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스즈메의 문단속’은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 ‘초속 5cm’ 등으로 많은 마니아층을 지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로, 감독의 세계관을 집대성했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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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미디어캐슬 |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 규슈의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재해를 막기 위해 문을 닫으며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난다. 가문 대대로 문 너머의 재난을 봉인하는 소타의 뒤를 쫓아간 스즈메가 발견한 산속의 낡은 문을 열자 마을에 재해가 닥쳐오고 둘은 간신히 문을 닫는다. 갑자기 수수께끼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 버리고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일본 전역을 돌며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간다.
일본에서 자신의 작품 사상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 ‘너의 이름은.’(2016)과 ‘날씨의 아이’(2019)에 이어 3작품 연속 천만 관객을 기록,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트리플 천만 감독’으로 만든 작품이다. 한국에서도 누적관객수 207만 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3월22일 기준)을 동원하고 있는 ‘스즈메의 문단속’.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이 황금곰상 수상 이후, 21년 만에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된 ‘스즈메의 문단속’은 사람들이 떠난 폐허의 문에서 재해가 빠져 나오고, 그 문을 잠그며 재해를 막는 스즈메와 소타가 주인공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게 하는 여러 가지 설정들, 그 땅에 살았던 이들을 기억하며 열쇠로 문을 잠그며 외우는 주문. 문을 열고 닫으며 ‘잘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는 그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 그 사람들이 떠난 폐허에서 재해가 뒷문을 열고 빠져 나온다는 설정, 그래서 폐허 속 문을 저 세상과 현실을 나누는 경계로 설정한 것은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 속에 푹 빠지게 하는 장치들이다.
독보적인 작화와 음악을 선보이는 신카이 월드를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인생작으로 삼을 만한 영화다.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색감과 서정적인 풍경들은 ‘너의 이름은.’ 등 감독의 전작을 함께 했던 작화감독과 캐릭터 디자인 제작진의 솜씨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누구보다 감정과 목소리의 거리가 가깝다”고 밝힌 2003년생 배우 하라 나노카가 1700:1의 경쟁률을 뚫은 ‘스즈메’ 역을 맡았고, 재난을 부르는 문을 닫기 위해 여행하는 청년 ‘소타’ 역에는 마츠무라 호쿠토가 낙점돼 아이돌 꼬리표를 떼고 성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두 배우 모두 성우 더빙 첫 도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에 이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세 번째로 작업하는 래드윔프스(RADWIMPS)가 맡은 음악 역시 영화의 감동의 8할을 책임진다. ‘어째서 울고 있냐고 물을 때 답할 수 있는 눈물 따위로는 우리가 만난 일의 의미는 전혀 따라잡을 수 없어’(‘스즈메’ 中) 특히 영화 후반의 에필로그 영상에서 가수 토아카가 부르는 ‘스즈메’는 영화의 감동을 충만하게 이어간다. 러닝타임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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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미디어캐슬 |
[글 최재민 사진 ㈜미디어캐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3호(23.4.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