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산국(山國) 타지키스탄
트레킹 마니아 부르는 ‘판 마운틴’ 여행①
영험하고 신비로운 호수 여행
중앙아시아에서 명산이 많기로 유명해 산국(山國)이라 불리는 나라, 타지키스탄. 여러 명산 가운데 비교적 용이하게 트레킹 접근이 가능한 곳이 바로 ‘판 마운틴(Fann Mountains)’이다. 약 100개의 봉우리와 크고 작은 면적의 수많은 호수가 자리하며, 이 중 서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타지키스탄의 비밀이자 보물, 7개의 호수는 영험하고 신비로운 곳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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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셰어택시를 이용한다. 호수를 바라보는 셰어택시 운전자와 여행자들 |
그 길 그대로, 두샨베에서 판자켄트로
타자키스탄의 수도 두샨베(Dushanbe)에서 북서부 방향으로 약 250km 떨어진 판자켄트(Panjakent)까지 도로는 오직 하나, 교통수단도 오직 하나다. 그러나 경험치는 하나를 뛰어넘는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고 또 오르는 M34 도로에서 경주하듯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셰어택시의 굉음은 이전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운전사와 택시 승객들의 얼굴만 다를 뿐 속도와 배경, 공기와 풍경은 그 모습 그대로다. 이동의 감흥은 사라졌지만 이를 대신할 새로운 여행의 감흥은 시작이다. 두샨베에서 만난 많은 여행자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여행지로 강력 추천한 그곳, 드높은 산에 숨겨진 신비의 호수를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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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샨베와 판자켄트를 잇는 M34 도로 |
타지키스탄 서부에 있는 작은 도시 판자켄트는 우즈베키스탄 국경과 불과 20km 떨어져 있는 국경도시다. 대다수의 여행자들은 도시가 목적지라기보다 두 나라 간 국경을 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2022년 1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국경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로 인해 국경이 봉쇄되면서 이후 여행자들 사이 우즈베키스탄으로의 국경 넘기가 더 활발해졌다.
국경을 이용해 타지키스탄에서 키르기스스탄으로 가려면 우즈베키스탄을 반드시 통과한 후 이동해야 한다. 판자켄트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판 마운틴(Fann Mountains)과 하프-쿨(Haft-Kul)이라 불리는 7개의 호수(Seven Lakes)를 트레킹하기 위한 출발점이 되기 때문. 경유지 혹은 출발지로서의 판자켄트, 둘 중 어느 이유라도 중요한 건 이곳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다시 찾은 이곳에서 트레킹 여행의 동행자 네덜란드인 샬레인(Charlaine)과 함께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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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킹 여행의 동행자, 샬레인 |
비포장도로 따라 신비의 호수를 찾아서
판자켄트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바자르에서 7개의 호수로 가는 교통수단은 역시나 셰어택시 하나뿐이다. 현지인들이 타는 로컬버스가 있긴 하지만 하루에 한 대, 게다가 이른 아침에 운행된다. 타지키스탄에선 도시와 도시를 이동할 때 셰어택시가 일반적인 교통수단이다. 셰어택시는 말 그대로 택시 한 대를 여러 명이 함께 타는 것인데, 5인승부터 12인승까지 차량 탑승 가능 인원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기다림이 싫다면 차량 한 대를 홀로 독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으나, 다만 나머지 빈 좌석 수를 곱한 전체의 값을 치러야 한다. 타지키스탄의 셰어택시 규정은 무조건 한 좌석당 가격이 책정된다. 혼자라고 해서 가격이 저렴하거나 할인을 받는 등의 개념이 통하지 않는다. 만석이 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몇 분이 될지, 몇 시간이 될지 운전사도, 누구도 알 수 없다. 오로지 운에 달려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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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눈썹을 의미하는 첫 번째 호수 ‘네지곤’ |
호수로 가는 길, 다행히도 하늘은 우리 편이었다. 5인승 셰어택시 안 현지인 운전기사와 한국, 네덜란드, 호주에서 온 4명의 여행자가 서로의 땀 냄새를 공유하고 앉았다. 호수로 가는 길은 판자켄트에서 남쪽으로 구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약 40km의 비포장도로를 가로질러 간다.
