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7일, 정당한 사유 없이 개를 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 조항이 마련됐다. 이로써 끈질긴 ‘개고기 논쟁’이 가닥을 잡는 분위기지만, 법에 근거한 철저한 단속과 규제가 뒤따르지 않으면 이번에도 우리는 논란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진흙탕 싸움에 여전히 발목을 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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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
그렇다고 소위 ‘개고기 논쟁’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개고기 논쟁의 역사는 근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 국회는 지금의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개정해 정부에 개 도살과 위생 상태 점검 권한을 부여해 개고기를 법 테두리에 포함시켰다. 이후 동물보호단체와 해외 여론에 뭇매를 맞고 법을 바꿔 개고기를 축산물에서 제외시켰지만, 식용 목적 개 농장의 근거가 되는 축산법은 그대로 두었다. 개고기는 불법이지만 개 농장은 합법인 상태에 놓인 것이다. 이후 세계적인 대회를 유치할 때마다 대한민국의 개 식용 문제는 번번이 논란거리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일자 정부는 보신탕집을 도시 외곽으로 옮겼고, 2002년 월드컵 때는 동물 애호가인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월드컵을 유치하려면 보신탕을 먹지 말라’는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즈음해서는 해외 동물보호단체들의 강력한 항의에 평창과 강릉 일대의 보신탕집 간판을 바꾸는 미봉책을 실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는 실로 복잡한 위치에 놓였다. 식품위생법 상으로 개는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어 불법이며, 동물보호법에서는 개를 전기 도살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도축하면 학대에 해당해 처벌받는다. 한편 축산법은 개를 가축으로 분류해 식용 목적의 개는 농장에서 키울 수 있다고 허용하는데, 도축과 유통을 관리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개고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제각각인 셈이다.
제도적 맹점을 차치하면 관점의 차이가 남는다. 소와 돼지는 되고 개는 왜 안 되냐는 반박이다. 그런데 되고 안 되고의 문제보다 어째서 개고기를 선호하는지부터 생각해 보자. 여름의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꼽히지만 개고기의 보신 효과가 각별히 뛰어난 건 아니다. 영양성분으로 따지면 개보다 닭이나 돼지가 훨씬 뛰어나다. 더군다나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개 농장의 위생 상태를 생각하면 개고기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개고기를 먹어 온 과거를 살펴보면, 농사를 돕는 소와 돼지보다 가계에 보탬이 적은 개를 식용으로 선택한 점도 하나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개고기는 한국의 고유 문화로, 함부로 폄훼되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그 ‘문화’에 동의하는 작금의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5.8%가 개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1호(23.5.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