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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리 오라일리 지음 / 박영준 옮김 / 위즈덤하우스 펴냄 |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버릴지 깨닫고 ‘안전지대’를 벗어난 뒤, 평균 연령 24세의 선수들 사이에서 31세의 세리나는 전보다 더 위대한 선수로 돌아왔다. 이 책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테니스 슈퍼스타 세리나 윌리엄스는 2010년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뮌헨의 식당에서 깨진 유리잔을 밟는 사고를 당했다. 18바늘을 꿰맸고 결국 그해 시즌을 마감했다. 다음해 전반기를 의자에서 보내고 부상에서 완쾌되어 코트로 돌아왔지만, 그해 윔블던 4회전, US오픈 결승전에서 패했다. 랭킹은 12위로 떨어졌다.
프랑스오픈에서는 랭킹 111위 선수에게 지면서 경력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1회전에 탈락했다. 더 오래 훈련하고 노력했지만, 더 이상 승리할 수 없었다. 참패 후 그는 파리에서 가볍게 연습할 장소를 찾았다. 청소년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만난 파트리크는 정상급 선수를 지도해 본 적이 없지만 그의 연습 장면을 보고 솔직하게 말했다. “공을 때릴 때 균형이 무너졌고, 타격에 체중이 실리지 않아 힘 있게 뻗지 못합니다. 몸을 미리 움직이지 않아 대처 속도도 느립니다.
세리나는 호기심을 느끼고 한 주 내내 그와 함께 훈련을 했다. 윙블던 대회를 앞두고 세리나는 이 무명의 프랑스인을 코치로 고용했다. 세리나의 코치는 언제나 아버지였다. 이후 벌어진 일은 기적 같았다. 이후 참가한 19경기를 모두 이겨 윔블던과 US오픈 우승컵을 들었다. 2012년 올림픽 결승에서도 마리아 샤라포바에서 한 세트도 뺏기지 않고 금메달을 따냈다.세리나는 새 코치 영입 후 22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10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비결은 스스로 낯설고 불확실한 환경으로 들어간 것이다. 싱큘러리티대학 교수인 배리 오라일리는 과거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언러닝(Unlearing)’을 꼽는다.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을 고의적으로 잊거나 폐기함을 뜻하는 말이다.
이 책은 언러닝의 효과를 증명할 역사 속 제국과 수많은 위대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990년대 이후 S&P500 기업 목록의 변천사도 이를 증명한다. 오늘날 위대한 기업이 된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의 창업자는 새로운 지식 습득을 위해 과거와 결별하는 데 능했고 시어스, 리먼브라더스, GE 등은 그렇지 못해 패배자가 됐다. 월트니즈니는 하락세의 테마파크를 부활시키기 위해 ‘파운딩 파이브’라는 팀을 만들었다. 방치된 극장 건물 안에서 굳어 있던 사고방식을 바꾸는 언러닝 훈련을 통해 연간 수익 24%를 늘린 디즈니랜드의 트레이드마크 매직밴드를 개발했다.
언리닝을 하는 구체적 방법도 알려준다. 구태의연한 과거를 ‘비움학습’하고, 새로운 기술과 전략을 ‘재학습’하는 것. 이를 바탕으로 과거 습관을 새 아이디어와 관점으로 ‘전환’하는 언러닝 사이클을 반복할 때 위기에도 강한 회복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언러닝의 가장 큰 적은 성공이다. 성공은 편견을 굳어지게 만든다. 작가는 탁월한 조직이 타 조직과 다른 점은 생산적이고 성과 지향적인 문화 속에 모두가 긴밀하게 협조하고, 새로움으로 인한 불편함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 말한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조직은 언제나 이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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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강명 지음 / 유유히 펴냄 |
“내가 원하는 작가의 이상적인 일상은 이거다. 아침에 일어나서 소설 원고를 쓰기 시작, 배고플 때 식사하고, 낮잠을 조금 잔 뒤 또 원고를 쓰고, 다시 배가 고파지면 두 번째 끼니를 먹고, 또 원고를 쓰고, 자는 것. 그 사이사이에 운동을 하고, 집 청소를 하는 것. 한마디로 교도소 독방에 갇힌 죄수 같은 생활이다.” 소
설가에 대한 환상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 책만큼 솔직하게 집필 노동자의 삶을 들려주는 책은 없을 것 같다. 장강명은 소설가가 매력 있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우선 주체적으로 일한다. 원고 안 풀린다며 머리 쥐어뜯을 때에도 그는 자기 일의 주인이다. 그리고 자신의 개성이 듬뿍 담긴, 스스럼없이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결과물을 생산하며, 어떤 순간에는 틀림없이 온전한 보람을 맛본다는 점에서다. 이 책은 전업 소설가의 일상은 물론 출판 과정에서 벌어지는 시시콜콜한 일들, 수입까지도 솔직하게 밝힌다. 정확히 책으로 먹고사는 건 아니지만, 2차 판권 수입은 전업 작가 생활을 유지하는 데 분명 도움을 주고 있으며 더불어 대부분의 작가들은 강연으로 돈을 번다는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소설가야말로 소방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굉장히 매력 있는 직업”이라면서 “그 힘은 돈벌이, 밥벌이와는 관련 없는 측면에서 나온다”라고 털어놓는 지점이다.
[글 김슬기 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9호(23.3.7) 기사입니다]