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의 시선과 흔적을 따라서
택시의 배짱 영업 vs 히치하이킹 친구들의 다정함
호수를 보기 위한 여정 자체가 거대한 모험
오기로 시작된 여행이다. 다수의 의견이 ‘No’를 향할 때 괜스레 ‘Yes’를 외치고 싶은 순간이 있는데, 오시에서 송쿨 호수까지 여행을 결정한 배경이 딱 그랬다. 길은 있지만 그 길을 달릴 미니버스나 셰어택시가 전무하다는 사람들의 말에 반기를 들었다. 길이 있다면 마땅히 그 길을 달리는 차량이 있을 것이란 조금은 무모한 믿음에서. 중앙아시아 동부 산악지역 내륙 국가인 키르기스스탄도 그런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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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르기스스탄 북부 해발 3,016미터에 위치한 고산 호수 ‘송쿨(Song-Kul)’ |
오시에서 시작된 여행, 다행일까 불행일까
키르기스스탄 여행의 시작은 비슈케크(Bishkek)가 아닌 오시(Osh)에서 출발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남쪽 수도라 불리는 오시를 기점으로 시작된 여행은 예상과 달리 설렘보단 혼란을 일으키며 시작도 전에 온갖 물음표를 던져댔다. 이 중 가장 큰 화두는 ‘과연 오시가 키르기스스탄 여행을 시작하기에 알맞은 도시인가’하는 질문. 또한 ‘오시와 비슈케크 사이 키르기스스탄 북부 고산 호수 ‘송쿨(Song-Kul)’을 목적지로 정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선택인가‘하는 질문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오시에서 송쿨 호수까지 대중교통이 전무해 이동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커다란 비용을 지불하고 프라이빗 택시를 대절해 이동한다면 물론 얘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그럴 만한 형편도, 그런 상황도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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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쪽의 수도라 불리는 오시의 도심 풍경 |
중앙아시아 동부 산악지역 내륙국가 키르기스스탄은 7개의 주와 1개의 수도, 1개의 행정시로 구성되어 있는 나라다. 오시에서 송쿨 호수까지 이동하려면 오시주에서 출발해 잘랄아바트주를 거쳐 송쿨 호수가 속해 있는 나린주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 이를 테면 부산에서 출발해 경북을 거쳐 충청도까지 가는 여정과 비슷하다. 한데 다른 건 키르기스스탄은 수도인 비슈케크를 제외하곤 각 주를 잇는 교통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시에서 송쿨 호수까지 약 450km, 오시에서 비슈케크를 거쳐 송쿨 호수까지는 약 1,000km가 넘는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전자보다 후자를 적극 권했다. 대표적인 교통수단인 마슈르카(Marshrutka) 미니버스가 후자에 더 많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시에서 비슈케크까지 약 14시간 동안 마슈르카를 타고 이동한 뒤 다시 비슈케크에서 송쿨 호수까지 대략 6~7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여정이 과연 편리를 제공하는 이동이란 말인가. 중앙아시아 여행 대표 커뮤니티 사이트를 뒤져가며 이미 송쿨 호수를 여행한 여행자들의 후일담을 찾아봐도 반전을 기대할 만한 정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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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쪽의 수도라 불리는 오시 도심 풍경 |
대다수의 여행자들도 송쿨 호수에 가려면 비슈케크에서 출발할 것을 권했는데, 이 중 단 한 개의 후기가 아주 작은 불씨를 지폈다. 오시에서 나와 비슷한 혼란을 겪으며 남들이 ‘No’를 외칠 때 홀로 ‘Yes’를 외친 여행자의 후기는 오시에서 송쿨 호수까지 마슈르카와 셰어택시, 히치하이킹을 이용해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물론 쉽지 않은 긴 여정이었음을 언급하면서. 때론 한 명의 실제 경험담이 대중의 의견을 단박에 뒤엎는다. 그 경험담을 믿어서가 아닌 그것에 혹한 나 자신을 믿기 때문이다.
