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부터 축산물, 임산물까지 다양한 식재료로 만든 순천의 맛
2023순천만정원박람회는 맛의 도시 전남 순천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맛의 고장, 남도에서도 둘째가라면 서운한 곳이 순천이니 이왕 박람회를 관람했다면 '순천의 맛'도 즐겨보면 어떨까요? 입이 즐거운 여행의 '맛'을 느껴 보기를 추천합니다.
▶ 청정 순천만의 봄맛, 순천 맛조개무침&맛조개탕
순천만에 펼쳐진 갯벌에는 다양한 조개가 서식하고 있는데, 꼬막만큼이나 별미인 조개가 맛조개입니다. 갯벌을 살짝 긁어내고 소금을 넣으면 쏙 나오는 그 조개입니다.
순천만에서 특히 알이 굵고 쫄깃한 육질을 자랑하는 맛조개는 특유의 담백한 풍미가 일품입니다. 잘 해감 된 맛조개를 찜기에 넣고 찌면 맛조개찜으로, 물만 부어 끓여주면 그 자체로 시원한 맛조개탕이 됩니다.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해장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 |
↑ 순천맛조개탕 / 사진=순천시 제공 |
살짝 데친 맛조개 껍데기를 일일이 까는 수고로움이 살포시 더해지면 새콤달콤 갖은 양념에 버무린 맛조개무침 완성.
순천 낙안이나 도사 땅에서 자란 아삭한 오이나 풍미 좋은 순천만 미나리, 어느 쪽과 함께 버무려도 맛의 화룡점정을 찍을 순천만의 봄맛이입니다. 적당한 식초의 새콤한 맛으로 시작해 단맛이 올라오다가 조개의 감칠맛으로 넘어가는 극강의 조합입니다.
▶ 향긋한 봄향이 한가득, 순천만미나리김치
"미나리로 김치를 담궈요?"
"물론이죠. 얼마나 향긋한데요."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 희귀 철새와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이 공존의 터전에 지난 50년 세월 함께 해온 순천의 전통 작물이 있으니 순천의 대표 친환경 농산물, 순천만 미나리입니다.
물 속에서 자라는 순천만 미나리는 구정물이 아닌 깨끗한 물을 사용해 키웁니다. 또, 이물질이 없도록 깨끗하게 여러 번 세척해서 출하해 안심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순천만 일대 60여 농가가 농사짓는 순천표 미나리는 꼬막미나리초무침, 미나리떡갈비, 미나리삽겹살, 오리탕 곁들임 메뉴 등 다채롭게 사랑받는 농작물계 미다스 손. 이 팔방미인 미나리를 순천에선 오래전부터 '김치'로 즐겨왔습니다.
![]() |
↑ 순천만미나리김치 / 사진=순천시 제공 |
펄펄 끓는 물에 넣고 살짝 데친 미나리를 찬물에서 재빨리 씻어내 먹기 좋은 크기로 썬 후 물기를 꾹 짜줍니다. 미나리김치 양념의 포인트는 젓갈. 갈치나 멸치액젓에 고춧가루를 풀고 마늘, 새우젓 등을 잘 섞어 되직하게 준비합니다. 양념에 미나리를 살살 풀며 조물조물 무쳐주면 향긋하고 아삭한 순천만미나리김치 완성입니다.
올봄, 순천여행길에 미나리김치를 맛보고 싶다면 오래된 로컬 밥집을 찾아가시길.
▶ 봄의 별미, 도다리쑥국 & 정어리쌈밥
'좌광우도' 광어와 닮은 도다리는 구별하기 어려운데요. 왼쪽에 눈이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눈이 있으면 도다리입니다.
바다의 내음 담은 제철 도다리와 겨우내 땅의 기운을 품은 쑥이 만나 봄의 시작을 알린다는 도다리쑥국은 생선뼈 우린 육수로 진하게 끓여도 좋고, 은은한 된장에 들깨가루 풀어 구수하게 끓여도 그만입니다.
![]() |
↑ 도다리쑥국 / 사진=순천시 제공 |
사계절 중 정어리가 최고로 연하고 맛있는 계절 역시 봄. 냄비에 잘 삶은 고사리를 푹신하게 깔고, 살 통통하게 오른 정어리를 양껏 올린 후, 특재 양념장을 골고루 덮어줍니다. 송송 썬 대파에 양파, 칼칼한 맛 더할 청양고추는 덤. 정어리의 비린 맛 잡을 토종허브 방아잎은 덤 중에 덤. 2023년, 순천의 봄을 눈으로 한 번, 입으로 두 번 알차게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 |
↑ 정어리쌈밥 / 사진=순천시 제공 |
▶ K-치킨의 재발견, 순천 닭구이
"넌 튀겨 먹니? 난 구워 먹는다."
