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1일, 서울시에 ‘위급 재난’ 경보가 울렸다. 그리고 평화에 젖어든 사람들의 일상이 한순간 흔들렸다. ‘서울지역 경계경보가 발령해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문자가 왔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어디로,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할 것인가 등의 안내가 없어 큰 혼란이 일었다. 경계경보 발령 22분 후, 오발령이었다는 문자를 받은 후에야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후 국내 뉴스와 외신은 실시간 상황을 전했고, SNS에선 대피요령, 대피소 등이 뜨거운 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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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포토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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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맛비가 이어지자 한강 수위가 상승하며 차량 통제 중인 서울 잠수교 모습(사진 매경DB) |
지진 역시 이제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 2017년 포항 지진(5.7) 이후에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진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은 점점 확산되고 있지만, 일상적 대비는 사실상 무관심에 가깝다.
2023년 2월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규모 7.8의 대지진과 여진이 도시 일대를 강타하며 5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부상자,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자연재해의 이면으로 도시 난개발과, 불법건축허용으로 지진 피해가 더욱 심해졌다는 목소리 역시 커져갔다. 튀르키예 강진의 진앙인 가지안테프에서 166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소도시 에르진은 강력한 여진에도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 사망자, 부상자가 없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이다. 이곳은 도시 내 불법 건축을 차단하고, 내진설계 규제를 준수했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높은 건축물이 상당수고 많은 건축물이 밀집돼 있으며, 내진설계의 규제 역시 평소 지진에 철저히 대비하는 일본에 비하면 약한 편이다. 위협은 언제나 예상치 못하게 다가온다. 자연재해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대비가 강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자연재해로 인한 2차 재해, 그로 인한 질병 확산을 분석하는 등 사전에 대비가 필요하다.
Case#2 전쟁과 테러
지난 5월31일 북한이 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발사하며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서울에 실시간 경계경보가 내렸다. 오전 6시30분경 서울에선 민방위 사이렌이 울리고 몇 분 뒤 위급 재난 문자가 도착했다. 위급 상황 해제까지 그야말로 사람들은 각양각색 다른 대처를 보였다.
누군가는 간단한 짐을 챙겨 서둘러 대피에 나섰고, 누군가는 크게 영향받지 않은 채 평소와 같은 일상을 이어갔다. 다행히 북한의 발사체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채 서해상을 비행하다 낙하했지만, 2010년 11월23일,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대포를 발사하며 교전이 이루어졌던 일을 떠올리면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북한과의 전쟁 혹은 테러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시 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은 개인이 표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끄는 행동을 자제하고, 주변 동정을 살핀 후 탈출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 탈출이 어렵다면 벽이 있는 곳에 숨어 방어를 하도록 하자. 특히 화생방, 포격에 대비가 필요하다. 사이렌과 위급 재난 안내 알림이 울리면 포격 시에는 지하 구조물(건물의 지하, 지하철 승강장 등)로, 화생방 공격(더티밤, 방사능 물질을 이용한 폭탄) 시에는 실내에 오염 공기가 들어오지 않게 막거나, 건물 고층으로 대피하는 것이 기본 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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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포토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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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포토파크) |
일반인들은 위급 상황에 무엇부터 챙길지, 어떤 행동을 할지 우왕좌왕하게 된다. 먼저, 구급상자는 상시 대비를 해두어야 한다. 온·오프라인에서 판매 중인 구급상자에는 외상 치료에 필요한 약품이나 도구가 포함돼 있으며, 상비약은 약국에서 구입해야 한다. 구급상자는 집안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약 이름, 용도, 유효기간을 기록해 놓고 관리하도록 하자.
