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자체가 모험, 아르투크는 문밖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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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지키스탄 판 마운틴의 하이라이트 ‘쿨리칼론’ 호수 전경 |
해발 2,200m 판 마운틴 중심부에 위치한 ‘아르투크(Artuch)’로 향한 두 번째 여정. 판 마운틴 트레킹 코스 가운데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쿨리칼론(Kulikalon) 호수가 여정의 최종목적지다. 여행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타지키스탄에서는 이동 자체가 모험인 데다 이동에 전혀 편의를 보장할 수 없는,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의 여정이다. 두발 꾹꾹 찍어 쌓아 올린 유려한 산과 호수의 풍경, 아르투크 마을에서 만난 홈스테이 가족의 따뜻한 품까지, 모험은 언제나 옳다.
다시 걷는 길, 자부심과 허무함을 느끼며
타지키스탄 여행은 이동 자체가 모험이다. 인접한 마을과 마을을 이동하는 데도 커다란 숙제를 안긴다. 도보여행에서 극과 극의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걸어온 길 그대로 되돌아오는 과정에 있지 않을까.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길 곳곳에 두 발자국 찍었다는 자부심과 이를 다시 반복해야 하는 허무함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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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투크 베이스 캠프로 가는 길의 풍경 |
판 마운틴의 두 번째 여정은 해발 2,200m, 판 마운틴 중심부에 위치한 ‘아르투크(Artuch)’로 향한다. 첫 번째 호수에서 동북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지점에 아르투크 마을이 시작되는데, 도로가 없는 산길은 계산 자체가 무의미하다. 타지키스탄에선 동선의 편의가 이동의 편의까지 가져다 주지 않는다. 지도상에 초록색으로 표시된 무성한 산길을 가로질러 간다면 모를까 그래 봤자 호수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메인 도로까지 가는 여정은 첫날의 이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부심과 허무함을 동시에 느끼며 다시 걷는 길. 차량은 둘째치고 행인 한 명 찾기 어렵다. 적막이 감도는 호수 풍경을 눈깜짝할 사이 먹구름이 감싸 안더니 이내 굵은 빗방울이 머리를 적신다. 순식간에 밤이 되어버린 하늘은 천둥번개와 함께 소나기를 뿌려대기 시작했고, 허겁지겁 나무 밑으로 몸을 숨기자 장대비의 시원함이 오히려 반갑다. 날씨의 변화로 인해 소란스러웠던 마음에도, 자갈과 흙 길 위에 쌓인 케케묵은 먼지에도 금세 차분함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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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아르투크 마을까지의 히치하이킹 (우)왔던 길을 다시 돌아서, 두 번째 여정을 향해 출발하던 길 |
그렇게 엄지를 들고 아르투크 마을로
두어 시간째 엄지 한번 들 기회가 없다는 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시간만큼 차량의 엔진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던 터라 이대로 약 50km에 이르는 길을 도보로만 이동하게 될까 두려움이 커져갈 때 반전이 찾아왔다. 반가운 소리에 엄지는 자동적으로 움직였고, 먼지바람을 몰고 여행자들 곁에 다가온 차량. 다행히도 빈 좌석이 있었다. 가이드 겸 운전사인 현지인과 그리스에서 온 두 명의 관광객까지 셋이 타고 있던 차량의 목적지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이들은 메인 도로까지 동행을 허락했다.
