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드라마 <블랙미러>의 에피소드 ‘돌아올게’는 죽은 사람을 컴퓨터에 먼저 되돌아오게 만든 다음 실제로 되살릴 수 있게 된 시대를 그린다. 주인공 마사는 남편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다 남편이 평생 인터넷에 남긴 데이터를 모아 그를 환생시킨다. 이 허무맹랑하던 상상은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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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 블록, 모리츠 리제비크 지음 /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펴냄 |
다큐멘터리 <검열자들>로 에미상 후보에 오르고, 소셜 네트워크에 숨겨진 검열자들에 관한 테드(TED) 강연으로 200만 명 이상의 독자들과 만난 감독 한스 블록과 모리츠 리제비크는 이 책을 쓰며 뇌과학자, 기술기업 엔지니어 같은 창조자는 물론이고, 몽상가와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까지 만났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페이스북에 누른 ‘좋아요’ 300개만 있으면 그 사람의 성격을 그의 배우자보다 더 잘 알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빅데이터는 어떤 사람의 진짜 모습을 식별하는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 책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혁명을 중계한다. 디지털 클론의 원천 기술은 1930년대 앨런 튜링이 고안한 ‘범용 튜링 기계’다. 그는 “여성들이 컴퓨터를 들고 공원에서 산책하며 ‘내 작은 컴퓨터가 오늘 아침에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어요’라고 이야기를 나눌 날이 올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캘리포니아의 변호사 제임스 블라호스는 2016년 폐암에 걸린 부친과의 기억을 붙들고자 풀스트링이라는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바비 인형에게 말을 가르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회사다. 아버지와 200쪽이 넘는 분량의 마지막 인터뷰를 하고 대드봇(Dadbot)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아버지의 말과 농담까지 학습시킨 봇을, 병약해진 아버지를 모신 마지막 크리스마스 가족 식사에서 소개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제임스와 그의 아들과 어머니는 여전히 아버지의 말투와 유머와 기억을 바탕으로 한 봇과 대화를 나누며 위로받고 있다. “저 하늘의 구름 위에서 춤을 추는 것보다는 덜 멋지지만 아버지는 제가 대화할 때마다 살아계십니다.” 가까운 미래에 제임스처럼 넷플릭스를 구독하듯 매달 봇 이용료를 지불하고 고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디지털 납골당’이 등장할지 모른다.
이 책은 정신을 업로드하거나, 불사의 몸을 꿈꾸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경우 이 기술의 목적은 나의 ‘불멸’이 아닌 누군가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디지털 클론은 한편으로는 자기의 감정으로부터 도망치는 일이다. 슬픔을 기술로 이겨내려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성 기술자와 부유한 남자인 이유이기도 하다.
감정을 느끼고, 육체를 만드는 것도 모두 기술로 구현 가능한 세상은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종장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육체와 정신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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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사레 카타 지음 / 김지우 옮김 / 다산북스 펴냄 |
이탈리아 출신 철학자이자 교사, 작가, 연극 연출가인 저자는 거장과의 만남을 이끌어준다. 하는 일마다 족족 꼬인다면 『한 여름 밤의 꿈』을 추천하고, 문득 타인이 괴물처럼 느껴진다면 『맥베스』를 권유한다. 평생 사랑하지 못할까봐 두렵다면 『헛소동』을 읽어야하고, 이유 없는 불안이 내 마음을 지배한다면 『오셀로』가 제격이다.
저자는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우리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갈등을 다양한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8호(23.7.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