재난 대응 매뉴얼 도서 『거의 모든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을 살펴보면, 재난에 대비한 물품 대비는 ‘재난 발생 후 72시간’까지를 기준으로 한다. 대부분의 국가 재난 대응 조직이 72시간 내에 모든 국민에게 필요한 재난 대응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 생존 배낭은 수도, 전기, 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한 가족이 72시간을 버틸 시 필요한 물품들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롤링스톡(Rolling Stock)법에 따른 생존 가방을 꾸려보자. ‘롤링스톡’은 일본식으로 조합한 영어로, 일정 기간 단위로 비상식량을 먹고 그걸 새롭게 저장한다는 뜻이다. 생존 가방(1인 기준)은 3일치 7끼(하루 2끼×3일치+예비용1끼), 물 3ℓ를 저장해 놓는 것을 가리킨다. 이렇게 저장해 놓은 뒤, 한 달에 하루 비상식량만 먹는 날로 정해 음식을 먹으면서 어떤 재난이 벌어질 때 어떻게 행동할지, 음식 맛은 어떤지 등을 미리 공유한다.(-p.43)
생존 가방은 대체로 개개인 기준으로 꾸미도록 한다. 위급 상황에 생존 가방을 들고 아파트 또는 주택의 비상구와 마을 비상대피소, 집결 장소로 향한다. 상황 종료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형편일 경우 사전에 가족들끼리 만날 장소(1선, 2선…)도 정해놓도록 하자. 생존 배낭은 분기별 한 번씩(1개월, 3개월…) 용품들을 꺼내 활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보완을 판단하는 게 안전하다. 특히 비상식량, 상비약 등 부패와 훼손이 염려되는 품목은 더욱 신경 써서 확인해야 한다. 비상식량은 휴대가 간편한 비스킷(장기간 보관이 용이하고, 먹기 쉬우며 섬유질이 많은 제품), 반조리된 레토르트 음식, 자가 발열 식품(전투식량) 등이 용이하다.
일각을 다투는 위기보다 힘든 것은, 알고 있던 재난 대피 매뉴얼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2차 재해, 위기 등을 맨몸으로 마주하는 상황일 것이다. 위기와 재난에 노출된 시대. 이제는 평소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생존을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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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포토파크) |
• 필수용품: (72시간 기준)생수 3ℓ, 비상식량 7끼, 신분증, 구급용품(약품, 타박상 치료연고, 붕대 등)
• 위생용품: 식구 수만큼의 칫솔, 여성 위생 용품, 20ℓ 쓰레기 봉투 10장 이상(화장실 대체), 물티슈(100매), 휴지 1롤
• 구호용품: KF94 마스크, 덕트 테이프, 호루라기, 복용 중인 약품, 야광봉, 가족 수만큼의 헬멧 또는 안전모, 우비(기후적 재해, 화생방 등에 대비)
• 피난용품: 랜턴, 체온 유지 시트, 1인당 침낭 1개, 휴대용 라디오*, 휴대용 소형 소화기, 속옷과 겉옷 한 세트, 우비, 라이터 또는 방수팩에 든 성냥, 핫팩, 예비 건전지, 담요
• 생활용품: (아이가 있을 경우)아기 용품, 5000원 권 이하 소액권 현금, 장갑, 책, 수저, 상세한 지도, 퍼즐 등 놀잇감, 멀티 툴(‘맥가이버 칼’로 불리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
(*재난 상황에서는 스마트폰의 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연락망 역시 과부하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 재난 대응 소식을 들을 수 있는 휴대용 라디오 등의 전자기기,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도 함께 챙겨두면 좋다.)
(참고 도서: 『거의 모든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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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디딤돌 앱(사진 구글플레이스토어 화면 갈무리, 행정안전부) |
애플리케이션 ‘안전디딤돌’을 통해서도 대피소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안전디딤돌 앱에선 긴급재난문자, 국민행동요령, 대피소, 무더위쉼터, 병원 위치, 재난뉴스 등 다양한 재난안전정보를 제공한다. 재난뉴스, 기상정보 제공 및 위급한 상황에 긴급 신고 기능을 하며, 지진옥외대피장소, 민방위대피소, 병원, 약국 등 재난안전 시설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재난, 재해 등 위급 상황에서 대피 시에는 먼저 △창문과 문을 닫아 잠그고, 가전제품의 코드를 빼놓은 후(화재 등 2차 재해 방지) △튼튼한 신발, 그리고 긴 바지와 긴 소매 상의와 같이 편안하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옷을 입도록 하자. 여기에 △자신의 비상용 백(생존 가방)을 가져가도록 한다.
또한 대기 오염과 관련된 각종 비상사태에서는 실내 대피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신이 있는 실내 장소에 그대로 머물러 있거나, 대피소로 대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집에서 가장 가깝고 적절한 시설(학교, 도서관, 종교시설 등)의 내부로 들어가도록 한다. 문이나 창문이 적은 방을 대피소로 삼고, 모든 문과 창문을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및 일러스트 매경DB, 포토파크, 구글플레이스토어, 행정안전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5호(23.6.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