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3단 주택이 크루즈 배 위로 옮겨왔다. 지난해 칸 황금종려상 등 20여 개 전 세계 영화제를 석권한 <슬픔의 삼각형>은 호화 크루즈에 탑승한 이들의 예측 불가 계급 전복 코미디다. 중간에 멀미가 날 만한 장면만 조금 참아내면 기가 막히게 웃기는 풍자극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영화 스틸컷 |
‘슬픔의 삼각형(trouble wrinkle)’은 양쪽 눈썹과 코 사이에 있는 주름을 뜻하는 뷰티 용어이기도 하고 인생에서 겪는 많은 어려움을 뜻하기도 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슬픔의 삼각형>은 젠더, 돈과 아름다움, 사상과 정치, 계급과 계층, 인종 문제까지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룬다. 1부에서는 모델 커플 칼과 야야를 통해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전복시키고 2부에는 초호화 크루즈를 배경으로 다양한 부자들의 위선과 치부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3부에서는 고급 크루즈 안에서 존재하던 계급이 전복되며, 새로운 장을 맞이한다.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 공개 이후 “<타이타닉>과 <기생충>이 자식을 낳으면 <슬픔의 삼각형>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슬픔의 삼각형>은 크루즈가 좌초되면서 무인도에 도착한 생존자들 사이 뒤집어진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잘나가는 패션 모델 겸 인플루언서로 당당하고 솔직한 매력을 발산하는 ‘야야’ 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배우 故 샬비 딘(그녀는 최근 갑작스런 패혈증으로 사망했다)이 맡았다.
↑ 영화 스틸컷 |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이 각 상황에서 겪는 사회적 역할과 계급의 이동, 외모 지상주의, 고정된 성 역할과 빈부 격차가 주는 불편한 상황을 입체적으로 연기해낸다. 요트는 모델 커플, 억만장자, 청소부 등 흥미로운 캐릭터들을 섬으로 데려갈 수 있는 수단이다. 섬에서 청소부가 낚시와 불을 피울 줄 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존의 위계질서가 뒤집힌다.
영화는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유머와 긴장감을 선사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부터는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너무나 리얼한 구토 장면과 화장실에서의 모습 때문에 2부를 지켜보기가 좀 힘든 순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말 그대로 모든 현상이 전복되고, 뒤집히는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관객을 끝없이 몰고 가는 감독의 솜씨가 느껴지기도 한다.
↑ <슬픔의 삼각형> 포스터 |
영화의 열린 결말은 역시 관객들이 자유롭게 해석하도록 만든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집단 하에서 인간 행동의 모순을 다
[글 최재민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