대해 깨닫는다.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레베카의 엄마는 두 모녀를 가스라이팅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상담사를 맹신하고, 상담사가 ‘경계성인격장애’를 이유로 레베카와 만나지 못하게 하자 아만다는 폭주하고 만다.
포스터 속 ‘직업 없음, 예의 없음, 친구 없음. 어쩌라고?’라고 적힌 카피가 주인공 아만다의 성격을 잘 압축해준다. 영화 <아만다>는 공격형 아웃사이더와 은둔형 외톨이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성장 코미디다. 성인 금쪽이 아만다가 세상 밖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중심에는 자신만큼이나 아웃사이더인 레베카와의 만남이 있다.
↑ 사진 ㈜이놀미디어
펜디, 구찌 쇼에 섰던 모델 출신 배우로 현재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MZ세대 아이콘 중 하나인 베네데타 포르카롤리가 주인공 ‘아만다’ 역을 맡았다. 그녀는 20대 중반이지만 아직 아이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아만다를 입체적으로 소화하며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과 시선을 사로잡는 스크린 장악력을 보여준다. 세상의 관습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남 눈치 보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삐삐 롱스타킹’(피피 롱스트룸프, 우리나라에서는 말괄량이 삐삐로 알려졌다)이 감독이 시작한 아만다의 시작점. 삐삐와 아만다 모두 모나고 평범하지 않은 성격이지만 가족을 아끼고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한다.
앞서 <아만다>는 제7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제4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감독 캐롤라이나 카발리는 장편 데뷔작 <아만다>로 이탈리아 빌럽 영화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데뷔와 동시에 주목받았다. 주인공들은 둘 다 아웃사이더지만 세상과의 접점을 부지런히 찾아 나간다. 늙은 말을 훔치고, 수영복을 입고 거리에 나가며, 파티에 폭죽을 터뜨려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도 관객들에게 기묘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Z세대의 당찬 태도 속에 내재돼 있는 관계에 대한 불안, 우정에 대한 신선하고 씩씩한 접근이 돋보이는 영화다. 여기에 웨스 앤더슨 영화를 연상시키는 영상미는 덤. 러닝타임 94분.
↑ 사진 ㈜이놀미디어
[글 최재민 사진 ㈜이놀미디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5호(23.9.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