판 마운틴의 서쪽 가장자리 7개의 호수는 첫 번째 호수부터 일곱 번째 호수까지 총 20km에 걸쳐 크고 작은 크기로 호수가 자리한다. 나란히 줄지어 있는 형태로 7개의 호수가 형성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지진과 산사태로 인해 계곡을 가로질러 일련의 자연 댐이 만들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사랑에 빠진 7명의 딸이 사랑을 이루지 못해 눈물과 하나가 되어 물로 변한 것이 7개의 호수를 이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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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첫 번째 호수를 만나러 가는 길 (우)그림자를 의미하는 두 번째 호수 ‘소야’ |
차량이 흙 길을 달리면서 뿌려대는 뿌연 먼지가 차창을 여러 번 덮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그 수를 가늠할 수 없을 시점에 이르렀을 때 먼지가 걷힌 차창 너머로 푸른 빛깔의 신비한 풍경이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그렇게 첫 번째 호수를 만나고, 얼마 안 가 두 번째, 세 번째 호수가 차례로 등장했다. 셰어택시의 종착지이자 7개의 호수 중 중앙에 위치해 호수마을의 중심을 이루는 네 번째 호수에까지 도달했다.
같은 푸른 빛이지만 살짝 짙거나 옅은, 조금씩 다른 빛을 내뿜는 호수는 예로부터 타지키스탄의 비밀이라 칭할 만했다. 조명과 계절에 따라 호숫물은 청록색, 파란색 또는 보라색으로 변하기도 하며, 물의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호수마을에 사는 이곳 현지인들에게 호수는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고귀한 수영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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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을 뜻하는 세 번째 호수 ‘거셔’ |
탯줄을 닮은 노핀 마을에서 하룻밤
이동은 4번째 호수에서 멈췄다. 7개 호수 중 마을 규모가 가장 크고, 서너 곳의 홈스테이가 밀집돼 있는 노핀 마을(Nofin village)에서 하룻밤을 청한다. 첫 번째 호수는 타지키스탄어로 ‘속눈썹’을 의미하는 네지곤(Nezhigon), 두 번째 호수는 ‘그림자’를 의미하는 소야(Soya), 세 번째 호수는 ‘절벽’을 뜻하는 거셔(Gushor), 네 번째 호수는 ‘탯줄’을 의미하는 노핀(Nofin), 다섯 번째 호수는 ‘아기’를 뜻하는 쿠르닥(Khurdak), 여섯 번째 호수는 ‘목초지’를 의미하는 마르구조르(Marguzor),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호수는 ‘천 개의 샘’을 뜻하는 하조르차쉬마(Hazorchashma)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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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탯줄을 닮은 네 번째 호수에서의 일몰 |
지명은 각각의 호수가 가진 모양과 형태, 환경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호수 고유의 특징이 지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7개의 호수 중 주변에 마을이 형성된 곳은 3곳으로, 이 중 여행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홈스테이 숙박시설이 조성된 마을은 노핀과 마르구조르인데 특히 여섯 번째 호숫가 마을인 마르구조르에는 홈스테이 시설이 단 한 곳뿐이라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해발 1820m에 자리한 노핀 마을에서 여장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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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핀 마을 산책, 자연의 풍경 |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총 길이 2.5km 남짓, 너비 약 200m에 불과한 매우 길고 좁다란 탯줄처럼 생긴 호수를 지나면 마을 초입에 들어선다. 이 마을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주마보이 게스트하우스(Jumaboy Guesthouse)에 들어서자 3대가 어우러진 대가족이 너나 할 것 없이 환한 미소로 여행자를 반긴다. 할아버지와 아들, 손자까지 이 가족의 남자구성원들은 마당 한편에 자리한 나무에 매달린 양고기를 해체하는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여인네들은 앞장서 여행자에게 나지막이 집 곳곳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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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노핀 마을의 터줏대감이라 불리는 주마보이 홈스테이 전경 (우)홈스테이에서의 캠프파이어 |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확연히 구분된 집안 풍경은 외딴 호숫가마을의 질서를 이룬다. 자연의 소리를 제외하곤 적막이 감도는 호숫가마을 홈스테이는 어둠의 시간으로 빠르게 질주한다. 홈스테이 가족의 환대, 이른 저녁식사와 마을 산책, 휴식시간을 지나 눈깜짝할 새 해가 종적을 감춰버린 밤. 외딴 호숫가마을에서의 긴 밤이 반갑고도 아쉬워 마당에 불을 피우곤 그 마음을 달래보았다. 활활 타오르는 불빛과 함께 빨갛게 타오르는 두 뺨이 금세라도 식을까 쉬이 눈을 뗄 수 없는 밤. 마을과 마음을 밝히는 불의 힘을 빌려 그렇게 호숫가 마을의 깊은 밤이 저문다.