타지키스탄에서 히치하이킹(Hitchhiking)은 셰어택시의 일종이다.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면 누구나 택시기사로 밥벌이를 하는 이 나라에서 엄지 하나 치켜세웠다고 그 의미가 바뀌지 않는다. 중요한 건 차량에 올라타기 전 운전자와 정확한 요금을 협의한 후 타야 한다는 것. 요금 협의 없이 탄 뒤 내릴 때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운전자가 종종 있기 때문. 하지만 경험에 비추었을 때 동행을 허락하는 대다수 현지인들은 돈보다 마음이 먼저인 경우가 더 많다. 더욱이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요구하는 요금은 셰어택시와 비교하면 푼돈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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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투크 베이스 캠프로 가는 길의 풍경 |
메인 도로에 닿은 뒤 동쪽 방향 도로에 서서 엄지를 든 지 단 몇 분 만에 두 번째 차량이 우리 앞에 멈춰 섰다. 약 30km 지점에 위치한 다스티카지(Dasthikazy) 마을 주변에 산다고 밝힌 어르신 운전자는 자신의 마을까지 간 다음 그곳에서 남쪽으로 가는 차량을 수소문할 것을 권했다.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샬레인(Charlaine, 트레킹 여행의 동행자인 네덜란드인)이 아니었다면 손짓 발짓으로도 대화가 쉬이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저녁시간이 다 됐는데 시간이 된다면 우리 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내일 가는 건 어때요?” 어르신의 따뜻한 말과 마음이 예측할 수 없는 도로 위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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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투크 마을로 향하는 트레킹 여정 |
또 한번의 소중한 인연을 기대하며 다시 선 길. 득달같이 달려드는 택시기사 무리를 헤쳐가며 저 멀리 다가오는 차량에 엄지를 높이 치켜세웠다. 외딴 시골마을 한편에서 두 외국인 여성이 엄지를 들고 있는 모양새가 어째 현지인들에게, 특히 현지인 남성들에게 걱정거리로 인식되는 듯 했다. 연령에 상관없이 우리 앞에 차를 세운 남성들은 조언인지, 염려인지, 오지랖인지 도통 모를 한마디씩의 말을 남기고 갔는데, 중요한 건 도움이 될 만한 소스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오지랖에 지쳐갈 무렵 또 한번 드라마틱한 장면이 우리를 배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몰 전 아르투크 마을에 닿을 수 있으리란 희망은 그렇게 여행자를 에워쌌고, 여행자를 태운 차량의 친절한 움직임은 마침내 최종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마침내 호수 트레킹의 시작점에 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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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투크 마을 전경 |
산골짜기 마을에서의 이정표는 ‘사람’이다. 어스름한 저녁 빛 아래 마을을 찾은 외국인을 보겠다고 하나둘 집밖으로 뛰쳐나온 아이들. 개구쟁이 소년들은 다짜고짜 우리에게 다가와 몇 번이고 “헬로우”를 외쳐댔고, 수줍은 소녀들은 멀찍이 우리를 바라만 본다. 홈스테이 위치를 묻는 여행자의 질문에 소년들은 안내자 역할을 자처한다. 말 대신 행동으로 손짓하는 소년들의 발길을 따라 하룻밤 쉴 곳을 찾았다.
홈스테이를 알리는 간판이나 이정표 하나 없는, 일반 가정집 같은 커다란 대문을 열고 들어간 곳, 할머니부터 어린 손주까지 3대가 버선발로 나와 외국인을 맞이한다. 아무리 여러 번 경험해도 현지인 가족들의 따뜻한 환대는 매번 새롭고 감동을 준다. 길고 길었던 이동의 피로를 말끔히 보상받을 만큼. 이 환대를 바라며 하루 동안 여기까지 달려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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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투크 마을 전경(위), 아르투크 마을 홈스테이(좌측), 홈스테이 가족이 차려준 저녁밥상(우측) |
아르투크 마을은 타지키스탄 북부 수그드(Sughd) 지역 우레지(Urej) 강을 따라 자리한다. 이곳 마을은 여행지라기보단 주변 호수로 가기 위한 트레킹 시작점 역할이다. 판 마운틴 트레킹 루트 가운데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쿨리칼론(Kulikalon) 호수와 알라딘(Alauddin) 호수에 가려면 아르투크 마을을 반드시 거쳐가야 하기 때문. 비단 호수 트레킹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주변 도시에서 출발하는 로컬버스나 셰어택시 등의 대중교통이 이곳 마을까지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은 많은 여행자들을 산골짜기 마을로 불러모은다.
더욱이 여름 한낮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주변 도시의 살인적 폭염을 피하기 위해 대다수의 현지인들도 산골짜기 마을을 찾아 이곳에서 더위를 식힌다. 에어컨 대신 자연의 선선한 바람결에 청하는 여름 밤, 창문 밖 졸졸 흐르는 강물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밤,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산골짜기 마을의 긴 밤. 깊은 밤의 위로가 또 다른 호수 트레킹의 첫날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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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투크 마을 전경 |
베이스 캠프부터 추쿠락 호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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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투크 베이스 캠프로 가는 길의 풍경 |
한낮 더위를 고려해 이른 아침 출발하기로 한 결심은 따사로운 아침햇살과 환대에 사라지고 만다. 아르투크 베이스 캠프(Artuch Base Camp)까지 가파른 오르막길을 고려하면 호수 트레킹의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홈스테이 가족의 정성 가득 아침밥상과 커피와 차를 한 잔 두 잔 홀짝이며 그 횟수만큼이나 서로의 대화도 깊어만 갔고, 오전시간이 그렇게 후딱 지나가버렸다.