“남들이 ‘No’를 외칠 때 홀로 ‘Yes’를 외친 여행자의 후기는 오시에서 송쿨 호수까지 마슈르카와 셰어택시, 히치하이킹을 이용해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때론 한 명의 실제 경험담이 대중의 의견을 단박에 뒤엎는다. 그 경험담을 믿어서가 아닌 그것에 혹한 나 자신을 믿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잘랄아바트, 그리고 카자르만
일단 오시와 인접한 잘랄아바트(Jalal-Abad)까지 마슈르카를 타고 간다. 오시의 숙소에서 만난 영국인 여행자 아와(Awa)가 송쿨 호수까지의 여정에 함께하기로 했다. 아와는 비슈케크에서 오시까지 마슈르카를 타고 약 15시간을 달려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결코 편의를 제공하는 이동이라 믿지 않는다. 덜하면 덜했지 더하진 않을 거란 믿음이 오히려 우리의 결속을 굳건히 다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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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목적지, 카자르만으로 향한 셰어택시 |
첫 번째 이동은 식은 죽 먹기에 가까웠다. 오시에서 잘랄아바트를 오가는 마슈르카가 활발히 운행되는 데다 현지인과 외국인에 상관없이 티켓요금이 고정된 덕에 운전기사와 흥정을 할 필요가 없어 이동은 오히려 시시하게 끝이 났다. 약 150km, 3시간 30분을 달려 키르기스스탄 남서부 잘랄아바트에 닿았다.
새로운 도시의 풍경에 젖어들 새도 없이 마슈르카에서 내리자마자 외국인을 향해 달려드는 운전기사들의 거대한 환영의 목소리가 귓가를 넘어 머리까지 울려댔다. 연신 ‘비슈케크’를 외치는 기사들에게 질세라 ‘카자르만(Kazarman)’을 목놓아 내뱉고 나자, 기사들 모두가 하나같이 콧방귀를 뀌며 양손으로 ‘X’자를 그려댔다. 카자르만으로 향하는 마슈르카가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오로지 비슈케크로 가는 마슈르카만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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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자르만으로 가는 길목 풍경 |
일순간 외국인을 에워싼 기사들을 헤치고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온 현지인 남성. 그는 뜻밖의 키다리아저씨였다.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밝힌 남성은 카자르만까지 이동하려면 옵션은 셰어택시 하나뿐이라고 했다. 그는 고맙게도 셰어택시 승차장에 우리를 직접 데려다 주고 카자르만으로 가는 차량까지 수소문해줬다. 5인승 승용차에 운전기사와 4명의 승객이 탑승하는 셰어택시의 요금은 인당 500솜(한화 8,000원)이라던 남성의 말과 달리 외국인인 우리를 보자 운전기사는 단박에 2배의 웃돈을 붙였다. 외국인 요금은 1,500솜(한화 2만4,000원)이라는 것. 기사와 외국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남성은 기사의 배짱 장사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흥정 자체가 먹히지 않는 건 그만큼 카자르만까지 가는 셰어택시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경쟁이 적고 수요가 낮을수록 가격은 더 높아지는 법. 수많은 여행자들이 비슈케크에서 출발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중요한 건 돈을 더 내고 덜 내고의 문제보다 현지인과 외국인을 나눠 차별하는 운전기사의 편협한 사고에 실망감을 지울 수 없었을 뿐. 더 실망스러운 점은 결국 그와 동행을 했다는 것. 울며 겨자 먹기로 어찌됐든 카자르만에 두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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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길을 따라 이동하며 카자르만으로 이동했다. |
배짱 영업 속에서도 송쿨행은 포기할 수 없다
지난밤 꿈속에서까지 길을 묻고 교통수단을 찾아 다니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했다. 그래 봤자 손에 남은 정보는 단 한 개도 없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도시는 여행정보를 알려고 하면 할수록 답을 찾기보단 더 깊은 혼란에 빠져들게 만든다.
정보도, 우리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의 손길도 넘쳐나지만 실속은 없다. 특히 지난밤 카자르만에 도착해 CBT(Community –Based Tourism) 사무소를 찾았을 땐 혼란을 넘어 그냥 송쿨행을 포기할까 싶은 생각까지도 들었다. CBT는 비슈케크에 본사가 있고, 키르기스스탄 전역에 15개의 지역 사무소가 자리한 관광전문기관이다. 정보 제공뿐 아니라 투어상품, 홈스테이 및 유르트(Yurt, 유목민 거주지) 스테이, 가이드 및 포터 등을 조직하는 일을 한다. 그러나 카자르만에서 송쿨 호수까지 CBT사무소 직원이 제시한 옵션은 단 하나, 프라이빗 택시를 대절하는 것. 한데 이들이 제시한 택시요금은 1만 솜(한화 15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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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린 지역에 자리한 코치코르 마을 풍경 |
말문이 막혀 이동거리 숫자를 다시 확인했는데, 지도에서 약 150km를 확인한 후 또 다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같은 거리인 ‘오시-잘랄아바트’(150km) 마슈르카 요금이 400솜(한화 6,000원)이었다! 더 기가 막힌 건 키르기스스탄 직장인 평균 월급이 2만 솜(한화 30만 원) 정도인 데다 최저 평균 월급은 6,500솜(한화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사실. 만약 현지인들이 우리와 동일한 상황에서 카자르만에서 출발해 송쿨 호수에 간다면 과연 1만 솜이란 큰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까. 이 금액은 명백히 외국인 관광객용이다.
