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힙하다’는 을지로 삼겹살 야장골목을 찾았다. 을지로3가와 4가 사이 세운대림상가가 목적지다. 종로에서 올라오면 상가 왼편이다. 상가 1층은 환하게 불을 밝힌 각양각색의 조명기기점들이 붙어 있다. 그 맞은편은 온통 쇠붙이다. 철공, 금속, 절삭, 판금, 기어 등이 가득한 공구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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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장진혁) |
요즘 외국인 MZ세대들은 뻔한 관광지를 찾지 않는다. 그들은 유튜브, SNS를 통해 핫하고, 힙하고, 트렌드한 곳을 미리 파악하고 마치 도장깨기하듯 이런 곳들을 찾는다. 성수동, 로데오, 연남동에 이어 을지로 역시 그들의 목적지가 된 지 꽤 되었다.
아직 야장을 펼치기에 이른 오후 5시. 골목의 벽에는 접이식 좌판이 겹쳐 있다. 오후 6시경부터 좌판이 펼쳐지고 야장이 시작된다. 두 명이 걸어도 좁은 골목을 더 들어갔다. 향촌식당에서 10m, 오른쪽으로 돌면 대원식당이다. 이곳 역시 야장 준비를 하는지, 가게 안팎에서 이모님들이 분주하다.
힙hip하다는 표현은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갖추고 트렌드에도 민감해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야장골목이 ‘힙하다’고 하니, 또 궁금하다. 젊은 세대에게 힙이 깔끔, 신상, 멋짐 등일 것만 같은데 말이다. 이곳이 그들을 유혹하는 것이 무엇일까. 좌판은 내려진 셔터에 붙어 있다. 골목은 더 좁아진다. 사방은 막혀 실처럼 얽힌 전깃줄 사이로 푸른 하늘만 보일 뿐이다.
삼겹살 1만5,000원, 오징어볶음 2만 원, 찌개류는 8,000원, 라면과 짜파구리는 4,000원이다. 호일을 깐 불판 위에 고기, 버섯, 떡, 마늘이 올라온다. 쌈, 콩나물무침, 김치, 종이컵 등등은 셀프다. 불판에서 빗소리가 나면 김치를 올린다. 삼겹살 기름에 코팅된 김치의 고소함은 극강이다. 여기에 술 한 잔은 필수다.
이러한 맛을 뽐내는 야장골목의 이른바 삼대장은 향촌식당, 대원식당, 삼미정이다. 이 식당들은 20여 년이 넘는 세월 공구거리 먹성 좋은 장정들의 한끼를 책임진 노포 백반집이었다. 장정들은 이곳 엄마손 표 따뜻한 고봉밥을 먹었다. 공업사가 셔트를 내리면 백반집은 삼겹살 굽는 냄새로 가득 찼다. 그들은 한잔 술로 하루를 마감했다. 그러다 을지로3가에 젊은 발길이 잦아지면서 ‘주간 백반, 야간 삼겹살’ 노포들이 입소문을 타고 이제 SNS 맛집이 되었다고 한다.
야장이 문을 닫는 시간은 비교적 술자리를 파하기는 좀 이른 9시까지다. 해서 이 골목집들의 야장이란 낮에 오면 ‘야野’, 해 떨어지면 ‘야夜’라 생각하면 되겠다. 골목은, 삼겹살 냄새 그리고 새로운 감성에 취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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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장진혁)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2호(23.8.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