정오가 넘어서야 시작된 트레킹. 베이스 캠프까지는 남쪽으로 약 10km 거리, 해발 1,770m에서 출발해 2,200m까지 오른다. 홈스테이를 떠나 약 1.5km 구간까지 걷는 동안 마을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났지만 이후부턴 길 위에 여행자 둘만 오롯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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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추쿠락 호수 트레킹에서 내려다 본 베이스 캠프 (우)돌과 자갈이 깔린 추쿠락 호수 트레킹 |
그 과정에서 간혹 등장한 차량의 운전자들은 엄지를 든 것도 아닌데 우리 앞에 차를 세우곤 베이스 캠프까지 먼저 동행을 제안했다. 낯선 여행자의 안위를 살피는 사람들의 손길은 큰 힘을 준다. 한낮의 태양은 뜨거웠고, 오르막길은 가팔랐지만 사람들의 정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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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2200m 아르투크 베이스 캠프 전경 |
해발 2,200m에 위치한 베이스 캠프는 여느 유럽국가에서 봄직한 산장을 고스란히 따라 지은 모양새다. 캠프를 둘러싼 높다란 산맥이 절로 건축 효과를 부른다. 명칭에 걸맞게 주변에 자리한 여러 호수와 산맥 트레킹의 중심이 되는 곳. 판자켄트에서 캠프까지 차량 이동이 가능해 이곳에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하는 여행자가 많다. 특히 현지인들은 주말 동안 캠프에서 약 3km 떨어진 추쿠락(Chukurak) 호수까지의 짧은 트레킹 코스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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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쿠락(Chukurak) 호수 전경 |
캠프 뒤편 숲을 지나 조성된 길을 따라 해발 2,400m 협곡 위에 위치한 추쿠락 호수로 향했다. 판 마운틴 여러 트레킹 코스 중에서 유일하게 바위와 돌길 위에 이정표가 그려진 터라 지도를 확인하지 않고 화살표를 따라 비교적 쉽게 호수에 닿을 수 있다. 추쿠락 호수 위쪽의 큰 호수와 아래쪽의 작은 호수가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남서쪽에서 북동쪽 길이 309m, 호수 중앙부의 최대 폭은 131m, 둘레는 797m다. 해발 2,832m에 위치한 지오랏(Ziorat) 강이 호수로 흘러 들어 독특한 빛깔을 형성한다. 낮에는 초록빛을 띠고 저녁에는 파란색을 띠는 것이 특징. 호수를 둘러싼 웅장한 바위 요새 기슭 아래 텐트를 치고 야영을 즐기는 백패킹족이 많은데, 다른 호수에 비해 접근이 쉽다는 이점이 작용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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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쿠락 호수는 낮에는 초록빛을 띠고 저녁에는 파란색을 띤다. |
판 마운틴의 하이라이트, 쿨리칼론
호수에서의 멋들어진 야영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백패킹 분위기를 느끼고자 선택한 텐트에서의 하룻밤. 하지만 캠프에서 대여한 캠핑 장비와 이곳 환경은 결과적으로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 아르투크 마을의 홈스테이와 비교해 텐트치곤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은 차치하더라도 두 사람이 자기엔 너무 좁은 1인용 같은 텐트, 수명이 다 된 것 같은 낡은 침낭과 매트리스, 게다가 수십 명의 게스트가 쓰는 1개뿐인 화장실과 샤워실은 어떤가. 특히 샤워실은 금세 뜨거운 물이 동나는 바람에 그마저도 사용이 불가능했다. 멋들어진 산장 같은 겉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내면에 실망감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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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망스러웠던 베이스캠프에서의 캠핑 |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 맞이한 아침, 어차피 잠은 포기다. 당초 계획했던 캠프에서의 2박을 당장 변경했다. 호수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인 쿨리칼론에 간 뒤 아르투크 마을 홈스테이로 돌아가 잠을 청하기로 했다. 캠프에서 쿨리칼론까지, 쿨리칼론에서 아르투크 마을까지 하룻동안 총 25km에 달하는 트레킹을 과연 달성할 수 있을지 머릿속엔 물음표만 가득할 뿐이다. 중요한 건 캠프에서 쿨리칼론까지 700m의 가파른 절벽 같은 오르막 올라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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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700미터를 오른 쿨리칼론 트레킹 |
해발 2,800m에 위치한 3개의 빙하 호수로 이루어진 쿨리칼론. 이를 둘러싼 주변 산은 해발 3,500m까지 솟아 있는 설산이 장관을 이룬다. 일반적인 트레킹 경로는 두 가지다. 캠프에서 동남쪽으로 아르투크 강을 따라가는 코스와 추쿠락 호수에서 동쪽으로 추쿠락 골짜기를 따라가면 쿨리칼론 계곡과 만난다.
