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리는 상태가 좋잖은 이빨을 열두 개나 뽑았다. 열두 살 나이를 감안하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내겐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었다. 정작 수리는 남은 어금니와 송곳니로 사료도 간식도 까득까득 잘 씹어 먹는데, 나는 관리 부실을 자책하며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
↑ (사진 언스플래시) |
치석은 하루 한 번의 양치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치아와 잇몸의 경계 부분인 치주 포켓을 꼼꼼히 닦아 주는 것이다. 치주 포켓은 음식물이 가장 잘 끼고 치석과 세균이 쌓여 염증을 유발하는 최적의 장소다. 양치를 극혐하는 개라면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칫솔 대신 부드러운 거즈에 치약을 묻혀 이를 닦으면서 조금씩 시간을 늘려 간다. 양치질은 거부감이 적은 송곳니에서 시작해 어금니 쪽으로 옮겨 가고, 이빨 안쪽은 저항이 크므로 바깥쪽부터 닦으면 좋다. 양치 도중 개가 불편해하거나 거부감을 표하면 곧바로 중단해야 한다. 양치 전 입 주변과 입술을 마사지하면 도움이 된다고.
양치 후 간식이나 놀이로 보상하면 거부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사람은 양치 직후 음식을 먹지 않지만 개에게 중요한 것은 하루 한 번 반드시 치주 포켓을 청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간식을 활용하는 편이 더 낫고 볼 수 있다. 양치 대신 껌을 활용하는 경우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닦아 내고 치석이 쌓이는 속도를 늦추기는 하지만 치주 포켓에 낀 음식물과 세균을 제거하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 껌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며, 치주 포켓은 칫솔질이 중요하다.
간혹 집에서 핸드 스케일러로 치석을 제거하는 반려인이 있는데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초음파 스케일러는 진동으로 치석을 깨뜨려 이빨 표면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연마를 통해 치석이 덜 생기게 하지만, 핸드 스케일러는 당장 눈에 보이는 치석은 제거하더라도 이빨 상아질에 상처를 내 세균이 침투할 빌미를 제공할 뿐 치석을 말끔히 제거하기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스케일링은 반드시 동물병원을 통해야 한다. 다만 노견이라면 아무리 병원이라 해도 전신 마취가 필요한 스케일링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수리가 썩지 않은 이빨을 포함해 한 번에 열두 개를 뽑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씹는 기능을 상실한 이를 남겨 두었다가 곧 다
반려동물은 치아 관리만 잘해도 수명이 20 ~30% 연장된다고 한다. 칫솔질하는 개가 그렇지 않은 개보다 4년가량 더 산다고도 한다. 꾸준한 관리와 점검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된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4호(23.6.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