첫 번째 호수는 ‘속눈썹’을 의미하는 네지곤(Nezhigon), 두 번째 호수는 ‘그림자’를 의미하는 소야(Soya), 세 번째 호수는 ‘절벽’을 뜻하는 거셔(Gushor), 네 번째 호수는 ‘탯줄’을 의미하는 노핀(Nofin), 다섯 번째 호수는 ‘아기’를 뜻하는 쿠르닥(Khurdak), 여섯 번째 호수는 ‘목초지’를 의미하는 마르구조르(Marguzor),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호수는 ‘천 개의 샘’을 뜻하는 하조르차쉬마(Hazorchashma)라고 불린다.
흙과 자갈길을 걸어서, 사람을 만나다
누구나 저마다의 여행이 있다. 판 마운틴 여행은 지극히 주관적인 저마다의 방법에서 출발한다. 유유자적 호수를 즐기고 싶다면 노핀 마을에서 며칠간 묵으며 주변 호수를 방문할 수 있고, 모험을 즐기고 싶다면 일곱 번째 호수까지 트레킹에 나서는 방법이 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 자동차 등 자신만의 교통수단을 가지고 이곳을 찾는 여행자도 있고, 텐트와 침낭 등 캠핑장비를 가방에 싣고 백패킹을 하는 여행자도 꽤 있다. 이 중 우리가 선택한 여행은 두 발을 교통수단 삼아 떠나는 트레킹, 도보여행이다. 사실 가능하다면 백패킹을 시도하고 싶었으나 캠핑 장비의 부재로 텐트 대신 호숫가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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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호수 전경 |
도보여행 첫날의 계획은 주마보이 게스트하우스를 떠나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호수를 차례로 지난 뒤 그곳 호숫가마을에 하나뿐인 홈스테이에 도달하는 것. 그리곤 다음날 7개 호수의 마지막 목적지이자 하이라이트인 일곱 번째 호수까지 왕복 트레킹을 달성하는 것. 과연 우리의 계획대로 여정이 이어질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땅에 두 발 딛기 전에 절대 알 수 없다. 흙 길 위에 찍힌 두 발자국엔 한 톨의 먼지도 허용치 않는다. 한참을 걸은 뒤 뒤를 돌아 걸어온 길을 가늠하면 그 길이 너무 멀고 깊어 흐린 발자국만 눈에 담길 뿐이다. 우리의 발자국이 느려도 늦지 않다는 사실이 걸어온 그 길 위에 진한 여운을 남긴다.
도보여행 초반, 약 2.5km 거리를 걷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흙과 자갈이 깔린 길, 해발 1,773m에서 출발해 1,852m까지 짧고 긴 오르막을 여러 번 지나쳐오느라 소요시간은 일반적 계산을 뛰어넘었다. 한 시간가량 샬레인과 나 둘뿐이었던 길 위에 드디어 사람이 나타났다. 자전거를 끌고 반대편 방향으로 가던 소년이 우리를 보자 곧장 방향을 바꾸더니 우리 편에 서서 같은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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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맥에 둘러싸인 파드루드 마을 전경 |
얼마 안 가 집과 건물이 하나 둘씩 나타났고 ‘파드루드(Padrud)’라는 마을 이름이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소년은 자신의 마을에 닿자 어느새 앞장서 걸으며 우리를 안내한다. 아름다운 나침반을 만났다. 마을 중심가에 다다르자 소년은 집을 향해 누군가를 불렀고, 그 집에서 곧장 튀어나온 사내 여러 명이 그야말로 버선발로 우리를 맞이하며 자신의 집에 들러 차를 마시고 가라고 손짓했다. 우리를 초대한 남성은 소년의 삼촌이었다.
