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춤>은 무용가이자 배우인 세계적인 댄서 다나카 민의 ‘춤’을 담고 있다. 골목길, 해변, 극장, 책방, 갤러리 등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즉흥적으로 ‘장소의 춤’을 선보이는 다나카 민의 경이로운 퍼포먼스와 에너지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이누도 잇신 감독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았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진 ㈜디오시네마) |
2002년 야마다 요지 감독의 영화 <황혼의 사무라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남우조연상 및 신인배우상을 받은 다나카 민. 그는 <메종 드 히미코>, <바람의 검심> 등에 출연했으며 2019년에는 한국 영화 <사바하>에 출연했다. 영화 <이름 없는 춤>은 <메종 드 히미코> 출연으로 친분을 쌓은 이누도 잇신 감독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포르투갈, 파리, 도쿄, 후쿠시마, 히로시마, 에히메현 등을 돌며 무용가 다나카 민의 춤을 촬영한 결과물이다.
걷고, 눕고, 팔과 다리를 비틀고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그의 움직임은 ‘춤’이라기보다는 행위예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춤이란 무엇인가, 움직임의 씨앗을 받아 키운다’는 메인 포스터 카피처럼 다나카 민은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들의 손짓, 거미의 움직임, 대지의 기운 등을 자신의 몸으로 통역해 사람들 앞에서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 (사진 ㈜디오시네마) |
그는 ‘춤의 기원’에 대한 끊임없는 조사와 집념으로 일상에 존재하는 모든 장소에서 형식적인 무대예술, 댄스, 음악 등에서 벗어나 고유의 춤을 즉흥적으로 추는 ‘장소의 춤(場踊り)’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스승 히지카타 타츠미의 춤을 보고 느낀 환희, 나체로 춤을 추다 일본에서 체포된 직후 프랑스 파리 공연에서 터져 나온 호평, 골목에서의 공연을 끝내고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도 담겨 있다.
“생산성이나 효율만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 제동을 걸려고 하는 다나카 민의 모습을, 삶의 방식에 대한 힌트로서 보는 사람들에게 제기하고 싶었다”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말처럼 다나카 민은 학교를 만들어 후학을 양성하거나, 고정된 무용 레퍼토리를 팔아 돈을 버는 대신, 80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필드에서 여전히 ‘매일 달라지는 장소의 춤’을 춘다.
밝지만은 않았던 어린 시절과 춤과 대자연에 빠져드는 과정을 담은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감독인 야마무라 코지의 손에 의해 완성, 실사 장면을 오가며 판타지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공연 횟수 3,000회가 훨씬 넘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의 감각, 마음이 부푸는 순간, 춤이 예술이 되기 전의 원초적인 상태를 끊임없이 탐험하는 노 무용수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관객은 자연스레 경외감을 갖게 된다. 러닝타임 115분.
↑ (사진 ㈜디오시네마)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2호(23.8.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