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팝의 여왕이 된 여섯 왕비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뮤지컬 소사이어티에서 활동한 1994년생 두 청년 토비 말로우와 루시 모스. 두 사람은 영국 역사에서 가장 문제적 인물 ‘헨리 8세’에 대한 뮤지컬을 준비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헨리 8세가 아닌 그의 여섯 왕비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탄생한 뮤지컬 ‘식스’는 평단과 관객의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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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스 더 뮤지컬’ 불린_김지우(제공-아이엠 컬처) |
영국 튜더 왕조의 헨리 8세는 1509년부터 1547년까지 38년간 재위했다. 그는 종교 개혁 등 많은 정치적 결단을 내린 인물이지만, 그것보다 그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것은 ‘결혼생활’이었다. 헨리 8세는 6명의 왕비를 맞았다. 하지만 이 6명의 왕비는 묘한 패턴으로 왕비의 자리를 마무리한다. 바로 이혼-참수-병사-이혼-참수 그리고 마지막 왕비의 생존이다. 우리에게는 영화 <천일의 앤>으로 잘 알려진 헨리 8세와, 앤 불린의 격정적인 사랑과 파국처럼 말이다. 도대체 헨리 8세의 6명 왕비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극은 역사상 가장 할 말 많고 사연 많은 여섯 왕비의 삶을 무대로 불러내 그들에게 마이크를 건넨다.
한자리에 모인 왕비 아라곤, 불린, 시모어, 클레페, 히워드, 파. 이들은 한 명씩 자신의 삶을 노래로 이야기하며 헨리 8세로 인해 가장 고통받았던 사람이 그룹 리드보컬이 되는 것에 합의한다. 80분간 이어지는 콘서트 같은 무대는 여섯 왕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10곡의 넘버로 채워진다. 폭발적 에너지를 자랑하는 무대는 혼자가 아닌 여섯 배우들이 함께 하며 ‘식스Six’ 그 자체를 완성한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스스로 정의하는 넘버의 형태인 ‘I Am Song’의 연속이다.
![[식스더뮤지컬]아라곤_손승연(제공-아이엠컬처)](//img.mbn.co.kr/newmbn/white.PNG) |
↑ [식스더뮤지컬]아라곤_손승연(제공-아이엠컬처) |
첫 번째 부인이자 24년 결혼생활을 유지한 아라곤은 비욘세, 샤키라에게서 영감을 얻어 재탄생한 인물로, 이혼을 요구하는 헨리 8세에게 당당하게 ‘No Way’라 외친다. 자유분방한 불린은 국교를 바꾸면서까지 이뤄낸 재혼의 주인공. 하지만 그녀는 불륜, 반역 조장 죄목으로 처형당한다. 유일하게 장례식을 치른 시모어는 헨리 8세의 왕자를 낳았지만 출산 후 세상을 떠났다. 무대 위 시모어는 아델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클레페는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화가가 그린 초상화만으로 왕비에 간택되었지만 실물이 그림만 못하다는 이유로 이혼당한다. 가장 어린 하워드는 17세에 30살 연상 헨리 8세와 결혼했지만, 그녀는 가십으로 소비되고 고통받은 인기 스타와 비슷한 처지이다. 그녀 역시 불린과 마찬가지로 간통죄로 참수된다. 마지막 왕비 파. 헨리 8세의 죽음을 지켜본 그녀는 영국에서 자신의 이름과 영어로 책을 출판한 최초의 여성으로, 그녀의 캐릭터는 팝스타 앨리샤 키스에게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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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아이엠컬처 |
이 뮤지컬은 아시아 최초 오리지널 무대이다. 현존하는 팝스타에서 영감을 얻은 80분 무대는 뮤지컬, 콘서트, 팝의 향연이다. 10곡의 넘버는 스포티파이에서 발매 첫 달에만 600만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자신만만하고 대담하며 신념을 고수하는 아라곤, 도발적이고 자주적이며 내 뜻대로 행동하는 불린, 성실하며 헨리를 사랑하는 시모어, 자존감이 높은 클레페, 스마트하지만 치명적이며 발칙한 하워드, 사려 깊고 지혜로운 왕비이면서도 독립적인 파. 이 여섯 명의 개성 강한 왕비처럼, 여섯 왕비로 분한 배우들은 한 치의 빈틈도 허용치 않는 꽉 채운 무대를 보여준다.
Info
장소: coex 신한카드 artium
기간: ~2023년 6월25일
시
간: 평일 8시 / 주말 및 공휴일 2시, 8시
출연: 아라곤 – 이아름솔, 손승연 / 불린 – 김지우, 배수정 / 시모어 – 박혜나, 박가람 / 클레페 – 최현선, 김지선 / 하워드 – 김려원, 솔지 / 파 – 유주혜, 홍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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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아이엠컬처]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