CBT 직원은 나름의 이유를 들어 설명했는데, 그의 말인즉슨 현지인들은 비용이 비싸 송쿨 호수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말해 송쿨 호수는 오직 외국인 관광객용 장소라는 얘기였다. 그 말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꺼져가던 송쿨행 불씨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동경로를 변경했다.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송쿨행 셰어택시를 찾을 수 없었기에 카자르만 북동쪽 약 270km 떨어진 코치코르(Kochkor)로 방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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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치코르 셰어택시 승차장 |
비슈케크에서 출발해 온 사람들이 송쿨행 셰어택시를 타는 곳도 필수 경유지도 코치코르였다. 만에 하나 송쿨행 셰어택시를 찾을 수 없어 히치하이킹을 하게 된다면 코치코르에서 차편을 찾는 것이 훨씬 나았다. 더욱이 카자르만에서 코치코르까지 마을사람들이 이용하는 셰어택시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터였다. 마을사람들의 도움으로 비교적 쉽게 찾은 코치코르행 셰어택시, 요금은 800솜(한화 1만2,000원). 이제야 말문이 제대로 터졌다.
“키르기스스탄 직장인 평균 월급이 2만 솜(한화 30만 원) 정도인 데다 최저 평균 월급은 6,500솜(한화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만약 현지인들이 우리와 동일한 상황에서 카자르만에서 출발해 송쿨 호수에 간다면 과연 1만 솜(한화 15만 원)이란 큰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까. 이 금액은 명백히 외국인 관광객용이다.”
뜻밖의 상황에서 찾은 송쿨행 동행자들
우리가 손에 쥔 옵션 중 히치하이킹은 마지막 카드였는데 그것이 하나뿐인 옵션이 되고 말았다. 물론 듣던 대로 코치코르에 송쿨행 셰어택시는 있다. 그 수가 예상외로 많고 쉽게 찾을 수 있어 오히려 놀랐을 정도다. 하지만 수많은 셰어택시를 뒤로 하고 도로 위에서 엄지를 들기로 결정한 건 또 한번의 외국인용 요금에 좌절했기 때문이다. 코치코르에서 송쿨 호수까지는 불과 약 100km 거리다. 분명 카자르만에서 만난 마을사람들은 인당 최대 1,000솜(한화 1만5,000원)이면 송쿨행 셰어택시를 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지만 막상 현실은 3~4배가량 웃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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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치코르 마을 풍경 |
코치코르에서 만난 현지인들도 외국인용 요금에 놀라긴 매한가지. 이 중 한 사람은 자신이 나서서 현지인용 요금으로 가능한 셰어택시를 찾아주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역시 운전기사들의 승리였다. 이제 더 이상 셰어택시는 없다. 코치코르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새 아침을 맞으며 마지막 옵션인 히치하이킹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아와는 송쿨 호수에서 묵을 유르트스테이 정보를 찾다가 업체에 통화를 시도했고, 우리의 상황을 전해 들은 숙소 대표가 내일 비슈케크에서 오는 단체손님을 언급하며 이들 차량에 우리 두 사람을 태울 좌석이 있는지 알아봐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답변은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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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쿨 호수까지 동행을 허락한 사람들. 매달 모임을 갖는다는 15명의 고등학교 동창생들이다. |
비슈케크에서 온 단체손님은 15명의 고등학교 동창생들이었다. 40대 중후반인 이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모임을 지속하며 매달 장소를 달리해 모임을 갖는다고 했다. 키르기스스탄뿐 아니라 전 세계 각 도시에서 모임을 열기도 하며,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장소 선정부터 계획, 비용 전반을 책임진다고 했다. 이달 송쿨 모임은 동창생 중 가장 가난한 친구가 맡았다며 이들은 우스갯소리를 늘어놓기도 했는데, 제각기 직업을 듣고 보니 은행장부터 코카콜라 수입업체 대표, 경제전문가 등 모두가 사회적 위치와 부를 소유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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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추효정] |
유르트 숙소 대표의 간곡한 부탁으로 우리와의 동행을 허락했다는 이들. 기나긴 우여곡절 끝에 만난 송쿨행 동행자가 이토록 면면이 화려한 사람들일 줄 상상이나 했을까? 참 힘든 만큼 재미있는 여정이다. 이제 송쿨 호수가 코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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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쿨 호수로 가는 길 |
모두를 위한 호수, 모든 것을 내어준 호수
