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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트렌드 허브] 박물관 굿즈는 어떻게 ‘잇템’이 됐을까

기사입력 2023-07-07 10:18

디자인을 입은 전통 문화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소품들이 화제다. ‘궁켓팅’, ‘약과쿠키’ 등 전통문화에 대한 대중적인 접근이 젊은 세대들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박물관 굿즈 역시 인기몰이를 하며,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자체 브랜드 ‘뮷즈(MU:DS)’를 선보였다. 유물에 담긴 의미와 연계한 상품들을 새롭게 해석, 참신함을 한 스푼 더해 트렌드를 이끄는 것. 전통문화나 유물은 딱딱하다는 선입견에 반전을 입혀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사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사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박물관은 대표적인 공공 서비스 시설이다. 미술, 문화, 역사, 과학 등 다양한 학술적 자료를 수집, 보전, 연구하고 대중들에게 전시하는 기관(참고-위키백과)이다. 하지만 다양한 미디어가 발달하며 박물관의 역할은 점차 축소됐고, 대중들의 관심 역시 줄어들었다. 이에 국내외 주요 박물관에서는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을 연구하는 것이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뮤지엄 숍의 활용도 역시 주목해볼 부분이다. 박물관에서는 관람객들에게 전시의 여운을 기념하고 소장하며, 누구나 일상에서 박물관 유물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뮤지엄 숍 상품 기획에 공을 들인다. 하지만 옛날처럼, 엽서나 부채, 책갈피, 패션 소품 등 인사동 거리에서 흔히 볼 법하고 뻔한 상품들이 주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아도 ‘힙’함이 느껴지고, 소유욕을 느끼도록 하는 상품들이 많아졌다. 현대적 일러스트로 재해석하거나, 유물에 담긴 의미와 연계한 상품, 또 유물의 외형을 디자인에 반영한 실용적 상품 등 전통문화와 유물을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 CI(Corporate Identity)를 전시 중인 활용한 것 역시 마찬가지. 국내 주요 박물관들도 자체 CI나 박물관 성격과 유물과 관련된 다양한 굿즈를 소개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색다르게 알리고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을 것, 또한 딱딱함을 줄이고 새롭게 표현하되 그것이 전통 문화가 가진 고유의 매력과 의미를 퇴색해선 안 된다는 것 등이다.
이런 이유로 박물관에서는 뮤지엄 숍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상품과, 꾸준히 사랑받는 박물관 뮤지엄 숍 굿즈들을 살펴봤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브랜드 ‘뮷즈(MU:DS)’ 홍보관(사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브랜드 ‘뮷즈(MU:DS)’ 홍보관(사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자개소반 무선충전기부터 파스텔톤 반가사유상까지
할머니, 할아버지 집 사랑방에서 흔히 볼 법한 자개상(소반, 식기를 받치는 데 쓰는 주방가구). 나무로 만든 소반이 젊은 세대의 감성에 어우러지기 힘들지만, 그것이 만약 작게 만들어진 IT상품이라면 어떨까. 자개소반 무선충전기는 자개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쉘랑코리아가 개발한 상품으로, 전통 호족반의 원형을 살리고 한국 고유의 디자인과 첨단 기능을 융합했다. 이 상품은 2021년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표금액의 450%를 모았고,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대한민국 2021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도 수상하며 인기를 끌었다. 자개소반 모양을 작게 본뜬 스마트폰 충전기가 옛 추억을 떠올리며 친근감을 선사한다. 거기다 색색의 자개는 예로부터 전통적 디자인 요소로서도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조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자개소반 무선충전기(사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 자개소반 무선충전기(사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과 함께 화제가 된 상품이다. 2021년 11월12일 개관한 ‘사유의 방’은 국보 ‘금동 반가사유상’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한 소극장 규모의 전시 공간이다.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선사하며 약 1년 동안 누적 관람객 약 56만 명을 기록,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반가사유상의 특유의 디자인을 활용하여 일상에서 누구나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선보였다. 기존 유물의 경건하고 엄숙한 소재를 파스텔톤으로 꾸미고, 디테일한 요소를 살려 전시 후 느끼는 여운을 오래도록 기억에 남도록 한 것. 미니어처를 보다 보면 어느덧 고요한 미소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앞서 말한 자개소반 충전기와 함께 께 <도포자락 휘날리며>(MBC), <서진이네>(tvN) 등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동양의 고유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아이템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1월에는 반가사유상 캐릭터가 새롭게 출시됐다. 반가사유상 캐릭터는 ‘사람이 없는 새벽에는 박물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물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는 세계관 스토리텔링도 담고 있다.
금동 반가사유상(좌), 반가사유상 캐릭터 상품(우)(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 금동 반가사유상(좌), 반가사유상 캐릭터 상품(우)(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국립진주박물관은 상설전시실 역사문화홀에 전시된 독특한 유물 ‘사람 머리모양 토(土)제품’을 관람객에게 친근하게 소개하고자 ‘두기우기’ 캐릭터를 선보였다. 살짝 올라간 눈매, 무뚝뚝한 입매의 두기우기는 1500년 동안 깊은 잠을 자던 토기로, 삼국시대를 넘어 오늘날 대한민국에 살게 되었다. 무섭게 생겼다는 이야기에 상처받는 마음이 여린 친구로, 실제로는 복을 기원하는 토제품이라고 한다. 현재 두기우기는 인형, 담요, 키링, 컵받침 등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국립진주박물관 두기우기 캐릭터 상품(사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 국립진주박물관 두기우기 캐릭터 상품(사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물과 글로벌 테크 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가 만나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난 5월 공개된 콜라보 제품은 크게 7종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대표하는 금동 반가사유상부터 고려 비색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와 ‘청자 상감 구름 학무늬 매병’, ‘청자 참외모양 병’,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조선후기 화가 신명연의 ‘산수화훼도’ 중 ‘국화’와 ‘옥잠화’, ‘나전 칠 십장생무늬 함’의 나전 칠 문양 등을 활용했다. 이번 협업은 ‘우리나라 유물의 아름다움과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일상에서 누구나 박물관 유물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케이스티파이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및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협업해 고전 예술과 테크를 접목시킨 경험도 있다.
뮷즈X케이스티파이 유물 활용 컬렉션(사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 뮷즈X케이스티파이 유물 활용 컬렉션(사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소장각’ 불러일으키는 디자인+기능 유물 굿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 그들을 끌어당기는 이러한 감수성이 한국 전통문화의 미(美)와 유물을 보다 친근히 알리고자 하는 박물관의 전략과도 맞아 떨어졌다. 물론, 고가의 일부 제품들의 경우는 아직까지 쉽사리 접근하기 어렵고, 시장성에 대해서도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외면받지 않고, 고유의 특색과 그 속에 담긴 역사, 의미를 새로운 형태에 담는 것. 그 현대적 커뮤니케이션의 시도가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충분해 보인다.
‘뮷즈’ 온라인 뮤지엄 숍(사진 뮷즈, 국립박물관문화재단)
↑ ‘뮷즈’ 온라인 뮤지엄 숍(사진 뮷즈,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및 자료제공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7호(23.7.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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