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는 한마디로 브로드웨이의 상징과도 같다. 이 뮤지컬의 오리지널 팀이 한국에서 그 화려하고 관능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지금까지 미국, 영국, 호주, 독일, 일본 등 전 세계 36개국 500개 이상 도시에서 3만2500회 이상 공연, 3300만 명이 관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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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뮤지컬 ‘시카고’ 내한 공연, ‘All That Jazz’ 장면 중 벨마 켈리(로건 플로이드), 앙상블(사진 신시컴퍼니) |
‘시카고’의 시작은 기자이자 희곡작가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1926년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쿡 카운티 공판에서 영감을 받은 연극 ‘시카고’이다. 이를 1975년 밥 파시가 존 칸더, 프레드 엡과 함께 1920년대 농염한 재즈 선율과 갱 문화가 만연했던 시카고의 어두운 뒷골목, 그곳에서 벌어진 관능적 유혹과 살인을 뮤지컬로 풀어냈다. 당시 작품은 위트 있는 가사와 농익은 재즈, 매력적인 멜로디로 898회 공연하며 1970년대 대표 뮤지컬이 되었다. 그리고 1996년 월터 바비가 안무가 앤 레인킹과 함께 작품 리바이벌에 성공한다. 1996년 작품은 1975년과는 다르면서도 진일보한 작품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시카고’는 브로드웨이의 상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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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시카고’ 내한 공연, ‘When You‘re Good to Mama’ 장면 중 벨마 켈리(로건 플로이드), 마마 모튼(일리나 일리 커빈)(사진 신시컴퍼니) |
음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안무. 특히 앤 레인킹이 1996년 재현한 벨마와 록시가 클라이막스에서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인 ‘Hot Honey Rag’는 밥 파시의 1975년 초연 안무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심플하고 섹시한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보여주는 절도 있고 관능적인 춤은 ‘시카고’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시가, 권총, 갱, 재즈 등 1920년대 시카고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작품에 가득하다. 시종일관 당시 어두운 미국을 이야기가 있는 것 같지만 그 주제나, 음악, 춤, 의상 등의 표현 방법은 현재의 이야기처럼 시사적이고 현대적이다.
살인, 욕망, 부패, 폭력, 간통, 배신. 작품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미국 사회의 치부에 대한 비판의식이다. ‘1전 신문(penny paper)’의 싸구려 저널리즘에 대한 시니컬한 묘사, 남성 중심 도덕관과 황금만능주의, 진실보다는 포장의 중시 등이 주요 소재다. 그래서 살인을 저지르고도 스타가 되고 싶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시선을 뗄 수 없는 관능적인 배우들, 1920년대 보드빌을 그대로 살린 무대, 풍자와 위트로 가득 찬 스토리 그야말로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무대이다.
Info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기간: ~2023년 8월6일
시간: 화~금 7시30분 / 토·일·공휴일 2시, 7시
[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신시컴퍼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6호(23.7.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