생닭을 튀기면 치킨이 되지만, 아무 생닭이나 굽는다고 닭구이가 되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닭 관련 지명이 83개로 가장 많다는 전남. 그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순천입니다. 닭의 다리 모양을 닮아 이름 붙여진 계족산(鷄足山) 자락, 순천 서면 청소골에는 한양으로 가는 옛길 '관문길'이 있었는데,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이 들르는 청소골 주막에선 그들의 장원급제를 기원하며 마늘과 소금 등의 간단한 양념을 한 닭구이를 내었다 전해집니다.
이후 산새 좋은 청소골에는 풍경 좋은 계곡마다 닭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산장들이 들어서며 청소골은 순천 대표 먹자 거리, '닭구이골'이 되었습니다.
![]() |
↑ 순천닭구이 / 사진=순천시 제공 |
아무 생닭이나 닭구이가 되지 않은 이유는 신선도에 있습니다. 순천식 닭구이는 갓잡은 싱싱한 생닭에 마늘과 소금 등 양념을 발라 재어두었다가 숯불에 올려 즉석해서 구워 먹습니다. 지글지글 맛난 소리와 함께 닭 한 면이 노릇노릇해지면 뒤집어가며 익히는데, 양념을 바른 닭은 타기 쉬우니 자주 뒤집어가며 익혀야 합니다. 닭모래집과 닭발, 심지어 닭 육회를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신선한 닭을 사용하는 만큼 맛은 말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잘 익은 닭구이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주인장 손맛 밴 깻잎장아찌에 돌돌 말아 먹으면 별미 중에 별미. 닭구이 먹을 땐 꼭 위장의 10%를 남겨두는 것 잊지 마세요. 기력을 보충해 줄 녹두 넣은 닭죽으로 순천 맛 여행의 화룡점정을 찍어야 할 테니….
▶ 순천 조계산이 전하는 웰빙 푸드, 산채정식 & 산채비빔밥
해발 887m. 천년고찰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은 불교의 성지, 순천 조계산입니다.
호남 3대 명산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매년 수많은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소 중에 명소입니다. 산세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조계산의 맛. 산이 내어준 나물들은 등산 후 필수코스로 통하며 조계산 아랫자락의 맛집 지도를 완성시켰습니다.
![]() |
↑ 순천 조계산 산채정식 / 사진=순천시 제공 |
깊은 산에서 채취한 봄을 한상 그대로 차려내는 산채정식. 어느 한정식이 부럽지 않습니다. 봄이면 고사리에 머위대, 두릅에 버섯류 등 수십 종류의 웰빙 식재료를 찌고, 볶고, 데치고, 지져낸 오색찬란한 한 상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하나하나 이름을 물어가며 먹다가 결국 이름을 다 잊고 머릿 속에 '조계산 거시기 나물'만 남아도 그 산채나물의 향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는 찰나 주인장의 인심이 얹어진 참기름이 밥 그릇에 뿌려지면, 그대로 싹싹 비벼 산채비빔밥이 완성됩니다. 흰 쌀밥에 비벼도 좋고 보리밥도 잘 어울립니다. 맛에 취한 나머지 너무 배불러 다시 산책에 나서야 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형형색색 정원의 도시, 순천의 매력이 입으로 전해지는 순간입니다.
▶ 매화꽃 향기에 두 번 취하다, 순천 매실차와 매실디저트
600년 된 매화꽃이 피는 순천 선암사. 붉게 핀 홍매화는 '선암매'라는 이름으로 국내 3대 매화에 들어갈 정도로 유명합니다. 선암사 아래 순천 탐매마을과 순천 매실의 효시인 이택종 선생의 공적비가 향매실마을에 세워져 있습니다.
봄을 알렸던 매화가 지면 그 자리에 탐스런 매실이 열려 6월 초여름의 길목을 알립니다.
순천은 매실과 인연이 깊은 고장입니다. 매실은 바로 따서 먹기 보다 오랜 기간 동안 숙성을 하거나 가공을 해야 하는 슬로우푸드 중 하나입니다. 대통령실 추석 선물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3년 숙성 매실청이 있고, 매실곤약젤리, 매실호떡 등은 미국으로 수출될 정도로 K-순천의 이름을 알리는 효자상품입니다.
![]() |
↑ 매실마카롱 / 사진=순천시 제공 |
매실에 대한 순천의 애정은 매실차를 시작으로 매실와인, 매실찰보리빵 등을 만들어냈고, 순천 청년창업자들이 연구・개발한 매실젤라또, 매실휘낭시에, 매실양갱, 매실초콜렛, 매실수제맥주, 매실사이다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 |
↑ 매실양갱 / 사진=순천시 제공 |
순천 낙안읍성 앞 카페에선 매실을 활용한 다양한 브런치 음식을 선보일 정도로 순천은 매실에 진심인 도시입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며 져버린 순천 매화꽃 향기에 대한 아쉬움을 진한 매실차와 건강한 매실 디저트로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