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들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각종 광고계를 평정한 데 이어 지자체나 공공기관, 기업 등의 홍보 대사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것. 기존에 유명인들이 도맡던 명예직까지 접수하며 셀럽 대열에 합류한 이들의 행보를 눈여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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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
지난 7월3일에는 양천구가 서울시 최초로 반려견 ‘부끄’를 구의 홍보견으로 임명했다. 부끄는 구독자 24만 명을 거느린 유튜브 채널 ‘부끄는 부끄러워요’의 주인공이다. 대형견 몸집에 아기 같은 표정을 하고 특유의 뚱땅뚱땅 걷는 걸음걸이로 랜선 이모 삼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단숨에 유명세에 올랐다. 양천구는 양천구 지형이 개 모양과 비슷한 데 착안, 관내에 사는 인기견 부끄를 통해 반려동물을 키우기 좋은 도시로서 양천구를 널리 알리고 더 친근하게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부끄를 홍보대사로 선정했다.
양천구는 ‘반려동물 특별구’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다양한 반려 정책을 추진해 왔다. 취약 계층 반려동물 의료비와 유기동물 입양비를 지원하고, 유기동물 입양 가구에는 무료 동물등록인식표를 제작해 준다. 또 올해 안에 반려견 전용 쉼터 5개소를 확충하고 2025년까지는 총 10개소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다양한 반려 정책을 펼쳐 왔지만 지금까지는 이런 노력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양천구는 하반기에 ‘부끄 시점’(가칭)이라는 영상을 제작해 개의 시선에서 바라본 양천구의 모습과 반려견 쉼터, 펫티켓 캠페인 등을 구청 공식 유튜브 ‘양천 TV’로 내보낼 계획이다. ‘반려동물 특별구’를 알리는 데 반려동물만 한 홍보대사가 또 있을까. 부끄의 활약이 기대된다.
경기도 고양시는 시와 이름이 같은 고양이를 대표 캐릭터로 내세우고 있다. 캐릭터 이름은 ‘고양고양이’. 2013년에 ‘고양 600년의 해’를 맞아 첫선을 보인 고양고양이는 고양시의 명칭을 유쾌하게 살려 고양시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고양시를 알리는 동물로 고양이가 적격이라는 데 의문을 가질 사람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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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
최근에는 소방청도 이런 시류에 편승했다. 소방청 훈령 중 ‘명예 소방관 및 소방 홍보대사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는데, 내용인즉 명예 소방관과 소방 홍보대사 위촉 대상자 범위에 ‘동물이나 의인화한 캐릭터’를 포함시킨 것이다. 기존 규정에는 소방 행정 발전에 공을 세운 ‘사람’과 다양한 국민 안전 홍보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 또는 단체’가 대상이었다. 이로써 인명 구조견이나 영상물 속 캐릭터를 명예 소방관 또는 소방 홍보대사로 만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동물들이 발휘하는 홍보의 위력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9호(23.7.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