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아날로그 수작업’ 방식을 통해,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선사하는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 껍질이 녹아 내리는 바나나, 도트(dot) 픽셀처럼 조각난 햄버거 등은 마치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일본의 대형 광고회사와 디자인 회사를 거쳐 현재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요시다 유니의 작품들은 국내 SNS상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바. 그녀의 개인전 ‘YOSHIDA YUNI; Alchemy’가 현재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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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YERED, 2018(사진 서울미술관 제공) |
그런데 사실 보는 사람에게 놀라움을 준 지점은 글리치 기법보다도, 이 작품이 CG 작업 대신 아날로그 수작업 방식을 통해 표현됐다는 것이다.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라는 유명한 드라마 대사가 절로 떠오를 정도로, 요시다 유니는 이 작업을 위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업무 서류의 색을 맞춰가며 엇갈려 보이도록 표현했고, 파일과 노트를 쌓아놓은 세트 안에 출연진들이 들어가서 촬영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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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V Drama ‘elpis’, 2022(사진 서울미술관 제공) |
“‘하이힐과 사과가, 소녀의 배꼽 위에서 우연히 만나는 듯한 아름다움.’ 이런 식으로 요시다 유니가 지닌 아름다운 세계를 언어로 표현하면 굉장히 난해한 표현이 되어버린다.”(-영화 감독 이와이 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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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유니 전’ 전시장 전경(사진 서울미술관 제공) |
전시명인 ‘Alchemy(연금술)’처럼, 요시다 유니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빛과 어둠, 유형과 무형 사이의 상호 작용을 세밀하게 조작한다. 이를 통해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변환’시키고, 원물의 형태를 재조합해 아름답고 의미 있는 작품으로 ‘변형’한다. 시간적 유한성이 있는 꽃과 과일 같은 생물들이 작품 속에선 흐름이 멈춰 있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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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MOMENT, 2022(사진 서울미술관 제공) |
두 번째 파트 ‘HIDDEN PICTURES’는 수백 장의 러프 스케치와 직접 구한 메이킹 소품으로 완성된 작업물을 보여준다. 주요 브랜드 광고주들의 러브콜과 함께 그를 세계적 아트디렉터 반열에 오르게 했던 작품들로,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요시다 유니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일례로, 일본의 패션잡지 『소엔』의 75주년 기념 기획으로 제작한 작품에서, 관람객은 책장을 가득 채운 한 여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는 실제로 『소엔』이 75년 동안 출간한 『소엔』 1300여 권을 책장에 늘어서 있는 이미지로 제작했다. 모델을 촬영한 사진을 책등마다 한 장 한 장씩 프린트해서 감싸고, 책장에 꽂아 모델의 얼굴을 표현하되 인상적일 수 있도록 책을 무너뜨려 움직이는 듯한 상태를 촬영한 것이다.
전시장에 있는 스케치 노트와 함께 작품을 감상해보면 요시다 유니의 상상력이 마치 무수한 곁가지와 잎, 열매 등 다양한 요소가 모여 커다란 나무처럼 완성된 것을 알아차릴 수 있. 그녀만의 독특한 제작 방식 덕분에 관람자는 시간을 들여 관찰하면 할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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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EN _75 years of girls(사진 서울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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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유니의 아이디어와 작업 과정을 담은 스케치 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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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유니 전’ 전시장 전경(사진 서울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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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ying Cards, 2023_KC(사진 서울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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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유니 작업 과정(사진 서울미술관 제공) |
요시다 유니는 일본의 5대 미술대학중 하나인 여자미술대학(Joshibi University of Art and Design)을 졸업한 후, 대형 광고회사 오누키 디자인(ONUKI DESIGN)에 입사했다.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인 거장 노다 나기(Noda Nagi)의 우주 컨트리(Uchu Country)를 거쳐 2007년에 독립하여 광고와 영상, 앨범, 책 디자인 등 폭 넓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4 《IMAGINATOMY》 Laforet Museum Harajuku (Japan)
2016 「Tokyo Art Directors Club Award」 (Japan)
2019 「Mainichi Advertisement Design Competition Award」 (Japan)
2019 《DINALOG》 Laforet M
2019 MAMA 「Best Art Director Award」 (Korea)
2022 《THE MOMENT》 OFS.Tokyo (Japan)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및 자료제공 서울미술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1호(23.8.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