차와 다과가 차려진 테이블에 둘러 앉아 국적과 이름 등의 기초 질문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내 마음에 품고 있던 궁금증 몇 개를 꺼내 들었다. “이 마을의 주요 수입원은 무엇인가요?” 농사를 지을 만한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호숫가 마을에서의 삶이 궁금했다. 마흔 여덟에 여섯 명의 자녀, 네 명의 손자가 있다고 밝힌 큰 형님이 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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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킹 중 만난 소년에 의해 ‘파드루드(Padrud)’ 마을의 한 집에 초대 받았다. 사진 속에 등장한 소년의 삼촌과 가족들. |
“여기선 먹고 살 게 없어요.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가장들은 러시아에 가서 일하고 돈을 벌어요. 러시아 말을 할 줄 아니까. 시베리아 주변에 공장이 많은데 공장에서 일하면 몸은 힘들어도 큰 돈을 벌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일했던 곳이 도축공장이었어요. 근로계약이 끝나 한 달 전에 고향에 돌아왔는데 도축공장 말고 평범한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피가 없는 곳, 피 냄새를 맡지 않는 곳에서요.” 이들이 대접해준 차의 첫 입은 분명 달콤했는데 그 끝엔 씁쓸함만이 감돌았다. 목을 베는 시늉을 하며 도축공장을 표현했던 남성의 눈빛과 몸짓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계획이 어긋나도, 길이 있기에 희망은 있다
다섯 번째 호수 끝 지점에서 여섯 번째 호수 시작 지점까지는 약 3km 거리다. 미리 다운받아온 오프라인 지도 맵스 미(Maps.me)에서 여섯 번째 호수 주변을 여러 번 확대해도 홈스테이 표시가 나타나지 않는다. 일단 호수 초입에 표시된 투어리스트 베이스(Tourist Base)를 목적지 삼아 발걸음을 뗐다. 여섯 번째 호수로 향하는 길은 해발 2,000m를 훌쩍 넘는다. 무거운 배낭과 한낮의 뜨거운 태양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둘 중 어떤 것을 택할지 영 답이 서지 않는다. 배낭도 내려놓고 싶고, 태양도 피하고 싶다. 그렇게 그늘 아래 여러 번 휴식을 취하는 동안 애당초 계산한 소요시간은 의미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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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초지’를 의미하는 여섯 번째 호수 마르구조르 |
여섯 번째 호수를 배경으로 위용을 과시하듯 세워진 투어리스트 베이스 건물은 아름답다기보다 귀곡산장 같은 분위기에 가까웠다. 밤에 이곳에 닿았다면 그 분위기가 더 크게 와 닿았을 것이다. 한데 하나뿐인 홈스테이를 찾은 기쁨도 잠시, 겉모습과 달리 열악한 내부시설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바가지 요금을 제시하는 주인 할머니의 너무나도 불친절한 태도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잠재워야 했다.
편견일진 몰라도 머나먼 길을 걸어 닿은 그곳에서 다짜고짜 돈 타령이나 늘어놓는 시골 할머니의 태도는 호수의 풍경과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홈스테이 입구 주차장에서 떠나 채비를 하고 있던 한 현지인 가족도 할머니의 태도에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두샨베에서 주말여행을 왔다는 이들 가족은 바가지 요금은 차치하더라도 할머니의 강압적인 첫인상과 말투, 행동이 그들의 기대를 단박에 무너뜨렸다고 했다. 모든 여행자가 후다닥 떠나버린 텅 빈 집, 그녀는 홀로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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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목초지’를 의미하는 여섯 번째 호수 마르구조르 (아래)우즈베키스탄 여행자들과 샬레인(사진 오른쪽) |
미련 없이 쿨하게 떠나고 나니 현실은 또 숙제를 준다. 옵션은 두 가지, 걸어온 길을 다시 돌고 돌아 주마보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청하는 것, 아니면 여섯 번째 호수가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마을에 가서 홈스테이가 가능한 현지인 집을 찾는 것. 총 길이 2.7km에 이르는 여섯 번째 호수의 끝을 향해 걷는다.결과적으로 희망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고맙게도 히치하이킹 차량을 만났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주말여행을 왔다는 단체 여행자들은 이미 만석 상태인 두 대의 차량에 우리 두 사람을 집어넣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했고, 결국 샬레인과 나의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공간이 용케도 마련됐다.
최고 시속 20km로 걷듯이 달리는 차량 안은 사람 냄새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끝에서 느껴지는 서로의 진심. 사람이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은 오직 이것 하나뿐이다. 여행자가 홈스테이 할머니에게 기대했던 것 또한 다르지 않다. 여섯 번째 호수 끝에서 이들 일행과의 시간은 저녁식사로까지 이어졌다. 이들의 도움으로 이곳 마을에서 하룻밤을 쉬어갈 수 있는 현지인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마지막 호수,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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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인 집에서 보낸 하룻밤. 방문을 열면 여섯 번째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음식 사진은 우즈베키스탄 여행자들과 함께한 저녁식사에 등장한 메뉴다. |
호수의 이름을 따서 지은 마르구조르 마을(Marguzor village), 이 마을에 손님방 같은 공간을 여행자에게 선뜻 내어준 마을사람들. 방문을 열면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유려한 풍경의 언덕 위 집은 단출한 살림을 금세 잊게 만든다. 하룻밤의 값을 작게나마 치르고 싶은 여행자와 한사코 돈을 마다하는 집 주인.
