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창립자이자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가 2008년 돌연 패션계를 은퇴하고 순수 예술 창작자로서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이다. 상식과 경계를 뒤엎는 새로운 방식으로 시대를 앞서간 마틴 마르지엘라의 시각 예술을 조명하는 첫 개인전이다.
전시는 1980년대부터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예술, 물질과 신체, 시간의 영속성, 젠더, 직접 참여’를 주제로 마틴 마르지엘라의 확장된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 이 주제는 과거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시기에 선보인 파격적인 런웨이나 실험적인 매체 사용을 통해서도 마틴 마르지엘라가 탐구했던 주제이다. 이번 전시에 다양한 시각 예술로 설치, 조각, 콜라주, 페인팅, 영상, 퍼포먼스 등 5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는 패션의 시스템과 ‘인체’라는 매체의 한계의 넘어 ‘뮤지엄의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공간 안에서 마틴 마르지엘라가 실험해 온 다채로운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동시에 예술이 질문을 던지고 개인과 대중이 의견과 관점을 교환하고 채택하도록 만들었다. 전시는 마르지엘라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안적 사유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1957년 벨기에 루벤에서 태어났다. 신트루카스 예술학교를 다닌 후 1977년에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 패션학과에 입학했다. 1984년부터 1987년까지 장 폴 고티에의 첫 번째 어시스턴트로 패션계에 입문한 그는, 1988년 제니 메이렌스와 함께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설립했다. 1989년엔 파리의 황폐한 지역 버려진 운동장에서 컬렉션을 선보였다. 작가는 폐허와 같은 런웨이, 비틀거리는 모델을 통해 패션계에 충격을 주었고 패션의 관습적인 사고에 도전하는 독창적이고도 전위적인 스타일로 명성을 떨쳤다. 이후 그는 시대를 앞서가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이끌었다.
1997년 에르메스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어 2003년까지 총 12시즌의 쇼를 진행했고, 2008년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20주년 기념쇼를 마지막으로 패션계를 은퇴했다. 현재 마르지엘라는 벨기에 보자르미술관, 로테르담 보어만스 반 뵈닝헌 미술관, 독일 하우스 데어 쿤스트, 로스앨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런던 서머셋 하우스 등 해외 유수의 미술 기관에서 개최된 전시에 참여하며 예술과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작가의 해체주의적인 방식은 구성 요소를 파괴하고 재배치하여 모호한 의미를 만들고, 사용한 흔적과 생산과정을 드러내어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의복이라는 일상적인 매체에서 시작된 상식과 경계를 뒤엎는 마르지엘라의 시각예술은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다양한 재료와 자유로운 표현방식을 통해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
전시장 공간에 따라 새롭게 구성되는 50여 점의 작품은, 기존 작품에 퍼포먼스를 접목하거나 미술관의 장소 특징적 설치 작품을 의도적으로 배치하여 관람객의 개입을 유도한다. 마르지엘라 스스로 ‘숨 막힌다’고 표현한 패션 시스템의 관습을 벗어난 다양한 시각 예술을 만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작품들은 마르지엘라가 추구하는 예술이 회화, 조각, 설치 등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소 롯데뮤지엄
기간 ~2023년 3월26일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롯데뮤지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2호(23.3.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