해발 3,016m에 위치한 송쿨은 키르기스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이자 가장 큰 담수호다. 면적은 약 270㎢로 최대 길이 29km, 폭 18km, 가장 깊은 곳은 13.2m다. 해발 4,000m가 넘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송쿨 계곡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호수는 수세기 전 양치기들이 이곳에 소를 데려왔음을 나타내는 고대 암각화 등 초기 유목생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호수 유역의 평균 기온은 영하 3.5도이며, 겨울 기온은 영하 20도에 달한다. 여름은 낮과 밤의 기온 차가 굉장히 큰 편으로 여름 밤의 기온이 초겨울 날씨를 나타낼 정도다. 겨울에는 호수 인근 길이 얼어 붙어 도로가 폐쇄되기 때문에 송쿨의 겨울 풍경은 무인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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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3,016미터에 위치한 고산 호수 송쿨 |
호수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6월초부터 호수 주변에 숙박시설인 유르트 캠프가 하나 둘 들어서고, 7~8월이 되면 호수는 방문객들로 넘쳐난다. 진정한 유목민 생활을 경험하려는 여행자들은 말을 빌려 타고 1박2일 혹은 2박3일 호수 주변을 도는 여행상품을 이용해 호수를 즐기기도 한다. 건물도 통신장비도 없는, 도시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오직 산과 호수만 자리한 송쿨 호수는 그것 자체로 방문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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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쿨 호수 전경 |
오시를 떠난 지 2박3일 만에 마침내 송쿨 호수에 닿았다. 목적한 것을 이룬 기쁨은 물론 또 하나의 경험담이 쌓이고 길이 있다면 어디든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 더 큰 만족과 보람을 느낀다. 사실 이번 여행은 최종목적지인 송쿨 호수보다 이곳에 닿기까지 달려온 여정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그 순간순간을 지나 두발 닿은 호수는 넓은 품으로 여행자를 감싸 안았다. 호수를 보기 위해 지난한 과정을 거쳐온 게 아닌 그 과정을 경험하기 위해 호수가 존재하는 기분을 안겼다. 그만큼 여정은 용감했고 호수는 무한했다. 그렇기에 호수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기분은 오히려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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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쿨 호수의 일몰 풍경(좌), 전통음악을 노래하고 연주하는 유르트 캠프에서 만난 사람들(우) |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에 몸을 담근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현실에 기대어 선다. 무리들 가운데 외국인 외에도 현지인들의 면면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고, 송쿨 호수가 오직 외국인 관광객용 장소라던 누군가의 말이 거짓이었음을 확인한 데 심심한 위로를 얻었다.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운 결말이다. 이를 배경으로 한편에서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현지인 가족들의 목소리가 해가 진 후 호수의 밤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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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로부터 시계방향)유르트 캠프 주방 모습, 호수에 몸을 담근 사람들, 호수에서 만난 현지인 대가족의 모습 |
하늘 전체에 촘촘히 박힌 별은 호수생활에 빠질 수 없는 기쁨이다. 그 별 아래서 각자의 여정을 이어가는 사람들, 다시 한번 호수의 정체성을 마음 속에 새긴다. 송쿨 호수는 모두를 위한 장소다. 호수는 모든 것을 내어준다. 몇백 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진리,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것에서 여정의 혼란스러움을 잠재운다. 그리고 여정에 다시금 새로운 용기를 품는다.
“오시를 떠난 지 2박3일 만에 마침내 송쿨 호수에 닿았다. 목적한 것을 이룬 기쁨은 물론 또 하나의 경험담이 쌓이고 길이 있다면 어디든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 더 큰 만족과 보람을 느낀다. 호수를 보기 위해 지난한 과정을 거쳐온 게 아닌 그 과정을 경험하기 위해 호수가 존재하는 기분을 안겼다.”
▶▶▶ 키르기스스탄 여행 2편, ‘비슈케크에서 이식쿨까지’가 이어집니다.
[챗GPT가 요약한 키르기스스탄 여행① 들여다보기]
이 글은 키르기스스탄에서의 여행 경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오시에서 출발하여 송쿨 호수까지의 여행을 결정했으나, 대중교통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행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이에 길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길 중에는 혼란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행자들은 교통과 예상치 못한 상황을 극복하여 송쿨 호수에 도착
했습니다. 호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제공하며, 여행자들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이룬 성취감과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 경험은 길이 있으면 어디든 도달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강조하며, 호수는 모두를 위한 아름다운 장소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글과 사진 추효정(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