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3년 7월11일 체코 출신 프랑스 작가 밀란 쿤데라가 별세했다. 그의 나이 향년 94세였다. 쿤데라의 이름은 국내외 여러 언론을 통해 매우 자주 소개된다. 하지만, 생전 작가는 공산주의자와 반체제파, 그 사이에서 항상 질문과 오해를 받았고, 이에 오랜 시간 인터뷰나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은둔을 자처해왔다고 한다. 역사적·정치적 혼란 속에서 자신을 항상 “소설가”라고 표현한 쿤데라. 그의 일대기를 살펴보자.
![]() |
↑ 밀란 쿤데라(사진 민음사)(매경DB) |
밀란 쿤데라의 아버지 루드비크 쿤데라는 체코의 음악학자이자 피아니스트였다. 쿤데라는 그의 아버지에게서 피아노를 배웠고, 음악학을 공부했다(추후 그의 작품에 음악적 요소가 자주 등장한다). 1948년 쿤데라가 19살이 되던 시점에 그는 중등교육 과정을 마치고 프라하 카렐 대학교의 예술학부에 문학과 미학을 공부했으나, 프라하의 공연예술 아카데미(AMU)의 영화학부로 옮겨 영화 기획과 희곡 창작을 공부했다. 그는 1952년 졸업 후 영화 아카데미에서 교수로 일하며, 시와 소설 등을 써 갔다.
당시 공산 체제였던 체코슬로바키아의 젊은이 밀란 쿤데라는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주의에 영향을 받으며 공산당에 입당했지만, 사회주의 국가적 이념, 체제의 비판적인 작품 활동을 썼다. 쿤데라는 1967년 첫 장편소설 『농담』을 통해 인기를 끌었는데, 1968년 발발한 ‘프라하의 봄’(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비에트 연방이 간섭하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기를 일컫는다. 이후 체코는 1989년 벨벳 혁명까지 소련의 점령하에 있게 된다-참고: 위키미디어)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했다. 또한 그의 저서는 압수되었으며 집필 역시 어려워지자, 결국 1975년 쿤데라는 체코를 떠나 아내와 함께 프랑스로 향했다.
![]() |
↑ 『농담』 밀란 쿤데라 저 / 방미경 역 / 민음사 펴냄 |
이후 프랑스로 망명, 체코슬로바키아 국적을 박탈당한 쿤데라는 프랑스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본격적인 저술 활동을 이어갔다. 1984년에는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 장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본문 中
![]() |
↑ 밀란 쿤데라 경력과 대표저서 |
![]() |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201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011년 출판본(사진 민음사) |
쿤데라는 에세이 『커튼』을 통해서는 사회 운동, 전쟁, 혁명과 반혁명, 국가의 굴욕 등 역사 그 자체는 소설가가 그려야 할 대상, 고발하고 해석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설가는 역사가의 하인이 아니며 소설가를 매혹하는 역사란 오직 인간 실존에 빛을 비추는 탐조등으로서의 역사”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회주의 체제를 비판했단 이유로 모국에서 집필 금지 처분을 받았던 작가는, 이후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 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즈 소설상 등을 받았고, 미국 미시건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2019년, 그는 40년 만에 체코 국적을 회복했다.
![]() |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저 / 이재룡 역 / 민음사 펴냄) 민음사는 쿤데라 작품을 독점 계약, 출판하고 있는 출판사다. 지난 2018년, 밀란 쿤데라 국내 소개 30주년을 맞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리뉴얼 판을 선보였다. 위 양장본 표지는 밀란 쿤데라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디자인했다. |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매경DB, 민음사 / 참고자료 및 발췌 민음사, 위키미디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