우리는 전자를 택했다. 캠프에서 주변 마을을 지나는 트레킹 시작지점은 비교적 용이했지만 약 2km가 지난 지점부터 오르막이 시작되더니 약 1km 구간 이후 급격한 경사가, 호수가 나타나기까지 약 4km에 이르는 구간 동안 뒤를 돌아보기 겁이 날 정도로 하늘과 가깝게 오르고 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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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 마운틴의 하이라이트 ‘쿨리칼론’ 호수 전경 |
대다수의 트레킹 구간은 자갈이 깔린 데다 길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이정표가 없던 터라 몇 번이고 지도를 확인한 뒤 걸음을 떼야 했다. 쿨리칼론이 판 마운틴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이유를 두발의 경험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숨이 차오르다 못해 숨을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호수가 나타났다. 잊을 수 없는 최고의 경험은 때론 극한의 고통으로부터 온다. 호수를 만난 그 순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극한의 감정이 온몸에 뿌리내리며 최고의 순간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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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고 만난 쿨리칼론 호수 |
다시 홈스테이 가족의 품으로
쿨리칼론을 뒤로하고 다시 아르투크 마을로 향하는 마지막 트레킹 여정. 지도상에 표시된 이동거리 ‘15km’가 전혀 놀랍지 않다. 극한의 고통으로부터 깨달은 발걸음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그 힘이 우리를 마을에까지 데려다 줄 것이란 믿음과 함께. 우리의 발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는 길을 따라 5시간을 꼬박 걸었다. 저녁풍경은 이곳을 다시 찾은 외국인을 뜨겁게 환영했다. 고작 하룻밤의 추억이 남아 있을 뿐인데, 마치 내 집에 돌아온 것 같은 특별함은 ‘고작’의 의미를 다시 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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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투크 마을로 향하는 마지막 트레킹 여정 |
첫 방문 때와 달리 가족의 며느리인 파랑귀시와 그녀의 10대 딸 파브지아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슬람국가의 여성으로 살아가는 파랑귀시는 홀로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두 외국인 여성의 삶이 궁금해 식사엔 영 눈길이 가지 않는 듯했다. 스무 살의 나이에 남편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양가 부모의 결정으로 혼인을 했다고 밝힌 파랑귀시.
그래 봤자 올해 마흔 살에 나름 젊은 세대에 속하는 그녀의 결혼스토리는 우리 두 사람에게 적잖은 놀라움을 안겼다. K-POP과 한국문화를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딸 파브지아는 한국 유학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파브지아의 꿈이 실현되려면 집안의 결정권자인 그녀의 아버지, 즉 파랑귀시 남편의 허락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자녀의 선택에 엄마의 의견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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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다시 찾은 홈스테이에서의 저녁식사 (아래)홈스테이 가족 파랑귀시(좌)와 파브지아(우) |
이곳에서 여자의 삶은 대개 집안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배낭 메고 홀로 여행하는 외국인 여성에게 현지인 남성들의 오지랖이 지나칠 수밖에. 그간 겪어온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이곳 여성의 삶을 고려하면 이해가 쉽지 않은 지점이다. 그건 파랑귀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서로의 다른 삶과 배경, 같은 밥상에 앉아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쌓여가지만 그만큼의 이해할 수 없는 시간도 쌓여간다.
판 마운틴 여정의 끝에서 이곳 산속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알아가는 기회는 그것만으로 값진 시간을 낳는다. 그리고 두 발 꾹꾹 찍어 쌓아 올린 유려한 산과 호수의 풍경만큼 서로가 밥상에 마주앉아 나눈 대화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판 마운틴 여행의 마지막 밤은 여전히 그렇게 선명한 기억 속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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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챗GPT로 요약한 타지키스탄 ‘판 마운틴 여행②’ 기사입니다. |
[글과 사진 추효정(여행작가) 그래픽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