“마을을 방문해준 것만으로 고맙다”고 인사하는 주인에게 여행자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더 열심히 마을과 호수 주변 곳곳에 두 발자국을 찍어내는 일뿐이었다. 커다란 환대에 몸 둘 바를 모른 채 우리는 7개의 호수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일곱 번째 호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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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번째 호수 마르구조르와 마을 전경 |
해발 약 2,400m에 위치한 하조르차쉬마 호수. 총 길이 2km, 면적은 0.92㎢에 이른다. 두 개의 강과 여러 개의 시냇물, 샘으로 가득 찬 이 호수는 싱 강(Shing River) 협곡에 형성된 마지막 호수다. 차량 진입이 어려워 마르구조르 마을에서 도보로만 접근이 가능하며, 마을에서 호수까지는 약 2km 남짓 이르는 구간으로 고도 300m의 오르막길이 대부분이다. 경사가 높은 길이 계속 이어지다가 호수에 다다를 무렵 완만한 길이 펼쳐진다. 흙과 자갈이 깔린 도로사정은 지금껏 지나온 길과 비교했을 때 최악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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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일곱 번째 호수를 찾아 떠난 길 |
맵스 미에서 확인한 소요시간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마침내 파란 빛깔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수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긴 트레킹의 끝, 호수를 발견한 그 순간이 가장 커다란 울림을 준다. 호수 전체를 마주하는 것보다 훨씬 벅찬 순간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호수를 발견했을 때의 순간은 ‘마지막’이란 의미가 더해져 두 발이 쉬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마지막 호수를 처음 맞닥뜨린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한참을 그렇게 눈에 들어온 파란 빛깔에 마음을 빼앗겼다. 타지키스탄에서 가장 잘 간직된 비밀로 남아 있는 7개의 신비로운 호수, 그 비밀이 오래도록 지켜질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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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약 2,400m에 위치한 하조르차쉬마 호수를 마지막으로 만났다. |
챗GPT로 요약한 ‘[Overseas Trip] 비밀을 간직한 7개의 호수 트레킹’ 기사 내용 보기
☞ 이 글은 트레킹과 도보여행을 통해 타지키스탄의 여러 호수를 방문하고 경험한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두 발을 통해 이 호수들을 찾는 도보여행을 선택하고, 다양한 경험과 만남을 통해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판 마운틴 여행을 주관적인 방법으로 즐기고 있으며, 다양한 교통수단과 캠핑장비를 활용하는 여행 스타일이 있습니다.
타지키스탄의 ‘판 마운틴(Fann Mountains)’은 약 100개의 봉우리와 수많은 호수가 있는 명산 지역으로, 7개의 비밀스러운 호수가 특히 유명합니다. 이 지역은 중앙아시아에서 산국으로 유명한 나라이며, 두샨베에서 판자켄트로 이동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데 여행자들은 셰어택시를 이용하여 7개의 호수를 찾아 다니며 트레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호수들은 각각 특색 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호숫가 마을에서 홈스테이 숙박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타지키스탄의 자연과 사람들의 환대를 느끼며 호숫가마을에서 멋진 밤을 보낼 수 있습니다.
첫 날에는 주마보이 게스트하우스를 떠나 여섯 번째 호수를 방문한 후, 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여섯 번째 호수까지의 트레킹은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힘들지만, 마을 주변 경치와 자연을 즐기며 진행합니다. 홈스테이를 통해 현지인 가족과 교류하고,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삶과 이들의 노고에 대해 이해합니다. 일곱 번째 호수로 향하는 길에 여행자들의 히치하이킹 차량을 만나 도움을 받아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마지막 호수인 일곱 번째 호수인 하조르차쉬마 호수를 발견한 순간, 놀라운 경험과 희망에 가득 차며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고 마무리합니다.
※편집자 주: 위 내용은 오픈AI사의 챗GPT를 활용해 기사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AI의 답변 내용을 어미 부분만 통일해 표기하였습니다.
[글과 사진 추효정(여행작가) c5718447@naver.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