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시 시리즈’를 남겼고, 노벨문학상을 제외한다면, 생전에 작가로서의 영광은 거의 모두 누렸던 20세기 SF소설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조차도 창의성의 축복을 받길 원하는 작가였다. 그에게 2005년 베스트 논픽션 부문 로커스상을 안겼던 에세이집이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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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슐러 K. 르 귄 지음 /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펴냄 |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을 보고 싶다. 비전이 무시무시하게 이글거리는 모습으로 나를 향해 뛰어나오면 좋겠다. 변화의 힘을 품은 상상력의 불꽃이 되어. 나는 진짜 용을 원한다.”
SF 소설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조차도 창의성의 축복을 받길 원하는 목마른 작가였다. 그는 새롭게 집필한 글들과 함께, 1988년부터 2003년까지 15년간 문예지 등에 발표해온 에세이, 문학 작품집의 해설과 서문 및 글쓰기 워크숍 강연 원고 등을 새롭게 손보아 내놓았다. 30편의 에세이를 각각의 성격에 따라 ‘개인적인 문제들, 독서, 토론과 의견, 글쓰기에 대하여’의 네 개 범주로 나누어 묶은 이 산문집은 자전적인 글, 문학 비평, 권력이나 자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평, 글쓰기와 읽기라는 예술에 관한 성찰로 이루어져 있다.
세밀하게 정련된 문학 비평으로 보자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에 대한 ‘무례한’ 질문부터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서 리듬이 작동하는 방식, 마크 트웨인의 『아담과 이브의 일기』에 나오는 성별 관계의 역학에 이르기까지 기존 비평가들의 글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분석을 내놓는다. 또한 고전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재해석한 자신의 단편소설 『밀렵꾼』을 분석하면서 창의성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영업 비밀을 들려주는 글도 있다. “문체는 아주 간단한 문제예요. 리듬이 가장 중요하죠”라며 글에 생동감을 더하는 문체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또한 “말에는 힘이 있다. 이름에도 힘이 있다. 말은 사건이므로, 이런저런 행동을 하고 변화를 일으킨다”라며 글에서 세공해내는 대사 하나에도 중요한 역할이 있음을 일러주기도 한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평생에 걸쳐 작가가 증명했듯이 이야기가 펼쳐 보이는 상상력이야말로 우리 삶을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게 하는 도구임을 역설한다.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안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 즉 상상력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도구이며, 이는 항상 더 나은 현실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상상력을 가장 강력하게 활용하여 가능성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하기(storytelling)’를 제시한다.
“상상력은 삶이라는 암흑물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내가 점점 갈망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변신. 우리가 공유하는 친숙한 불행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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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 K. 딕, 데이비드 스트레이트펠드 지음/ 김상훈 번역 / 마음산책 펴냄 |
“진정한 인간을 정의하고 싶었다.” 불멸의 명작 ‘블레이드 러너 2019’의 원작 소설을 쓴 광기와 지성의 SF 대가 필립 K. 딕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 대표작들에 얽힌 비화와 사적인 일상을 친근하게 그려낸 그의 국내 유일한 인터뷰집이 출간되었다.
일평생 44권의 장편과 120여 편에 달하는 중단편을 발표하며 다작을 했지만, 필립 K. 딕의 삶은 고독감으로 가득했다.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며 낮은 고료를 받았던 탓에 생활고에 시달렸던 그는 수년간 중추신경 흥분제인 암페타민을 복용해가며 작품을 양산해야 했다.
만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인터뷰를 통해 그가 왜 디스토피아 미래를 경고하는데 천착했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1979년의 인터뷰에서도 필립 K. 딕은 20세기의 가장 큰 위협이 전체주의적 국가라고 이야기하며, 각자의 고유한 세계를 지켜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에게 세계란 그것이 실재한다는 사실보다, 우리가 어떻게 경험할 것인지로 설명된다. 이러한 ‘주관적 세계’에 대한 탐구는 한 인물의 세계가 그보다 더 강한 위치에 있는 다른
[글 김슬기 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4호(23.4.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